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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비건수첩] 개고기가 사라질 날이 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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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 김소민 기자] 개 식용 금지법 제정에 대한 이슈로 연일 화제다. 문재인 대통령이 ‘개 식용 금지를 신중히 검토할 때가 되지 않았나’하는 발언에 이번 정부가 개식용을 금지시킬 것인지에 대해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기자에게는 개고기와 관련된 슬픈 에피소드가 있다. 고등학생 때 일이다. 옆자리 친구가 눈이 퉁퉁 부은 채로 등교했다. 조심스럽게 물어보니 할머니가 집에 오셨다가 수험공부에 방해가 된다며 집에서 키우던 강아지를 시골에 보냈다고 했다. 기자는 “할머니를 뵈러 시골 갈 때마다 보면 되겠네”라고 위로는 했지만 당사자인 친구도, 나도 그 ‘시골’이라는 말이 진짜 ‘시골’이 아니라는 건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이 사건은 반려견을 키우는 기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왔고 가끔 우리 할머니도 우리 집 강아지가 말을 안들을 때면 ‘저거 개장수한테 팔아버리겠다’라며 으름장을 놨던 게 생각나 밤마다 강아지를 꼭 안고 잠들었던 것도 기억이 난다. 이렇게 기자가 고등학생이던 2000년대 초반까지도 집에서 키우던 개를 할머니가 ‘공부’를 핑계로 팔아 버리는 경우가 많았다.

 

개고기는 1990년 이전 우리나라가 못살 때 육류 단백질을 공급받기 위한 수단으로 개를 잡아 삶아 먹은 것에서 유래됐다. 한국 특유의 보신 문화로 인해 여름 삼복철이면 길거리에 다니던 개들은 거의 씨가 마를 정도였다고 하는데 개고기가 몸보신에 탁월하고 다른 육류보다 흡수력이 좋다는 유언비어까지 존재할 정도로 꽤 오랜 기간 대중적인 식재료로 자리 잡아 왔다.

 

 

개고기와 관련한 많은 논문과 기사를 살펴봤을 때 2000년대 이전까지는 대중 사이에서도 개고기는 우리 전통 식문화이며 이를 굳이 바꿀 필요는 없다는 여론이 상당했다. 2000년에 발행된 한국식품영양학회지에 실린 자료에 따르면 성인 1502명 가운데 평균 86.3%가 개식용에 찬성했다는 결과가 있는 정도였다. 심지어 서양 국가가 개고기 문화에 대해 우매하다고 여긴다고 해서 이를 따르는 것을 사대적인 일이라고까지 언급한 논문도 존재했다.

 

올해 경기도민을 상대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개고기를 먹을 의향에 대한 질문에 ‘없다’고 말한 이들이 84%에 달했다. 또한 개식용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64%로 과반수가 넘는 현상을 보였다. 이렇듯 지난 10년 여 간 시민들의 인식은 개식용에 반대하고 나아가 금지할 것을 주장하는 기류가 뚜렷하다.

 

이러한 여론 덕분에 실제 개식용 금지 법제화에 반대하는 이들 가운데는 ‘어짜피 자연스럽게 없어질 사양산업을 굳이 법으로 정해야 할 필요가 있냐?’는 주장도 나온다. 실제로 기자의 세대는 주로 어른들 손에 이끌려 보신탕집에 가긴 했어도 친구들끼리 만날 때 보신탕을 먹으러 가진 않는다. 하지만 어짜피 자연스럽게 없어질 문화라고 이야기했던 게 10여 년이 달했다. 확실히 보신탕을 찾는 수는 줄어들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복날마다 보신탕을 으레 즐기던 인구가 매년 250만 마리의 개들을 잡아먹는다.

 

이밖에도 식용견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한 대권 후보가 경선토론회에서 개 식용과 관련된 질문에 “식용개는 따로 키우지 않냐?”고 발언하기도 했듯이 많은 사람들이 식용견이 따로 있다고 생각한다.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할 만한 생물학적 기준은 없다. 그렇다면 식용견이 따로 있다고 주장하는 개 농장주들은 식용견과 반려견을 구분할 수 있을까? 지난 8월 동물보호단체인 휴메인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 코리아는 식용견 농장에서 65마리의 개들을 구조했고 그곳에는 진도군의 관리하에 있는 천연기념물 제53호인 진돗개가 발견됐다. 이렇듯 개농장주들 눈에는 국가가 관리하는 소중한 천연기념물조차 소위 ‘식용견’으로 둔갑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개식용 문화 자체가 없는 서양 국가를 제외하고 중국, 대만,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들에서는 개 식용 문화가 있었다. 하지만 동물복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면서 ‘개 식용 금지법’은 세계적인 추세로 나타나고 있다. 2017년 대만은 ‘개와 고양이 식용 금지법’을 마련했다. 구체적으로는 개와 고양이 고기를 판매, 구매, 보유, 식용한 경우 2년 이하의 징역과 벌금을 물게 된다. 이밖에도 필리핀은 개를 죽이는 행위를 금지하고 이를 어기면 6개월 이상 2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에 처한다. 홍콩과 싱가포르도 마찬가지다. 중국도 코로나19 이후 가축에서 개를 제외했다. 

 

한편 정부는 25일 열리는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개식용금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안을 논의하고 사회적인 합의를 유도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번 임기 안에 잔인하고 더러운 뜬장에 갇혀있는 개들이 자유롭게 뛰어나올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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