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목)

  • 서울 3.2℃
  • 인천 2.1℃
  • 흐림원주 3.7℃
  • 흐림수원 3.7℃
  • 청주 3.0℃
  • 대전 3.3℃
  • 대구 6.8℃
  • 전주 6.9℃
  • 울산 6.6℃
  • 창원 7.8℃
  • 광주 8.3℃
  • 부산 7.7℃
  • 목포 7.3℃
  • 흐림제주 10.7℃
  • 흐림천안 2.7℃
  • 흐림구미 5.8℃
기상청 제공

동물보호

체험만 막으면 될까? 돌고래 사육 자체가 학대

 

지난 1일 환경운동연합 바다위원회,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를 포함해 10개 시민단체가 수족관 내 돌고래 사육에 문제를 제기했다. 10개 단체는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여 ‘이제는 돌고래 감금을 끝낼 때’라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성명서를 발표했다.

 

 

2020년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는 무려 다섯 마리에 달한다. 시민단체들은 “여수와 울산, 제주, 거제에서 연이어 들려오는 돌고래들의 죽음에 부끄럽고 참담한 마음을 가누기 어려웠다. 어느 한 곳에 집중되지 않고 전국 사육 시설에서 폐사가 발생한 것도 충격이었다”라고 밝혔다.

 

전시와 공연 그리고 체험에 동원되던 돌고래들이 연이어 폐사했다. 돌고래의 죽음이 이어지자 엄연히 동물학대라며 이를 멈춰달라는 요구와 비판이 거세졌다. 특히 지난해 6월 거제씨월드에서 공개한 벨루가 서핑과 돌고래 체험 사진은 시민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환경운동연합 생태보전국 이용기 활동가는 “수족관에서 지내는 고래의 삶은 감옥”이라고 단언했다. 고래는 가족과 함께 무리 생활을 하는데 조련이 용이하도록 유아기에 가족과 떨어지게 된다. 죽은 물고기를 먹으며 굶주림은 일상화된다. 벨루가의 행동반경은 약 5000km에서 1만km에 이르지만 과학적 연구라는 명목으로 포획돼 반경 20m 수족관에 갇혀 평생을 살아간다.

 

 

환경운동연합은 수차례 현장 실사를 통해 좁은 수족관에서 힘차게 꼬리 한 번 치지 못하는 모습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미 1990년부터 지금까지 수족관 고래 70마리 정도가 감염, 폐질환, 피부병으로 사망했다.

 

특히 거제씨월드의 경우 2014년 개장한 이후 2015년부터 매년 사육 돌고래가 죽고 있다. 지난달 26일 핫핑크돌핀스는 거제씨월드의 벨루가 아자가 2020년 11월 21일 폐사했음이 뒤늦게 알려졌다고 전했다. 야생 벨루가 수명이 35~50년임을 감안하면 고작 11살에 죽은 아자는 제 수명의 절반도 살지 못한 것이다.

 

◆ 신규 사육 시설만 막으면 될까?

 

결국 정부는 수족관 관리 계획을 발표했다. 신규 돌고래 사육 시설 개장과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을 금지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하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신규 사육과 체험은 금지됐지만 이미 수족관에 남아 있는 돌고래 27마리에 대한 대처나 계획이 전무한 상황이다. 사실상 돌고래는 시설 사육이 부적합한 동물이다. 수족관의 좁은 수조에 가둬 놓는 것 자체가 학대다. 결국 남아 있는 돌고래도 수명을 다하지 못하고 폐사할 위험에 처했다.

 

최근 5년 동안 국내 수족관에서 폐사한 돌고래는 모두 20마리다. 평균 1년에 4마리씩 죽은 셈으로 올해도 4~5마리가 폐사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 

 

 

세계 곳곳에서는 돌고래 사육을 금지하고 보호하는 정책이 속속 자리 잡고 있다. 가령 아이슬란드와 인도네시아에서는 사육 돌고래들을 위한 바다 쉼터가 마련됐다. 캐나다는 바다 쉼터를 만들어 좁은 수조에서 고통 받던 고래들을 바다로 내보내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적인 추세와 비교하면 우리는 너무나 소극적인 대응을 하고 있다. 돌고래 체험 프로그램만 금지시키겠다는 것이다. 동물단체에 따르면 고래류의 수족관 번식과 수조 전시, 사육 모두 동물학대에 해당된다.

 

 

기자회견을 연 시민단체들은 이제는 죽음의 감금을 끝낼 때가 되지 않았냐고 반문했다. 단체는 정부가 나서서 체험·공연시설 폐쇄와 종식을 위한 계획과 기한을 마련할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또한 시설에 생존한 돌고래 27마리에 대한 야생 방류 또는 바다 쉼터 마련을 통한 방류 계획을 수립할 것을 촉구했다.

 

공동성명서에는 “수족관 번식 역시 법 개정을 통해 금지할 것을 촉구한다. 돌고래들을 가둬 놓고 오락거리와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동물 학대 산업은 설 자리가 없음을 분명히 선언하라”라는 내용이 포함됐다.

 

해양포유류보호법 제정을 서둘러야 할 필요도 있다. 미국에서는 해양포유류보호법을 개정해 2023년부터 고래 혼획이 높은 나라의 수산물 수입을 금지할 계획이다. 유럽은 2030 생물다양성 전략을 발표했다. 혼획을 비롯해 해양의 생물다양성에 해로운 영향을 미치는 어구 사용을 제한할 계획이다. 여전히 국내 바다에서 헤엄치는 고래는 불법포획과 혼획으로 수난을 겪고 있다. 밍크고래를 보호종으로 지정할 뿐 아니라 식용 고래고기 유통, 고래류 수입과 공연, 전시 모두 금지돼야 할 필요가 있다.

 

시민들의 마음가짐도 달라져야 한다. 수족관으로 돌고래를 보러 가거나 돌고래쇼장을 가는 것, 돌고래를 보기 위해 배를 타고 나가는 것 또한 동물학대에 동조하는 행위라고 인식해야 한다. 선박 관광이 반복되다 보면 돌고래 행동에 교란을 일으킬 수 있다.

 

지난해 12월 24일 핫핑크돌핀스는 제주 앞바다에서 요트를 타고 돌고래 관광을 하는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했다. 돌고래 반경 50m 이내 선박접근 금지 규정을 위반했을 뿐만 아니라 5인 이상 사적모임금지도 위반한 상황이다.

 

돌고래 또한 우리가 보호해야 할 해양생물이다. 해양포유류보호법을 제정하고 돌고래 보호구역을 지정해 개체수 보전에 신경을 쓴다면 육지에서도 충분히 평화롭게 헤엄치는 돌고래를 만날 수 있다.

배너
추천 비추천
추천
0명
0%
비추천
0명
0%

총 0명 참여


프로필 사진
김규아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입니다. 신선한 뉴스, 잘 차려드릴게요!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2021년도 인터넷신문위원회 저널리즘 이슈포럼' 교육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