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人터뷰] 비건헬스 선도하는 '채식주의' 보디빌더

2021.04.01 17:08:37

다큐멘터리 보고 직시한 진실 "인간 본질은 채식"
"채식이 정답" 오랜 식단 연구 끝에 '비건' 정착
완전 채식으로 참가한 보디빌딩 대회서 2위 입상
프로 보디빌더의 입증 "채식해도 '근 손실' 없다"

우람한 체격과 건장한 근육질을 자랑하는 보디빌더를 떠올리면 강도 높은 웨이트트레이닝과 함께 ‘닭가슴살’이 연상된다. 운동만큼 식이요법이 중요하다는 보디빌딩은 고단백 식단을 중시한다고 알려졌다. 미디어에서도 몸 만들기의 기본은 고단백 식단이라고 강조한다.

 

정말 탄탄한 근육을 갖기 위해서는 반드시 동물성단백질의 급원인 ‘고기’를 먹어야 하는 걸까. 최근 엄격한 채식주의 단계인 ‘비건(vegan)’ 보디빌더가 이 같은 편견을 산산조각냈다. 비건뉴스가 비건 보디빌더를 직접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Q.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한국체육대학교에서 운동건강관리학과 운동생리학을 전공했습니다. 국가공인 건강운동관리사를 취득해 헬스트레이너와 보디빌더를 겸하고 있어요. 수상 경력으로는 ‘2018 ICN 코리아 보디빌딩 노비스’ 1위, ‘2020 NPC 내추럴 리저널 보디빌딩 오픈’ 2위 등이 있습니다."

 

 

Q. 채식을 뭐라고 정의하시나요?

 

"채식은 ‘정답’이에요. 채식을 시작하면서 8년간 고민했던 문제의 실마리를 찾았어요. 지금까지 수많은 건강 식단을 연구하고 실천해봤지만 채식만큼 제 몸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식이요법은 없었죠. 물론 사람마다 다를 수 있어요. 모든 식단을 존중하지만 제게는 채식이 정답이에요."

 

 

Q. 채식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지난해 우연히 보게 된 넷플릭스 다큐멘터리영화 ‘몸을 죽이는 자본의 밥상(What the health)’과 ‘더 게임 체인저스(The game changers)’를 계기로 채식을 연구했어요. 다큐멘터리는 사람들이 즐겨 먹는 붉은색 고기가 2군 발암물질이라는 사실을 알리고 미디어가 권장하는 육류 섭취에 대한 비밀을 파헤치는 내용이에요. 또 육류가 단백질의 유일한 급원이라는 오해를 풀고 생리학적 관점에서 식물성단백질이 동물성보다 유익하다는 사실을 폭로하죠. 관련 서적과 논문을 숙독하면서 본격적으로 육식의 허점과 채식의 이점을 알게 됐어요. 이후 플렉시테리언(Flexi-tarian·유동적 채식주의자)부터 시작해서 80%까지 채식 비율을 올렸다가 준비 중이던 보디빌딩 대회 2주를 앞두고 완전 채식에 돌입했어요. 이때 참가한 대회에서는 2위에 입상했습니다." 

 

Q. 다큐멘터리가 아무리 충격적이라 한들 남들 다 먹는 고기를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을 텐데요. 

 

"국가대표 운동선수나 프로골퍼, 건강한 몸을 위해 피트니스센터를 찾으시는 회원분들까지 많은 분들이 제 조언에 따라 운동량과 식단을 조절하고 계세요. 트레이너이자 건강운동관리사로서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는 정보가 있다면 직접 연구하고 시험하는 게 당연합니다. 결과적으로 채식 시도는 어렵게 공부한 전공을 더 깊이 있게 바라보는 계기가 됐어요. 또 당뇨가 있으신 아버지 건강도 강한 동기부여가 됐죠. 아버지께 권하기 전에 제가 직접 채식하면서 경과를 지켜보고 자신 있게 말씀드리려는 마음에서 처음 시작한 것도 있거든요.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셨던 아버지도 건강한 변화를 눈으로 직접 확인하시고는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계세요."

 

 

Q. 본격적인 채식을 시작한 이후 신체적으로 뚜렷한 변화가 있었나요?

 

"일단 기본적으로 많은 분들이 걱정하는 ‘근 손실’은 없었어요. 오히려 지방은 줄고 근육량이 늘었고요. 소화기관 등 장 기능도 좋아졌어요. 뜻밖에 비염 증상도 완화됐어요. 피부 트러블도 줄어들고 탄력이 좋아진 것 같고요. 무엇보다 다른 식단조절에 비해 뇌랑 신경계에서 느끼는 피로도가 확실히 덜해요. 지금까지 원푸드, 키토제닉, 간헐적 단식 등 사실상 직접 안 해본 식이요법이 없어요. 물론 덜먹으면 살이 빠지는 게 당연하고 운동하면 근육이 늘어나는 게 맞아요. 근데 이런 식단으로는 사회생활이 불가능하겠더라고요. 매사에 화가 나고 극심한 스트레스 상태가 지속돼요. 몸 건강은 둘째치고 정신적으로 피로하죠. 반면 채식은 신체 컨디션과 정서적 안정감을 동시에 충족해줘요. 지속가능한 식이요법인 셈이에요.”

 

 

 

Q. 채식으로 구성한 식단 비결이 궁금해요.

 

"일단 음식의 열량과 영양성분을 철저하게 분석해서 견과류 한 알까지 계산하고 정량만큼 먹어요. 식단은 주요 식물성단백질 급원인 콩류(검은콩·낫토·템페 등), 두부, 콩고기 등을 중심으로 양질의 지방을 함유한 견과류, 5색(빨강·노랑·보라·초록·흰색) 채소를 골고루 포함해 영양소 과잉 및 결핍이 없는 형태로 구성하고요. 필수영양소 이외에 비타민과 무기질, 파이토케미컬 등 ‘미량 영양소’까지 고려합니다."

 

 

Q. 풀만 먹고 어떻게 근육을 키웠냐는 질문을 많이 받으실 것 같아요.

 

" 네 맞아요. 채소만 먹고 어떻게 몸을 키웠냐는 말을 많이 들어요. 혹시 약물이 아니냐고 오해하는 분들도 계시고요. 솔직히 이런 말 들으면 엄청 억울해요. 일단 맹세코 약물 복용은 없었고요(웃음). 또 저는 고기를 먹지 않지만 단백질 결핍이 없는 식단을 지키고 있어요. 전부 식물성단백질이죠. 생각보다 고기가 아닌 단백질의 급원은 많아요."

 

 

Q. 식물성단백질을 고집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동물성단백질을 섭취하기 위해 고기를 먹으면 어쩔 수 없이 콜레스테롤도 먹게 돼요. 성인 기준 1일 콜레스테롤 섭취량 제한 기준은 하루 300mg 미만으로 정해져 있어요. 달걀 한 개(240mg) 먹으면 끝이죠. 반면 식물성단백질은 몸에 나쁜 콜레스테롤 대신 플라보노이드, 안토시아닌 같은 항산화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요. 식물성 식품으로만 섭취할 수 있는 항산화물질은 체내 면역력을 높여주고 활성산소를 제거해서 신체 노화 시계를 늦추죠. 베타글루칸, 펙틴 등 식이섬유도 풍부해요.

 

또 동물성단백질 섭취는 혈중 인슐린 농도를 증가시켜 건강을 악화한다는 내용의 연구가 다수 발표됐고요. 동물성단백질 대신 식물성단백질을 섭취하면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는 연구결과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어요. 성인병과 암 발병률을 낮추려면 과도한 동물성단백질 섭취를 줄이고 식물성단백질 비율을 늘리는 식단 변화가 필요해요."

 

 

Q. 가끔은 육식생활이 그립지 않나요?

 

"지금은 한우 100만원 어치가 눈앞에 있어도 먹고 싶지 않아요. 길 가다 곱창이나 삼겹살 등 고기 굽는 냄새를 맡아도 식욕이 동하지 않고요. 무엇보다 채소가 맛있어요. 이제는 억지로 먹는 게 아니라 맛으로 먹어요."

 

Q. 기후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채식이 꼽혔는데요, 환경적 측면에도 관심이 있으신가요?

 

"솔직히 처음에는 기후위기를 막는 환경보호적 차원에서의 채식이나 윤리적인 이유는 염두에 두지 않았어요. 단순히 건강을 위해 시작한 케이스죠. 이 작은 실천이 타인과 동물, 지구 환경에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고 나니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내 건강에도 좋은데 다른 사람 건강에도 좋고 동물도 지켜주고 환경에도 좋다면 이만한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싶어요. 물론 타인에게까지 강요하고 싶은 마음은 없어요. 그냥 나부터 바뀌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Q. 채식 입문자들에게 조언한다면.

 

"사실 SNS로 질문이 쇄도하는 편이에요. 채식이 왜 좋은지, 왜 굳이 해야하는지 묻는 분들도 많고요. 이럴 때는 최소 2편 이상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2~3권 서적을 찾아 읽어보시라고 말씀드려요. 일단 제대로 알아야 시작을 하든 반대를 하든 행동할 수 있는 원천이 생기죠. 의존적인 자세보다는 직접 탐구하려는 주도적인 자세가 의사결정과 실천에 큰 도움이 돼요."

 

Q. 향후 계획은 무엇인가요?

 

"일단 채식을 계속 실천하면서 인식개선이나 대중화에 기여하고 싶어요. 나중에는 전공과 건강운동관리사 자격을 살려서 '비건헬스' 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있어요. 이익보다는 공익을 추구하고 싶고요. 많이 지켜봐 주세요."

서인홍 desk@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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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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