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해마다 바뀌는 트렌드를 알려주는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의 책 ‘트렌드 코리아 2022’에 따르면 2022년 임인년(壬寅年) 범띠 해를 이끌 10대 트렌드 중 하나로 ‘헬시플레저’를 들수 있다. ‘헬시플레저’는 건강 관리를 즐겁게 한다는 뜻으로 과거에는 쾌락을 절제하는 방식으로 건강을 챙겼다면 이제는 건강 관리에 즐거움을 부여해 지속가능케 하려는 것이다.
‘헬시플레저’가 나타나게 된 배경에는 단연코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영향을 들 수 있다. 건강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 주는 큰 계기로 인해 건강을 돌보는 것이 미래의 일이 아닌 지금 현재부터 시작돼야 한다는 건강관리의 중요성이 대두된 것이다. 이 밖에도 자기 관리에 철저한 1인 가구의 증가가 그 배경이 된 것으로 보인다. 건강에 대한 관심 증가에 뭐든 즐겁게 경험하고 인증하는 MZ세대 특유의 방식이 더해져 ‘헬시플레저’가 탄생한 것이다.
최근 불고 있는 비건 열풍은 이러한 ‘헬시플레저’가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육류를 먹지 않고 채소만을 먹는 등의 금욕적인 식생활이 곧 채식이라고 인식했던 과거와 달리, 맛있는 비건 식품으로 새로운 식단에 도전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채식은 환경을 보호하고 동물에 대한 죄책감을 덜 수 있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식단으로 손꼽히는 것이다.
유통업계에는 채식을 추구하는 소비자가 늘어남에 따라 식물성 제품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다. 두부면, 비건 만두, 비건 카레 등 다양한 제품이 등장했다. 아울러 푸드테크 기업이 나날이 증가함에 따라 식물성 재료로 만든 대체육, 실험실에서 만든 고기인 배양육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디저트도 마찬가지다. 초콜렛, 아이스크림, 젤리, 크래커 등 웬만한 디저트는 비건식으로 충분히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되고 있다.
비건 식당 역시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국내 비건 레스토랑은 전국 350~400개로 추정되며 채식을 옵션으로 제공하는 가게를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비건 식당의 메뉴 역시 이탈리안, 한식, 중식 등 다양해지고 있는데 예컨대 닭강정 대신 버섯강정, 탕수육 대신 가지탕수육 등으로 맛있고 즐거운 채식에 힘을 보태고 있다. 또한 ‘#나의비거니즘식단’, ‘#고기없는월요일’ 등 키워드로 공유하는 MZ세대 특유의 인증문화가 반영된 비건 생활은 지속적인 비건 식단을 응원하는 역할까지 한다.
국내 채식 인구는 약 2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매일 삼시세끼를 비건식으로 즐기지 않더라도 일주일에 하루, 하루에 한 번 등으로 나만의 비건 식단을 통해 서서히 채식을 시작하는 간헐적 채식주의자들이 급증하고 있다. 이렇게 '헬시플레저'를 위해 채식을 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비건 시장을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