환경관련 비폭력 불복종 글로벌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이 기존 금융 시스템이 환경 파괴적이라고 주장하며 '돈 저항(Money Rebellion)' 운동을 시작했다.
◆ ‘멸종저항’이란?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기후위기로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물 종의 멸종을 막기 위해 저항한다는 의미로 2019년 4월부터 영국에서 활동하는 환경단체다. 단체가 말하는 ‘멸종 저항’의 목적은 ‘정파를 넘어선(beyond) 국제네트워크로 비폭력 직접행동을 통해 기후위기와 생태적 긴급 사태 앞에서 각국 정부가 행동하도록 설득한다’다. 이를 위해 정부는 기후와 생태적 긴급 사태를 선언하고 진실을 말할 것, 정부는 생명 다양성 손실을 막기 위해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할 것, 기후정의에 입각해 시민의회(Citizen’s Aseembly)를 구성하고 결정을 따를 것을 요구한다.
멸종저항은 비폭력 시민 불복종을 표방하는 단체로 2019년 런던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기 위한 열흘간의 운동을 시작으로 국제적으로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당시 이 단체 회원들은 모두 비슷한 복장을 갖춰 입고 런던의 주요 랜드마크에 있는 도로와 다리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숙식을 하며 열흘 간 평화 시위를 진행했다. 1000명 이상의 운동가들이 체포되는 동안에도 평화롭게 시위를 이어갔다.
멸종저항 단체는 영국에서 시작됐지만 호주와 벨기에, 캐나다, 덴마크,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뉴질랜드, 노르웨이, 스페인, 네덜란드, 남아프리카, 스위스, 미국 그리고 우리나라까지 확산됐다.
◆ 돈에 불복종해야 하는 이유
지난 23일 멸종저항 단체는 '돈 저항(Money Rebellion)'과 관련된 영상을 유튜브에 게재했다. 영상은 “경제가 월급이나 주거, 음식, 건강, 지구 건강, 아이들의 미래 등 삶의 모든 면을 눈에 띄지 않는 방식으로 지배하고 있다”고 시작한다.
이어 “비정상적인 경제법칙에 저항하고자 돈 저항 운동을 시작한다. 현재 경제 성장을 나타내는 각종 지표를 위해 눈앞의 이익을 얻으려 숲을 태우고 있다”고 밝혔다. “은행과 주식시장은 자연을 파괴하고 저소득 국가를 착취하는 데 자금을 대고 있는 가운데 우리 모두의 생존이 위협받고 기후와 생태계가 무너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저항하기 위해서 영국 바클레이 은행에서 20파운드를 빌린 뒤 일정 기간 갚지 않는 방법이나 소규모 사업자의 경우 세금 5파운드는 멸종저항에 기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동안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는 녹색금융의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멸종저항 단체의 ‘돈 저항’ 운동은 녹색금융과 부합하지는 않는다는 이견도 있다. 돈에 저항하는 방법이 결국은 신용도 하락이나 세금독촉 등 개개인이 피해를 입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UNEP FI(국제연합환경계획 금융이니셔티브)에 따르면 녹색금융은 경제활동 전반에 걸쳐 자원 및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환경을 개선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생산에 자금을 제공함으로써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활동이다. 또한 환경을 파괴하는 활동에 자금이 공급되는 것을 효과적으로 차단하기 위한 자율적인 심사 및 감시체계를 만드는 활동을 말한다. 녹색성장을 지원하는 동시에 금융 소비자의 친환경 활동을 유도하고 탄소배출권 시장의 활성화를 이끌 수 있다.
한편 멸종저항 서울은 지난 7월 20일 한국전력 서울본부 앞에서 첫 기자회견을 열며 멸종저항 운동 시작을 알렸다. 한전을 겨냥한 이유는 인도네시아 자와9‧10호기 발전소 투자가 결정됐기 때문이다.
단체는 “기후변화 대응을 강화한다면서 뒤로는 석탄발전 투자를 계속한다는 것에 분노한다”라고 주장하며 “정부가 조금이라도 기후위기 대응에 대한 진정성이 있다면 국내외 석탄발전소에 대한 투자부터 중단하라. 그러지 않으면 더 큰 저항에 부딪혀야 할 것이다”라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