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02 (화)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목포 7.3℃
  • 흐림제주 10.7℃
  • 흐림천안 2.7℃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동물보호

[비건수첩] 겨울철 따뜻한 '롱패딩' 한벌에 담긴 20마리 거위의 눈물

동물의 이름이 붙으면 가격이 훨씬 비싸지는 겨울철 필수 아이템이 있다. 바로 '패딩'이다. 같은 디자인과 사이즈라면 솜패딩에 비해 3배 이상 비싼 가격이다. 가벼우면서도 보온성이 높다는 이유에서다. 그런데 이 깃털은 본래 주인이 따로 있다. 그들은 인간의 따뜻한 겨울나기를 위해 수없이 희생되고 있다. 우리는 이를 알면서도 짐짓 모른체한다. 

 

 

패딩은 종류도 다양하다. 평창 올림픽 운동선수들의 ‘벤치 패딩’으로 알려진 롱패딩부터 레트로가 유행하면서 다시 등장한 숏패딩, 조끼 형태의 패딩 베스트도 있다.

 

또한 패딩 속 충전재의 종류와 양에 따라 가격도 천차만별이다. 대부분의 충전재는 거위나 오리의 털이 쓰인다. 그 동물의 깃털 수가 많을수록 풍성해지면서 보온성이 뛰어나기 때문에 깃털 수가 많을수록 가격도 높아진다.

 

 

충전재에 쓰이는 털은 주로 거위와 오리의 목과 가슴에서 나오는 솜털과 날개 쪽 깃털이 사용된다. 하지만 한 마리에서 나올 수 있는 털은 140g 정도에 불과해 패딩 하나를 만들기 위해선 15~20마리의 털이 필요하다.

 

 

털의 채취 과정은 가히 충격적이다. 2010년 국제동물보호단체인 ‘포 파우스’가 헝가리의 거위농장의 실태를 담은 영상을 SNS를 통해 폭로했다. 영상 속 거위는 살아있는 채로 마취 없이 털이 뜯기고 있었고 피부가 함께 뜯겨나가기도 하며 이를 실과 바늘로 꿰매는 장면도 있다.

 

 

이렇게 살아있는 채로 털을 뽑은 행위를 라이브 플러킹이라고 하는데 거위의 경우 생후 10주만 되면 라이브 플러킹을 시작해 뽑은 자리에 다시 털이 나면 또 뽑는 과정을 죽을 때까지 최대 15번 겪는다.

 

이를 인지한 일부 소비자들은 ‘RDS’ 인증 패딩을 찾기 시작했다. RDS란 ‘Responsible Down Standard(책임 다운 기준)’의 약자로 오리와 거위의 사육 및 도축, 가공, 봉제 등 다운 제품을 생산하는 전 과정에 동물 복지 시스템을 준수했음을 인증하는 제도다.

 

식용으로 사육 및 도축되는 오리나 거위의 부산물로 나오는 털만을 재활용해서 충전재로 사용하며 세척·가공 공장, 다음 공급자, 봉제 공장, 물류 창고, 최종 판매처까지 모든 단계가 윤리적으로 정당하다는 인증을 완료해야 최종 완제품에 RDS로고를 사용할 수 있다.

 

이는 미국 비영리단체 텍스타일 익스체인지와 친환경인증전문업체인 컨트롤 유니온이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와 공동연구해 2014년 만들었다.

 

노스페이스, 블랙다이아몬드 등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가 RDS 인증 제품 사용에 앞장섰고 소비량이 늘어나면서 K2, 블랙야크, 코오롱스포츠 등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도 RDS 인증 패딩을 선보이고 있다.

 

 

‘리사이클 다운’을 사용하는 브랜드도 있다. 의류제조기업 태평양물산은 지난해 국내 최초로 GRS(국제 재활용 기준)인증 다운패딩을 론칭했다. GRS는 버려진 이불·베개·옷에서 확보한 다운을 세척·살균해 고품질 친환경 다운 제품으로 재탄생시켰음을 인증하는 마크다.

 

이를 통해 재활용 원료의 출처부터 최종 제품까지 모든 공정이 추적 관리되고 있어 전 유통 과정이 투명하게 보증된다. RDS인증 패딩은 동물 보호와 다운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소시키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어 ‘가치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RDS 인증 패딩 역시 도축되는 동물들의 털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물학대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기 힘들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방한 제품 생산량에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까지 나오면서 동물 털을 대체하는 신소재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얇고 보온성이 오래 지속되는 특징을 가진 친환경 충전재 '신슐레이트(Thynsulate)', 미군이 사용하던 오리털 침낭을 보완하기 위해 개발된 '프리마로프트(Primaloft)'와 국내 회사가 개발한 '웰론(Wellon)' 등 친환경 합성보온재가 대표적이다.

배너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


프로필 사진
김규아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입니다. 신선한 뉴스, 잘 차려드릴게요!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2021년도 인터넷신문위원회 저널리즘 이슈포럼' 교육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