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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고결하고 기품 있는 두루미, 실상은 굶고 있다

우아하고 기품 있어 보이는 큰두루미가 영국에서 개체수 증가에 성공했다. 과거 주요 서식지인 습지가 파괴되면서 두루미는 세계적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상태였다. 

 

2일 영국 매체 데일리메일 보도에 따르면 영국에서 발견된 큰두루미 종은 키 1.5m에 몸무게 6.5~8.6kg로 두루미 중에서도 가장 몸집이 크고 조류 중에서도 가장 크다. 목과 다리가 길고 부리가 길게 뻗어있다. 머리 꼭대기를 제외한 부분이 선명하게 붉은색을 띠는 것이 특징이다. 깃털은 전반적으로 흰색과 회색으로 이뤄졌으며 검은색이 섞여 있다. 두루미는 주로 습지와 늪에 서식하며 가족 단위나 쌍을 이뤄서 생활한다.

 

큰두루미는 1600년대 밀렵과 서식지인 습지 고갈로 개체수가 급감했다. 몸집이 큰 덕분에 인간 눈에 잘 띄었고 결국 많은 수의 두루미가 밀렵으로 목숨을 잃었다. 밀렵의 목적은 대부분 깃털과 박제다.

 

하지만 1979년 이후 재도입 프로그램과 습지 복구로 개체수는 꾸준히 늘었다. 최근 영국의 조류 보호를 위한 왕립학회(RSPB)가 조사한 결과 2020년 영국 전역에서 23마리의 새끼를 낳아 총 64쌍이 됐다. 

 

 

조사에 따르면 두루미의 85%가 자연보호구역에서 발견됐다. 영국 두루미워킹그룹 데이먼 브릿지 회장은 “이번 두루미의 발견은 자연의 회복 가능성을 보여준다. 계속해서 두루미의 개체수를 늘리려면 서식지를 보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RSPB 과학자 앤드류 스탠버리는 “아직은 두루미가 일부 보호구역에서만 찾아볼 수 있다. 영국 전역에 두루미 개체수를 늘리려면 주요 서식지를 보호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환경보호단체는 두루미가 서식하는 습지를 보호하고 다른 야생생물이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 두루미는 왜 살기 힘들어졌을까 

 

두루미 품종은 세계적으로 15종이다. 국내에 도래하는 두루미는 두루미·재두루미·흑두리미 등 7종이다. 본래 한반도는 10월 하순부터는 전역에서 두루미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1968년 천연기념물 제202호로 지정됐으며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으로 보호되고 있다. 

 

우리나라를 찾는 두루미는 중국 헤이룽장성, 러시아 블라보브첸스크, 힝간스키 등 습지에서 번식하고 가을이 깊어지면 철원, 문산, 파주, 강화로 찾아온다. 이곳에서 겨울을 나고 봄이 오기 전 번식지로 돌아간다. 특히 인천은 시조(市鳥)를 두루미로 정했을 만큼 두루미가 많이 찾았던 지역이다.

 

그런데 두루미의 한국 생활은 쉽지 않다. 인천의 연희동과 경서동 일대 갯벌은 매립되고 도시로 바뀌었다. 하늘에는 전깃줄이 사방에 널려 있다. 김진한 국립생물자원관 전시교육과장은 “하늘에서 땅을 보면 전깃줄을 구분하기 쉽지 않다. 시속 60km로 날다가 갑자기 전깃줄을 발견하면 피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특히 두루미처럼 덩치가 큰 새는 비행 방향을 재빠르게 변경하기 힘들다. 

 

먹이를 찾기도 쉽지 않다. 대부분 지역에 아파트와 빌딩이 들어선 덕분에 먹이를 찾아 멀리까지 이동해야 한다. 배고픔과 피로가 쌓이면서 질병에 대한 저항능력과 번식능력은 떨어진다. 결국 해가 갈수록 멸종위험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반도 DMZ 일대인 철원 평야와 연천 임진강에서 주로 월동하는 두루미 또한 곤경에 처했다. 민통선 축소와 습지 개발, 경작지 감소로 두루미의 서식지는 점차 줄고 있다. 두루미는 대부분 번식기에 습지에서 생활한다. 습지가 파괴되고 훼손되면 두루미의 삶도 힘들어진다. 

 

대한조류협회 송순창 회장의 논문 ‘두루미의 종류와 생태에 관하여’에 따르면 두루미 중에서도 수생동물을 먹이로 하는 두루미가 가장 멸종위기가 심각하다. 북미의 아메리카흰두루미는 가장 희귀한 두루미로 1940년대 초에는 20마리, 현재는 400마리에 불과하다. 한반도로 날아오는 두루미도 야생은 1800마리로 추정된다. 

 

특히 시베리아흰두루미를 비롯해 습지 의존도가 높은 두루미는 멸종위험이 더욱 크다. 현재 각국에서는 두루미를 살리기 위해 여러 맞춤형 보호대책을 수립하고 있다. 북미는 아메리카흰두루미보호캠페인을 실시했으며 러시아는 오카자연보존지에 시베리아흰두루미인공사육센터를 구축했다. 

 

하지만 두루미의 생존에 필수적인 습지가 받는 생태적 압력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2월 2일은 세계 습지의 날이다. 습지를 국제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람사르조약이 채택된 2월 2일을 기념으로 제정됐다. 두루미를 비롯해 수많은 생명체의 서식지이자 생태계가 안정적으로 유지될 수 있게 기능하는 습지를 보호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람사르조약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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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