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크림 속 '옥시벤존'이 산호초를 죽이는 방법

2022.05.31 10:54:31

스탠포드대 연구원 '선크림과 산호초 파괴 원리' 규명
백화현상 진행 중인 산호초엔 더욱 치명적

[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날이 더워지면서 자외선 차단을 위해 선크림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최근 뷰티업계를 강타한 비건 및 클린 뷰티 덕분에 환경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며 착한 성분만 담은 제품이 많은 사랑을 받는 가운데 특히 산호초에 유해하지 않은 ‘리프 세이프’(reef safe) 선크림이 주목받고 있다. 내 피부에 바르는 선크림이 왜 산호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여름철 해변에서 주로 사용하는 선크림은 피부를 자외선으로부터 보호한다는 장점이 있지만, 바닷속 산호초에는 치명적인 영향을 미친다. 선크림이 산호초를 손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은 지난 2015년 국제 학술지 ‘환경오염과 기술 아카이브’(Archives of Environmental Contamination and Toxicology)를 통해 처음 밝혀진 바 있다.

 

당시 논문은 “자외선 차단 효과가 있는 옥시벤존이 산호의 DNA를 손상시켜 어린 산호에서 눈에 띄는 기형을 생성하고 이른바 환경호르몬으로 불리는 ‘내분비계 장애물질’로 작용한다”고 밝혔으며 정확하게 어떠한 메커니즘을 통해 손상시키는지에 대한 연구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스탠포드 대학의 연구팀은 옥시벤존이 산호를 죽이는 정확한 원리를 밝혀내고자 연구를 진행했으며 최근 국제 학술지 ‘사이언스’(Science)를 통해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수조에서 산호와 가까운 해양 생물인 말미잘을 키우며 독성 실험을 했다. 그 결과 옥시벤존만 주거나 자외선만 비추면 말미잘이 최대 21일까지 생존했지만 옥시벤존과 동시에 자외선을 비출 시에는 17일 안에 다 죽었다.

 

 

옥시벤존은 태양으로부터 자외선을 흡수해 열로 방출한다. 다시 말해 옥시벤존이 함유된 선크림을 피부에 바르게 되면 자외선이 피부에 닿기 전에 옥시벤존에 의해 열로 방출돼 피부가 보호 받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말미잘의 몸에 옥시벤존이 들어가게 되면 그 기능이 정반대로 작용하게 된다. 몸 속의 당분과 옥시벤존이 결합하면서 자외선을 받으면 세포를 손상하는 활성산소를 생산해 냈다.

 

 

이 같은 작용은 백화현상이 일어나는 산호에게 더욱 뚜렷하게 나타났다. 백화현상이 일어난 말미잘이 옥시벤존과 자외선에 노출되면 일반 말미잘보다 약 7일 빨리 죽어버린 것이다. 백화현상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지구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덩달아 바닷속 온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산호초 조직 내에 공생하고 있는 미세조류가 기능을 상실하면서 석회 골격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산호초 내에 살고 있는 미세 조류는 독소로 변한 옥시벤존을 자신의 몸에 저장해 숙주에게 가는 피해를 막는다”며 “수온 상승으로 미세 조류의 기능이 상실하게 되면 말미잘은 더 이상 옥시벤존의 피해를 막지 못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앞으로도 선크림에 사용되는 여러 화학 물질이 바다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내고자 연구를 진행할 예정이며, 현재 뷰티업계에 사용되는 ‘리프 세이프’(reef safe)의 개념이 명확하게 정의될 수 있도록 대규모 환경 영향 연구를 수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편 비영리 과학단체 해레티쿠스환경연구소에 따르면 매년 바다로 유입되는 자외선 차단제는 1만 4000톤에 달한다. 이에 태평양에 위치한 팔라우섬은 2018년부터 화학물질이 함유된 선크림 사용을 금지하고 있으며 많은 관광객들이 찾는 하와이와 태국 등에서도 옥시벤존, 옥지녹세이트 등 특정 물질이 함유된 자외선 차단제 사용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김민영 min@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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