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코로나19로 인해 일회용품 사용이 증가하면서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가격이 비싸더라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 착한 상품을 구매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이에 기업들이 너도 나도 ‘친환경’을 앞세워 소비자들의 눈에 띄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내놓고 있는 만큼 친환경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고, 겉모습만 친환경인 ‘그린워싱’(greenwashing)인 경우도 많아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기자는 28일, 오전만 해도 고개가 갸우뚱해지는 친환경 상품을 두 번이나 목격했다. 리유저블 컵 이벤트를 진행한 커피 매장에서 한 번, 인터넷을 통해 본 친환경 호텔 패키지 광고에서 한 번이다.
지난 27일 한 커피 프랜차이즈 브랜드는 28일 하루 동안 음료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에게 일회용 컵이 아닌, 리유저블 컵을 제공하는 이벤트를 벌였다.
매장 오픈 시간부터 길게 줄을 지어 사람들은 음료를 구매했고, 오늘 하루만 판매한다는 높은 희소성 때문에 음료를 먹기 위해서라기보다 리유저블 컵을 받아, 되팔기 위해 사재기를 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이렇듯 한정판 이름을 달고 나온 리유저블 컵을 말 그대로 여러 번 사용하는 소비자는 극히 적다.
하지만 소비자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다. 리유저블 컵이나 텀블러는 오래 사용해야 친환경 효과를 거둘 수 있다. 몇 번 사용하지 않는다면 일회용 컵을 사용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실제로 기후변화행동연구소가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텀블러와 리유저블 컵 생산 단계에서 배출되는 온실가스양은 종이컵 대비 각각 24배, 2배에 달한다. 다회용 컵을 몇 번 쓰고 버릴 바에야 차라리 매번 종이컵을 사용하는 게 환경에는 더 이로운 셈이다.
친환경 호텔 패키지 상품은 또 어떨까. 국내의 한 호텔은 28일 환경을 생각하는 그린 캠페인을 발표했다. 이들은 친환경 가치 소비 트렌드 확산에 따라 고객들이 자발적으로 환경보호에 참여하고 ‘제로 웨이스트’를 함께 실천할 수 있도록 기획됐다고 전하며 해당 패키지를 이용하면 플라스틱 용기 1개를 지급한다고 전했다. 플라스틱 용기를 가지고 호텔 내 레스토랑을 방문해 담아오는 ‘용기내 챌린지’를 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용기내 챌린지’를 경험해보자는 호텔 측의 취지는 좋으나 실제 ‘용기내 챌린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품이다. ‘용기내 챌린지’는 일회용품 사용을 줄이고자 집에 있는 다회용기를 가져가 음식을 포장해오는 챌린지로, 음식을 받기 위해 새로운 다회용기를 사용하는 해당 호텔의 패키지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
이처럼 친환경인 듯 친환경과는 거리가 먼 상품들이 점점 늘어나면서 소비자들은 좀 더 꼼꼼하게 친환경 여부에 관해 확인할 필요성이 커졌다. 아울러 그린워싱에 대한 가이드라인과 규제도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해외 주요국에서는 엄격한 규제와 함께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그린워싱에 대응하고 있다. 미국은 연방거래위원회의 그린 가이드를 통해 기업이 ‘친환경’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과학적이고 합리적 증거와 친환경을 뒷받침할 수 있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의 경우도 환경식품농촌부가 관리하는 가이드라인을 통해 환경성 주장에 대한 입증과 정확성이 확인된 정보가 뒷받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