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김태연 기자] 대한민국 죽음 문화의 변혁을 통한 삶의 질 향상과 품위 있는 임종 체계 확립을 목표로, 의학·인문학·종교학·간호학 등 각 계의 죽음학 연구자들이 한데 뜻을 모아 창립한 단체가 있다. 바로 한국싸나톨로지협회(Korea Thanatology Association, 회장 신경원)이다.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국제표준 죽음 교육체계를 위해 다양한 국제 죽음 교육기관과 호스피스기관 그리고 여러 외국 대학과 연대를 같이하여 ‘삶과 죽음의 질’ 향상을 위한 죽음 교육체계 확립에 노력을 기울이며 주목받고 있다. 본지에서는 『2025 세상을 움직이는 리더십 ‘선한 영향력’ 12인 선정』의 세 번째 주자로 자연의학박사이자 고려대학교 죽음교육연구센터 센터장, 동덕여대 교양학부교수, 국제죽음교육수련감독(FT), (사)국제키비탄한국본부 부총재직을 맡고 있는 한국싸나톨로지협회 신경원 회장을 인터뷰했다.

Q. 한국싸나톨로지협회가 죽음학의 국제표준을 위하여 국제적으로 연대 중인 파트너 기관을 설명해 주세요.
신경원 회장: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ADEC(Association for Death Education and Counseling)의 자매결연 기관으로, ADEC에서 공인한 동아시아 대표 죽음 교육 전문기관이자 세계 최초 ADEC의 인증시험 대행 기관입니다. 또한, 미연방 호스피스협회(HFA, Hospice Foundation of America), 오스트리아 애도상담기관(ACGB, Australian Centre for Grief and Bereavement) 등과 죽음 교육에 대한 ‘협력 교류 기관 협정’을 맺었습니다.
Q. 한국싸나톨로지협회의 목표와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신경원 회장: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죽음학(Thanatology)을 토대로 인간의 실존 회복과 인간다움 실현을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죽음, 임종, 상실, 비탄과 관련된 교육과 상담을 제공하여, 개인이 삶의 의미와 가치를 깊이 성찰하고 상실의 경험을 통해 본연의 자신을 발견하며, 주변과의 사랑의 연대를 자각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나아가, 죽음 교육을 통해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그 소중함을 깨달아, 품위 있는 삶의 마무리를 추구합니다.
Q. 한국싸나톨로지협회에서 주관하는 국내 자격증은 어떤 것이 있나요?
신경원 회장: 죽음교육전문가(보건복지부검인), 반려동물상실애도교육전문가(농축산식품부검인), 애도상담전문가(협회인증), 영적돌봄전문가(협회인증) 등이 있습니다. 또한, 국제죽음교육상담전문가(ADEC)인증 시험자격은 4년제 학사로서, 국제표준교육 60시간 수료 후 부여됩니다. 그리고 이들이 활동할 수 있는 분야는 대체로 공교육체계 분야나 의료체계 분야, 심리상담 분야, 사회 노인복지시설 분야 등으로 다양합니다. 실제적인 활동으로 노인복지 분야의 선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며 업계 내 높은 위상을 갖는 종로노인종합복지관과 블렌디드러닝 교육협약을 맺고 생활지원사와 어르신 150명을 대상으로 죽음 교육을 진행했습니다.


Q.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신간 출간을 앞두고 있습니다. 책에 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신경원 회장: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지난해 『죽음학교본』을 출간했습니다. 한국싸나톨로지협회는 『죽음학교본』에 이어 『죽음교육 교과서』를 새로 기획하고 있습니다. 즉, 중고등학교, 대학교를 비롯한 교육기관에서 죽음 교육에 관한 교과서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으로 집필하여 3월 출간 예정입니다. 이 책은 전 연령대를 아우르는 죽음 교육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Q. 죽음 교육의 대중 친화적인 미래를 위한 3가지 방향성은 무엇인가요?
신경원 회장: 먼저 죽음을 철학적·심리적 개념을 넘어서 삶과 연결된 주제로 다루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대중 매체 속 죽음과 애도의 서사를 통해 자연스럽게 접근하거나, 유명인의 죽음을 통한 그의 실존적 삶의 태도나 그에 대한 사회적 애도 사례를 분석하는 등 실제 사례 중심의 교육을 강화할 계획입니다. 또 단순한 이론 교육을 넘어 VR 체험형 죽음 교육, 자기 자서전 작성 워크숍, AI와 함께하는 미래의 마지막 순간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 같은 참여형 프로그램을 개발할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 세대별 맞춤형 교육이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는 SNS, 유튜브 등 플랫폼을 활용해 ‘죽음을 대화하는 문화’를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며, 노년층의 경우 생애 마지막 단계에 지속적이고 가치 있는 삶과 웰다잉을 연결하여 실질적인 교육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예정입니다.
Q. 회장님이 생각하는 삶의 가치는 무엇이고, 어떤 사람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십니까?
신경원 회장: 저는 삶의 가치란 ‘남겨진 사람들에게 어떤 온기를 남겼느냐’에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살아가는 동안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신념은 ‘친절한 마음을 바탕으로 하는 실천’입니다. 우리가 누군가의 슬픔을 공감하고, 함께 웃고 울며,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각자의 인생이 조금 더 따뜻해질 수 있다면 그것이야말로 가치 있는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저는 부족하고 보잘것없지만, 자신의 소명을 알아차리려 노력하고 실천하고자 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습니다. 제가 남긴 말과 행동이 어떤 이에게는 작은 위로가 되고, 어떤 이에게는 삶을 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제 삶이 ‘온기를 남긴 사람’으로 기억된다면 그것이 가장 큰 영광일 것입니다.
Q. 상실의 시대인 오늘날 죽음학은 어떤 사회적 역할을 할 수 있나요?
임병식 이사장: 급격한 경제 성장 속에서 한국 사회는 ‘빨리빨리’ 문화가 자리 잡았습니다. 최근 벌어진 이태원 참사 등은 충분한 애도 과정이 필요한데 상실을 온전히 마주하지 못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우리 사회는 상실로 인해 더욱 병리적인 문화 구조로 빠지는 듯합니다. 죽음학은 상실에 대한 온전한 직면을 통해 자신의 진정한 상실에 슬퍼할 수 있도록 안내합니다. 슬픔도 이제는 배워야 합니다. 슬픔을 배우고 표현할 수 있는 정직한 태도가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나가는 출발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