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수첩] 농장 동물에 대한 ‘타자화’, 언제부터 시작될까?

  • 등록 2022.04.30 14: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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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타자화(他者化)’는 동물과 인간의 관계를 설명할 때 중요한 개념이 된다. 백과사전에서는 타자화에 대해 특정 대상을 말 그대로 다른 존재로 보이게 만듦으로써 분리된 존재로 부각하는 말과 행동, 사상, 결정 등의 총집합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말 그대로 타자화를 통해 ‘우리’가 아닌 ‘남’으로 인식하는 것이다. 타자화가 문제시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했다. 특정 대상을 ‘남’이라고 생각하면서 ‘우리’에서 소외되게끔 만들고 그 특정 대상에 대한 차별과 ‘우리’의 권력이 정당화하기 때문이다.

 

비거니즘을 설명할 때 타자화가 등장하는 것은 인간에 의해 매일 희생되는 농장 동물들과 관계가 있다. 인간이 철저한 동물에 대해 철저한 타자화를 하면서 육식을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이 태어날 때부터 동물에 대한 타자화를 가진 채 태어나는 것일까? 아마 아닐 것이다.

 

어린이들은 조그만 곤충부터 물고기, 돼지, 소까지 ‘동물 친구들’로 인식한다. 이러한 동물 친구들이 의인화돼 등장하는 동화책을 읽으며 친구가 되고 일부 어린이들은 생선, 돼지 등을 먹을 수 없다고 거부하기도 한다.

 

 

이러한 어린이가 식탁에 올라오는 동물을 자주 접하면서 서서히 ‘타자화’를 학습하게 되며 어른이 되면 집에서 키우는 귀여운 강아지는 ‘우리’ 강아지가 되지만, 돼지, 소는 ‘식량’으로 둔갑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언제쯤 진정한 ‘타자화’를 학습하게 되는 것일까? 최근 이에 대한 답이 영국의 연구진들을 통해 발표됐다.

 

최근 사회 및 성격심리과학지(Social Psychological and Personality Science)에 실린 ‘종주의의 발달: 동물에 대한 도덕관의 연령 관련 차이(The development of speciesism: age-related differences in the moral view of animals)’ 논문에 따르면 동물에 따라 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도덕적 위계인 ‘종 차별주의’가 청소년기에 학습된다.

 

엑서터 대학(University of Exeter)과 옥스퍼드 대학(University of Oxford)의 연구원들은 9~11세 사이의 영국 어린이 그룹과 18~21세의 젊은 성인 그리고 노인 남성과 여성에게 다양한 종류의 동물에 대한 태도에 대해 질문했다.

 

연구원들은 연구 참가자들에게 농장 동물과 반려동물을 포함한 사진을 제시하고 음식, 애완동물, 물체로 분류하도록 요청했다. 또한 동물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질문했다.

놀랍게도 어린이들도 모든 동물은 평등하다고 판단하지 않았다. 어린이들은 개는 돼지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전이 있다. 어린이들은 돼지가 인간과 다르게 대우받아서는 안 된다고 결론지었다. 반면 두 성인 그룹은 돼지는 개보다 덜 대우받아야 하고 사람과 개는 똑같이 대우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사람들이 나이가 들면서 농장 동물을 ‘애완동물’이 아닌 ‘음식’으로 분류할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농장동물과 반려동물을 구분하지 않고 모두 음식이 아니라는 태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의 주 저자이자 엑서터 대학의 교수 루크 맥과이어(Luke McGuire)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는 이중 잣대로 가득 차 있다”며 “어떤 동물은 사랑하는 가족 동반자이고, 다른 동물은 경제적 이익을 위해 공장식 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다. 이러한 판단은 해당 동물의 종에 따라 크게 좌우되는데 개는 우리의 친구이고 돼지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이어 “어린이 그룹에서의 결과와 어른 그룹의 결과가 차이를 보이는 것은 그사이의 청소년기에 동물에 대한 사랑이 더 복잡해지고 더 많은 종 차별주의를 발전시키는 일이 일어나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맥과이어 박사는 청소년기를 지나면서 태도를 조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부분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연구 결과를 채식 활성화에 이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이들의 도덕적 지능은 가치가 있다. 많은 사람이 환경적인 이유로 식물성 식단을 선택하기 위한다면 우리는 현재의 청소년 학습에서 큰 변화를 이뤄야 한다”며 “예컨대 학교에서 채식을 더 많이 먹는다면, 그것은 그들의 어린 시절 도덕적 가치에 부합하면서도 성인들의 동물에 대한 표준화(Normalisation)를 감소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권광원 kwang@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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