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해안가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맹그로브가 실은 매년 수천억 마리의 해양 생물을 길러내는 ‘생명의 요람’이라는 사실이 최신 연구를 통해 드러났다.
맹그로브는 상업적 가치가 높은 새우, 어류, 게, 조개류 등 다양한 생물의 어린 개체가 자라는 핵심 서식지로, 지구 어업과 식량 체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에든버러 대학교(University of Edinburgh)의 필리네 S. E. 주 에름가센(Philine S. E. zu Ermgassen) 박사 연구팀은 전 세계 맹그로브 생태계가 매년 약 7350억 마리의 어린 해양 생물을 길러낸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연구는 총 481건의 현장 데이터를 분석하고, 해수 염도·조차·산림 변화 등 12가지 생태 변수와 지역별 전문가 의견을 종합한 세계 최대 규모의 연구 중 하나다.
연구에 따르면, 맹그로브는 단순한 서식지를 넘어선다. 어린 생물에게 은신처와 먹이를 제공하며 초기 생존률을 높이고, 이는 결과적으로 수산업과 국가 식량 체계에까지 연결된다. 특히 인도네시아, 미얀마, 브라질, 콜롬비아 등지에서는 맹그로브 기반 생물량이 국가 어업의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전 세계 총 물고기 개체 수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며, 인도네시아는 연간 약 1850억 마리의 어린 해양 생물을 생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미주 지역에서는 게와 조개류가 중심 생물종이며, 지역 경제 및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친다.
흥미로운 점은 지역 간의 큰 차이다. 어민이 많은데도 생물량이 낮은 지역은 남획이나 서식지 훼손 가능성이 제기됐고, 생산성은 높지만 어업 활동이 적은 지역은 지속 가능한 어업 확장의 기회를 가진다. 연구진은 이를 통해 보호 및 복원 우선 순위를 도출하고자 했다.
맹그로브는 단순한 단백질 공급원을 넘어선다. 지역 사회의 생계를 유지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며, 해안선 보호와 같은 환경적 역할도 수행한다. 특히 도서국가의 경우, 어업 대상 어종의 80% 이상이 맹그로브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를 통해 맹그로브가 ‘지구 해양 식량 인프라’로서의 역할을 명확히 보여주었다고 평가한다. 기후 변화와 인구 증가로 식량과 생물다양성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맹그로브 보호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지구 및 환경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s Earth & Environment)’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