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유(Palm Oil)란 팜나무 열매에서 뽑아내는 식물성 기름으로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다. 초콜릿, 라면 등 식품뿐만 아니라 치약, 화장품, 비누 등 대부분 생필품에 원재료로 들어가 있다.
팜유는 값이 싸고 경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보통 한 열매에서 코코넛의 2배, 대두의 10배가 되는 기름을 얻을 수 있다. 또한 액체 상태로 유통되는 타 식물성 기름와 비교해 팜유는 고체 형태로 유통이 가능해 많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세계 식물성 유지 소비 규모는 총 1620만톤으로 그 중 팜유가 40%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19년 팜유 수입량은 64만톤으로 해마다 그 수입량이 늘고 있다.
하지만 팜유는 채식을 지향하는 이들 사이에서 기피되고 있다. 식물성 원료이지만 팜나무를 심고 재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문제, 인권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 열대우림을 없애는 주범, 팜유농장
팜나무는 적도 주변의 따뜻하고 습한 열대지방에서 자란다. 이에 팜유의 90%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되고 있다.
팜유 농장을 세우기 위해서는 벌목을 진행하고 녹지에 불을 질러 주변 식생을 파괴하는 과정을 거쳐야한다. 팜유를 소비하는 양이 늘어나면서 팜유 농장을 위해 벌목이 진행되는 열대우림도 늘어나고 있는데 그 결과 2016년 인도네시아 팜유 농장은 남한보다 넓은 11만 6700㎢에 이른다고 한다.
한편 팜나무 한 그루에 사용되는 물의 양은 하루에 91L에 달한다. 팜농장에서 끌어다 쓰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에 인근 주민들은 식수 부족으로 고통을 받는다. 또한 농장에서 쓴 화학 비료와 제초제들로 인해 하천이 오염되는 등 환경오염에도 심각한 문제를 야기한다. 팜유 농장에서 열매를 재배하고 나면 팜유를 만들기 위해 24시간 이내에 기름을 짜야한다. 이때 돌아가는 기계로 인해 대기오염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멸종 위기종들이 서식지를 빼앗게 되는 문제도 있다. 비정부민간기구인 ‘국제자연보존연맹’ 보고서에 따르면 멸종위기 포유류의 54%, 조류의 64%가 팜유 산업의 열대우림 파괴 영향을 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피해자는 오랑우탄이다. 기업들은 팜유농장을 만들기 위해 화전 작업을 진행하는데 이때 오랑우탄들은 불에 타죽거나 총에 맞아 죽는다. 이때 살아남았다고 해도 잿더미로 변한 숲에 고립된 채 굶어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사는 약 14만8500마리의 오랑우탄이 죽었으며 수마트라 호랑이나 코뿔소, 코끼리 또한 개체 수가 줄었다.
◆ 맹독성 제초제 · 아동착취 등 심각한 인권문제까지
2018년 국제비정부기구 국제엠네스티는 보고서 ‘팜유에 얽힌 거대한 추문’를 통해 9개의 다국적 기업이 어린 아동을 끔찍한 환경에서 일하게 하는 등 인권 침해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고 폭로했다. 그중에는 한국 기업이 운영하는 팜유 농장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아동들이 10시간을 일한 후 1달러를 받으며 보조장치 없이 높은 나무에 올라가 무거운 팜유열매를 따고 있다며 인권 침해 문제를 지적했다.
대부분 팜유농장 노동자는 하루 850kg의 팜유를 수확해야 하는 할당량이 정해져 있다. 혼자서는 끝낼 수 없는 양으로 아내와 아이 가족들을 동원해 할당량을 채우게 된다. 또한 유독성 살충제를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맨손으로 사용해 장기 손상을 입는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 식물성 기름이지만 건강하지 않다?
팜유는 식물성 기름이지만 건강상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포화지방 함량이 높아 다량 섭취 시 심혈관 질환이나 대장암의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또한 팜유는 라면, 과자 외에도 초콜릿 제조시에도 많이 사용되는데 카카오 버터 대신 팜유를 넣어 경화유로 굳히는 과정에서 트랜스지방이 만들어진다. 트랜스지방은 콜레스테롤 수치를 높이고 알츠하이머, 뇌 기능에 문제를 일으킨다고 알려졌다.
이에 프랑스에서는 식품에 사용되는 팜유를 건강에 좋은 원료로 대체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팜유에 부과하는 세금 인상을 추진해오고 있다.
국제자연보존연맹의 잉게르 안데르센 사무총장은 “팜유를 완벽하게 대체할 해결책은 아직 없다”며 “생물다양성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고려할 때 팜유는 지속가능한 식품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