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전 세계에서 플라스틱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이 발견됐다는 학계의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9일 스위스 연방 산림·눈·환경 연구소(WSL) 연구팀은 과학저널 ‘미생물학 프런티어스(Frontiers in Microbiology)’을 통해 알프스산맥 고지대와 그린란드 및 스발바르 등 극지에서 15℃에서도 각종 플라스틱을 잘 분해하는 세균과 곰팡이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진에 따르면 플라스틱을 분해하는 미생물은 이미 여러 종류가 발견됐지만 이를 산업에 적용할 때 효소들이 30℃ 이상에서만 작동, 비용이 많이 들고 탄소 중립적이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이에 이들은 연구에서 스위스 그라우뷘덴주의 알프스산맥 2979m 고산 지대에서 채취한 토양과 그린란드와 스발바르 등 북극 지역이 자연 상태 또는 땅에 1년 이상 묻혀 있던 플라스틱에서 박테리아 19개 균주와 곰팡이 15개 균주를 채집해 분석했다.
폴리에틸렌(PE)과 폴레에스테르-폴리우레탄(PUR), 생분해성 플라스틱인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와 폴리락틱산(PLA) 혼합물로 이들 미생물의 플라스틱 분해 능력을 실험했고 그 결과 126일이 지나도록 폴리에틸렌을 분해한 균주는 없었다. 반면 생분해성 폴리우레탄(PUR)은 곰팡이 11종과 세균 8종, 폴리부틸렌 아디페이트 테레프탈레이트(PBAT)와 폴리락틱산(PLA)의 혼합물은 곰팡이 14종과 세균 3종에 의해 분해됐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번에 발견한 미생물이 저온에서도 효소가 작동해 플라스틱 생분해에 드는 비용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교신저자 겸 제1저자인 조엘 루티 박사는 “고산 및 북극 토양의 '플라스틱 생태권'에서 얻은 새로운 미생물들이 15℃에서 생분해성 플라스틱을 분해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며 "이 미생물들이 효소를 이용한 플라스틱 재활용 과정의 비용과 환경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도 플라스틱을 분해시키는 신규 미생물이 발견됐다. 11일 전남대학교 연구팀이 비닐봉투의 주성분인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발견해 학계에 보고한 것이다.
전남대는 생명과학기술학부 염수진·윤철호 교수, 고분자융합소재공학부 지원석 교수 공동 연구팀이 쓰레기 매립장에서 비닐을 분해하는 효소를 발견했다고 밝혔으며 해당 연구 결과는 미국화학회 학술지 '환경 과학 기술 회보'(Environmental Science & Technology Letters) 온라인 판에 게재됐다.
연구팀은 광주 광역위생매립장 지하 15m 토양에서 기존에 보고되지 않았던 폴리에틸렌 분해 신규 미생물을 발견했다. 또 이전에 보고되지 않았던 폴리에틸렌 분해 메커니즘에 관여하는 후보 효소를 발굴, 폴리에틸렌과의 효소 반응을 통한 폴리에틸렌 화학적 변화 양상을 보고했다.
폴리에틸렌 성분은 플라스틱 생산량의 약 4분의 1을 차지하는 소재로 비닐 봉투 등에 사용된다. 폴리에틸렌 분해 메커니즘의 이해를 통해 플라스틱 환경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아울러 전남대 생물과학·생명기술학과 박사과정 윤승도 학생과 고분자공학과 석사과정 졸업생인 이창오 학생과 공동 연구를 진행해 신규 미생물이 폴리에틸렌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일 탄소원으로 자란다는 것을 규명했다.
한편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석유 대체 친환경 화학기술개발 사업, 농촌진흥청의 미생물활용농업폐플라스틱분해기술개발 사업, 우수연구-중견연구·연계 신진후속사업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