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휘민 반함동물의료센터 원장, 지역병원 한계를 넘다

  • 등록 2024.08.07 17:2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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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병원 수준의 진료 펼치는 1차 병원

[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재발률 0%의 반려견 슬개골 수술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는 안산 반함동물의료센터.
이름에서 주는 무게감부터 그러하듯, 반함동물의료센터는 지난 2022년 일반적인 지역 동물병원의 수준을 넘어서는 진료를 추구하는 수의사들이 뭉쳐 개원한 곳이다. 따뜻한 웃음이 인상적인 임휘민 대표원장은 이번 인터뷰를 통해, 동물들에 대한 진심 어린 애정과 높은 수준의 진료를 가까운 지역에서 제공하고자 하는 굳은 의지를 보여주었다.

 

 

—임휘민 대표원장님의 개인 소개 부탁드린다.

 

“어릴 때부터 강아지를 엄청나게 좋아했다. 친척집에서 키우던 해리라는 아이가 기억난다. 같이 아이스크림도 나눠 먹고 그랬는데 어른들이 아직 그걸 놀리신다. (웃음) 고3때 수능을 보고 앞으로 내가 어떻게 살면 행복하게 살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하다가 수의대를 선택하게 됐다.”

 

—수의사로서 첫발을 내디뎠을 때를 떠올려 본다면.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 중에 유난히 겁을 먹고 공격성을 띠는 아이들이 있었다. 아마 수의사가 하얀 옷을 입고 있고 진료실도 낯선 공간이다 보니 그랬겠지만, 처음엔 그게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다. 나는 어떻게든 너를 낫게 해주려는 건데, 대체 왜 이렇게 겁을 먹고 공격까지 하나 싶었다. 그런데 계속 진료를 해오며 많은 아이를 만나다 보니 그 아이들이 왜 그러는지 이해하게 되고 오히려 안쓰러운 감정을 많이 갖게 됐다. 이제는 벌써 9년 차 수의사로, 한국 수의 순환기학회 인증의로서 내과를 전문으로 진료하고 있다.”


—동물들을 자연스럽게 아이들이라고 칭하는 게 인상적이다. 동물에 대한 진심이 느껴지는 것 같다. 그렇다면 반함동물의료센터를 개원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

 

“인턴을 시작할 때부터 좋은 진료 실력을 갖추는 데에 많이 집착했다. 작은 병원은 장비도 부족하고 큰 질환을 제대로 치료도 못 하고, 또 간단한 진료만 계속 보면 거기서 실력이 멈추겠구나, 라는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CT와 MRI를 갖춘 큰 병원에서 인턴을 시작했다. 장비가 부족해서 진단과 치료를 못 하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 그러다 반함동물의료센터를 개원하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2차 병원이 너무 적다는 생각에서였다. 안산시를 통틀어 2차 병원이 딱 한 곳 있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들이 아픈 아이를 데리고 멀리 다니시는 경우가 많아 늘 안타까웠다.”

 


—반함이라는 이름에는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가.

 

“'보호자들이 우리의 진료에 반한다'는 의미와 '반려동물과 함께한다'는 두 가지 뜻이 있다. 병원 이름을 정할 때부터 어떻게 우리의 진심을 잘 전달할 수 있을지 고민을 많이 했다. 단 한 번의 진료가 아닌 길게는 20년까지 아이들과 보호자님들과 오랫동안 함께 하고자 지은 이름이다.”


—의료센터라는 이름부터 타 병원들과는 무게감이 다른 것 같다. 1차 병원으로서 쉽지 않은 큰 투자를 한 것 같다.


“2차 병원 같은 1차 병원을 추구하고 있다. 가까운 지역에서도 2차 병원과 똑같은 진료를 할 수 있도록 많은 투자를 했다. 아이들과 보호자들이 2차 병원의 질 높은 진료를 가까운 곳에서 누리게 해드리고 싶었다.”


—리뷰에서 의사 선생님들이 친절하다는 얘기를 유난히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는 진료 시 이 검사를 왜 진행해야 하며 앞으로 치료가 어떻게 될 것이라고 충분히 설명해 드린다. 보호자님들이 과잉 진료라고 느끼는 이유는, 사실 치료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아 생기는 경우가 많다. 검사 하나하나 이게 왜 필요한지부터 이걸 통해서 우리가 뭘 얻을 수 있는지 정확하게 전달 하려고 노력한다. 설사 같은 간단한 질환으로 오더라도 최악의 상황까지 설명해 드리고 현재 치료와 추후 변화에 따른 진료 방향 등, 전반적인 치료 계획을 상세히 설명한다.”

 

—반함동물의료센터의 주요 진료 영역은.

 

“사실상 종합병원이다. 간단한 피부 진료부터 노령성 중증 질환·안과·치과·정형까지, 각 분야의 전문의들이 뭉쳐서 진료하고 있다.”


—담당 주치의 제도를 운용한다고 들었다. 어떤 제도 인가.


“아이들의 치료는 한 번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체중 변화나 증상의 변화를 계속 관찰하는 연속성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 원에서는 담당 주치의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처음 내원해서 배정받은 담당 주치의가 계속 그 아이를 진료한다. 아이에 대한 이해도도 높고 진료의 질도 훨씬 올라간다.”

 

—슬개골 수술에 특히 일가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맞다. 담당 의사의 실력이 너무 좋다 보니 감사하게도 그런 평가를 받고 있다. 슬개골 수술은 아이들 무릎뼈가 빠지는 질환에 대한 수술이다. 우리 병원 슬개골 탈구 수술은 지금까지 재발률 0%를 자랑한다.”

 

—놀랍다. 슬개골은 수술도 수술이지만, 보호자들의 사후 관리가 무척 까다로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후 관리에도 차별점이 있는가.


“슬개골 수술 후 아이들은 통증 때문에 잘 걷지를 못한다. 그래서 식사나 대소변 관리 등이 힘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우리 병원에서 수술한 아이들은 수술 후 3일 정도 입원을 통해, 간단한 일상생활을 할 수 있을 정도의 보행이 가능하게 된 후 퇴원시킨다. 담당 의사의 수술 실력이 워낙 뛰어나서 그 정도면 걸어서 나갈 수 있게 된다. 그러다 보니 보호자님들의 만족도가 무척 높다. 오히려 아이들이 집에 가서 자꾸 뛰려고 해서 고민이라고 말씀해 주시는 분들이 많을 정도다.”

 

—보호자들 입장에서 정말 좋을 것 같다. 타 병원들과 또 다른 차별점이 있다면.


“심장병 치료와 안과 진료 또한 자부한다. 심장은 우리 몸의 엔진 같은 역할을 한다. 심장이 안 좋으면 다른 장기까지 영향을 받는다. 특히 콩팥이 같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 심장을 치료하려고 하면 콩팥이 나빠지고, 콩팥을 치료하려고 하면 심장이 나빠진다. 심장과 콩팥의 줄다리기 같은 치료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것은 진료 경험이 많지 않으면 인지하기조차 힘든, 어려운 질환이다. 우리 병원에는 2차 병원 출신과 대학병원 출신의 경험 많은 수의사님이 심장 담당의로 계신다. 많은 진료 경험을 바탕으로 세밀한 치료와 관리를 하고 있다.”

 

—얘기만 들어도 굉장히 높은 수준의 치료 같다. 안과의가 따로 계시는 것도 이채롭다.


“수의학계에서 아주 드문 안과 박사인 장제환 박사가 우리 병원 안과 원장님으로 계신다. 백내장 수술은 다루는 병원이 아주 적은데, 우리 병원에서는 안과 박사님이 직접 백내장 수술을 집도 하신다. 전문성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1차 병원이 이렇게 각 분야의 전문성을 갖고 있다는 게 무척 놀랍다.

 

“좋은 진료를 펼쳐 보자는 마음으로 모두 의기투합했다. 전문의들이 상주하며 협진해서 더 좋은 치료 효과를 보게 되는 것 같다. 1차 병원 중에서는 규모가 조금 있는 편이다.”


—병원의 내과 진료 시스템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우리 병원은 주치의가 진료부터 각종 검사(복부초음파, 심장초음파 등), 치료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진료보기 때문에 환자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 초음파 사진을 해석해 약물을 처방하는데 이렇게 분리된 경우, 영상 수의사는 내과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해지고 내과 수의사는 영상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질 수 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심장 초음파 검사부터 약물 처방까지 많은 공부와 연구를 했다.”


—더 좋은 진료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다. 병원을 운영하다 보면 진료 외적인 일들이 많아져서 연구에 소홀해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정체되지 않기 위해 원장님들과 번갈아 가며 세미나에 참석하고, 온라인 세미나를 함께 듣고 토론하며 최신 경향을 치료에 접목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수의사로 일해 오며 느끼는 것이 있다면.

 

“두 가지 경우에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열심히 치료해도 아이들이 우리를 마냥 무서워할 때가 있다. 그럴 때는 가끔 아쉬운 마음이 든다. 진료 후 보호자님들이 아이들 대신 해주시는 '감사합니다' 한마디가 하루 종일 기분 좋게 만든다. 또 하나는 중증 질환 아이들이 치료 중에 사망해 무지개다리를 건널 때다. 보호자님들이 많이 우시는데 나도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으로서 남 일 같지 않다. 내가 키우는 고양이도 13살이 거의 다 돼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나도 이 아이를 떠나보내면 다시는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본지 기자가 키우던 15살 고양이가 얼마 전 구강암으로 무지개다리를 건너서 원장님 말씀에 공감한다. 반려동물 인구가 많이 늘어나고 있다. 반려동물의 보호자들에게 조언해 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최선의 치료는 예방이다, 이 말씀을 꼭 드리고 싶다. 항상 드리고 싶은 말씀이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아픈 걸 숨긴다. 어떻게 보면 우리 부모님들이 생각나기도 한다. 부모님들도 어디가 아프셔도 말씀을 안 하시지 않나. 그게 참 답답하고 속상하다. 그래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정말 중요하다. 초기에 발견하지 못한 질환이 갑자기 극단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반려동물의 1년은 사람으로 치면 6~7년이다.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다. 이제부터는 아프다고 표현도 못 하는 아이들에게 생일 선물로 1년에 한 번씩 건강검진을 선물해 주면 어떨까.”

 

—최근 동물 의료 분야에서 주목받은 기술이나 큰 트렌드가 있다면.

 

“사람에게 적용되던 기술들이 동물들에게도 점점 적용되는 추세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MRI가 많지 않았는데 이제는 도시마다 한두 개씩은 꼭 있는 것 같다.”

 

—모든 분야에서 AI시대를 맞이해가고 있다. 동물 진료에서는 어떤가.

 

“인공지능을 진료에 도입하는 건 시기상조가 아닌가 싶다. 가장 두려운 게 환각 현상(할루시네이션)이다. 다른 분야는 조금 부정확한 정보를 내거나 판단해도 생명에 당장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 하지만 의료는 생명과 직결된다. 우리가 AI 판독만 믿고 어떤 결정을 내리기엔 너무나 큰 부담이 있다. 참고는 할 수 있겠으나 아직 이것만 믿을 수고 판단을 내리기는 힘들지 않을까 싶다.”

 


—원장님이 지켜오고 있는 진료 철학이 있다면.


“아이들의 건강이 무조건 최우선으로 여긴다. 동물병원은 때로 높은 수가 등의 이유로 과잉 진료에 대한 논란이 생긴다. 우리는 병원의 이익을 우선으로 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의 건강을 항상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가장 이로운 치료 방법을 찾는다. 항상 '나의 반려동물이라면 어떻게 할까'라는 생각을 가지고 진료를 보고 있다. 그 점을 보호자님들이 꼭 알아주시면 좋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아이들을 치료할 때는 수의사와 보호자가 한 팀이 돼야 한다. 한 팀이 돼서 헤쳐 나가야 한다. 서로 신뢰하며 아픈 아이들을 치료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아이들을 치료할 때 보호자와 수의사가 한 마음, 한 팀이 되는 것, 그걸 강조하고 싶다.”

최유리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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