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정 기자] 추간공확장술은 척추관협착증, 허리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 유착성 질환 등 다양한 척추질환을 수술 없이 치료할 수 있는 대표적인 비수술 시술법이다. 하지만 같은 병, 같은 시술이라도 환자마다 회복 속도와 예후는 천차만별이다. 그 이유에 대해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의 도움을 받아 정리했다.
첫 번째 이유는 척추 구조 자체의 복잡성 때문이다. 척추는 경추・흉추・요추・천추・미추까지 총 33개의 뼈마디로 구성되며, 각 척추뼈 사이의 디스크(추간판)가 충격을 흡수하고, 척추관이라는 통로를 따라 신경다발이 지나간다. 그리고 신경다발에서 갈라진 신경가지는 양쪽의 추간공이라는 통로를 통해 척추관 밖으로 빠져나가는데, 이 신경들은 인체의 각 부위의 운동과 감각을 담당한다. 따라서 병이 생긴 척추 마디와 추간공의 위치에 따라 통증의 양상이나 발생 부위가 달라질 수 있다.
두 번째 이유는 개인별 해부학적 차이 때문이다. 같은 ‘L4-5 척추관 협착증’이라도 해당 마디의 척추관과 추간공의 크기는 개인마다 달라 실제 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의 상대적 넓이가 개인마다 다르다. 이는 마치 기성 양복을 입었을 때 어깨는 맞는데 소매는 길거나, 허리는 맞는데 가슴둘레가 맞지 않는 상황과 비슷하다. 척추도 마찬가지로, 사람마다 뼈마디와 인대의 두께, 디스크의 높이, 등이 달라 통증 정도는 물론 회복 속도도 다르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세 번째 이유는 병변의 위치와 통증 원인의 다양성 때문이다. 같은 마디의 추간공에서도 통증 유발 병소가 내측인지, 중앙인지, 외측인지에 따라 그 양상은 달라진다. 또 좌측이나 우측 한쪽만 문제인지 양측 모두가 문제인지를 파악하는 것도 중요하다. 여기에 신경을 압박하는 물리적 원인이 뼈인지, 디스크인지, 인대인지에 따라 증상 부위가 달라지며, 생화학적 염증이나 유착이 동반됐는지 여부도 통증의 원인을 더욱 복잡하게 만든다.
네 번째 이유는 질환의 진행 정도 차이에 기인한다. 같은 병이라도 얼마나 오래 지속됐는지와 심각성의 정도에 따라 신경의 손상 정도와 공간의 크기는 다르다. 따라서 같은 집도의가 같은 특수키트와 추간공확장술로 인대 절제를 해도 신경 접촉의 정도가 달라 신경 붓기에 차이가 나게 된다. 신경의 물리적 압박을 해소한 후에도 회복 속도가 달라지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기저 질환 및 면역력 상태가 다르기 때문이다. 당뇨, 고혈압, 심혈관 질환 등 기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일반적으로 상처 치유와 신경 회복 속도도 더디다. 특히 최근에 수술이나 항암 치료를 받은 이력이 있다면 체내 염증 수치가 높고 면역 지표가 낮아 시술 후 감염과 같은 부작용 위험도 커진다. 이런 환자들은 시술 전 철저한 검사를 통해 염증 지표를 체크하고 시술 시기를 보다 신중하게 결정할 필요가 있다.
서울 광혜병원 박경우 대표원장은 25일 본지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환자마다 해부학적 구조와 병증 진행 상황이 달라 회복 속도와 예후는 다를 수밖에 없다. 환자와 보호자는 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시술 후 일시적인 통증 악화나 회복 지연이 있더라도 중도에 포기하지 말고 사후 관리와 후속 치료를 꾸준히 이어가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특히 시술 후 특이한 양상의 통증이나 이상 증상이 생기면 의료진과 긴밀히 협조해 조치해야 하며, 절대 자의적으로 약을 끊거나 성급하게 다른 치료를 시도해서는 안 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