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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오염

환경다큐 '대지에 입맞춤을'…"탄소는 악당이 아니야"

*이 글은 다큐멘터리 영화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의 내용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탄소제로’ ‘탄소중립’ 등 어딜가나 탄소를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뿐이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불리는 탄소는 정말 우리가 물리쳐야 하는 악당인 걸까?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은 탄소가 오히려 우리 편이라고 말한다. 다큐멘터리 속 보존농업학자 레이 아출레타(Ray Archuleta)는 인간의 몸도 16%는 탄소로 이뤄져 있듯이 탄소가 모든 생물을 돌아가게 하는 엔진이라고 설명했다. 

 

 

토양에서 자라는 식물들은 탄소를 흡수하고 산소를 내뿜는다. 그리고 흡수한 탄소를 토양 속의 미생물에게 제공한다. 그 대가로 미생물은 무기 영양소를 공급한다. 그 과정에서 탄소 접착제를 만드는데 이를 ‘글로말린’이라고 부른다. 식물은 토양 속에 ‘글로말린’을 통해 탄소를 잡아두는 역할을 하게 된다.

 

 

하지만 오늘날 대규모 농업은 이러한 선순환을 망가뜨리고 있다. 경작을 통해 애먼 땅을 갈아버리면 미생물들이 잡아둔 탄소들이 다시 대기 중으로 퍼져나가게 된다. 또 농업에 사용되는 화학 약품으로 인해 좋은 영양소를 제공하던 미생물이 씨가 마른다. 전문가들은 화학약품 범벅이 된 땅은 탄소를 잡아두지 못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막화가 진행돼 생명이 살 수 없는 땅이 된다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은 탄소배출량만 줄여서는 현재의 기후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설명한다. 현재 배출된 대기 중의 탄소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대기 중의 탄소를 줄이는 방법은 앞서 소개한 것과 같이 식물을 많이 심어 탄소를 땅속에 포집해 두면 된다.

 

레이 아출레타(Ray Archuleta)는 매년 NASA에서 공개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를 보여주며 이를 설명했다. 4월 경작이 한참일 때에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어마어마하다. 하지만 6월 식물이 자라기 시작하면서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점점 옅어진다. 식물이 자라면서 탄소를 흡수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지에 입맞춤을’은 지금의 화학 농업을 해결할 방법으로 재생농업을 제시한다. 재생농업은 경운하지 않고,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는 자연적인 농업방식이다.

 

아울러 오늘날 가축을 먹이기 위해 사료로 사용되는 옥수수, 건초가 아닌 다양한 작물을 심는 것도 중요하다. 각각의 작물 뿌리에서 나오는 다양한 영양소가 토양으로 들어가 미생물들을 자극하면서 토양이 더욱 비옥해지며, 여러 작물 뿌리 사이의 경쟁 활동을 통해 더욱 튼튼해지는 효과도 있다. 

 

 

재생농업에는 동물들도 동원된다. 동물이 땅을 밟으며 단단히 해주는 한편 풀을 먹고 배출한 배설물은 매우 훌륭한 탄소화합물 덩어리가 되기 때문이다. 다큐는 공장식 축산 및 비육장에서는 탄소배출량이 많지만, 오히려 방목형으로 키우는 농장은 탄소가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재생 농업은 전 세계 곳곳에서 진행 중이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퇴비용 쓰레기를 따로 걷어 영양분이 가득한 퇴비를 만들어 지역 농가에 제공한다. 아이티에서는 사람의 배설물을 퇴비로 만드는 사업을 진행 중이다. 이들은 인간의 배설물에서 독소와 병균을 제거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퇴비가 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식물을 심고 토양을 가꾸는 것이 비단 환경에만 좋은 일일까? 1994년 중국 황투고원은 풀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사막화가 된 모습이다. 사람들은 경제활동을 할 수 없어 몹시 가난한 상태다.

 

 

이에 중국 정부는 14년에 걸쳐 다국적 과학자들과 함께 토양재생사업을 벌였고 그 결과 2009년의 황투고원은 비옥한 땅에 갖가지 농작물이 빼곡하게 자란 모습이다. 이에 주변 주민들은 농작물을 팔아 경제활동을 하기 시작했고 수억 명의 사람들이 빈곤에서 벗어났다. 

 

다큐는 결국 토양과 그 위에서 생활하는 모든 생명은 돌고 도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그 큰 순환의 흐름을 이해하고 이를 방해하지 않는다면 현재 전 세계가 처한 기후위기를 슬기롭게 대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영화는 농업에 종사하지 않는 우리가 지구를 위해 할 수 있는 방법은 재생 식단으로 전환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구를 위하는 방법으로 수확된 식물을 소비하고, 될 수 있으면 육식을 아예 안 하는 것이 좋겠지만 방목형에서 윤리적인 방식으로 도살된 육식만을 소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소비자들이 재생 농업을 지지한다면 점점 재생 농업 생산자들이 늘어날 것은 당연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은 현재 인류가 직면한 다양한 기후 위기의 원인이 탄소 순환 과정에 있다는 것과 세계의 토양을 재생함으로써 지구 기후를 신속하게 안정화하고 잃어버린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음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우리도 집에서 작은 텃밭 키우기, 음식물 쓰레기 퇴비 만들기 등을 통해 작게나마 재생농업을 실천해 보는 것은 어떨까? ‘대지에 입맞춤을'(Kiss the ground)의 나레이터를 맡은 비건이자 배우인 우디 해럴슨이 다큐멘터리의 마지막, '여러분 포기하지 마세요'라며 당부를 한 것처럼 우리가 먼저 기본적인 탄소 순환 과정에 대해 이해하고 재생농업에 힘을 실어준다면 탄소중립은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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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아

비건뉴스 김규아 기자입니다. 신선한 뉴스, 잘 차려드릴게요!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2021년도 인터넷신문위원회 저널리즘 이슈포럼' 교육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