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최유리 기자] 과거 과격 시위로 논란이 됐던 이탈리아의 유명 환경단체가 반나체로 거리를 점령하고 유명 분수에 먹물을 끼얹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이탈리아 안사(ANSA) 통신에 따르면 이탈리아 환경단체 ‘울티마 제네라치오네(Ultima Generazione)’는 지난 4일과 6일 잇따라 로마에서 과격 시위를 이어갔다.
보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4일 활동가 6명이 로마 중심가에서 웃통을 벗고 자동차를 막아섰다. 남녀 활동가들은 등에 ‘화석 연료 사용에 반대한다’라는 글과 함께 쇠사슬로 몸을 두르고 연결한 뒤 도로에 나란히 앉아 교통을 막았다.
이들은 “사람들이 우리가 외설적이라고 말하겠지만 에밀리아로마냐에서 일어난 일이 더 음란하다”며 “정부는 극단적인 사건이 계속 일어나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화석 연료에 투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시위 전날 에밀리아로마냐에선 폭우로 인한 산사태가 발생해 수백 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2명이 숨졌다. 한 활동가는 “정부가 화석 연료 산업에 대한 자금 조달을 중단하고 진정한 생태적 전환 정책을 시작해야 한다”며 “사악한 경제·도시 계획 선택에 따라 수십 년 동안 잃어버린 기후 위기의 영향에 대처해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들 단체는 6일 또다시 거리로 나섰다. 로마 나보나 광장 중심부의 피우미 분수에 들어가 먹물을 투척한 것이다. 분수는 이내 검은색으로 물들었으며 주황색 티셔츠를 입은 운동가들은 “우리의 미래는 이 물처럼 어둡다”라고 외쳤다.
이어 “물이 없으면 생명도 없고 기온 상승으로 우리는 가뭄과 홍수에 노출돼 있다”며 “넷제로에 도달하지 않으면 우리의 미래는 끔찍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단체는 지난달에는 로마 스페인광장의 스페인 계단 입구 중앙에 위치한 바르카치아 분수에도 먹물 테러를 일으킨 바있으며 지난해에도 과격 시위를 벌였다.
지난해 7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서 산드로 보티첼리의 명화 ‘프리마베라’(봄)에 자신들의 손을 접착제로 붙여 고정한 채 시위를 벌였으며 11월에는 로마 보나파르테 궁전 미술관에 전시된 빈센트 반 고흐의 ‘씨뿌리는 사람’ 작품에 야채수프를 끼얹기도 했다.
이들은 “화재와 식량위기, 가뭄은 우리를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 우리는 예술을 이용해 경종을 울리기로 결정했다”라면서 “우리는 사회∙기후생태계 붕괴로 향하고 있다”며 “우리가 예술 유산을 아끼고 돌보는 것처럼 다른 세계와 공유하는 지구를 보호하는 데 힘써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작품을 보호하는 유리 액자에 시도한 행위로 작품에 직접적인 영향은 없었지만 이탈리아 정부는 과격 시위가 심해지자 지난달 12일 문화유산과 예술품을 훼손하거나 파손할 경우 최대 6만 유로(약 8740만원)의 벌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법안을 승인했다.
이들은 기후 위기의 심각성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려면 평범한 방식으로는 어렵다면서 극단적 방식의 시위를 합리화하고 있지만 과격 시위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싸늘하다.
앞서 영국의 환경 단체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은 과격한 시위가 오히려 환경보호를 위한 여론 형성에 방해가 된다는 점을 깨닫고 시위를 위해 여러 공공장소를 훼손하고 시민들의 민폐를 끼친 것을 사과하며 과격한 시위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