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력 소모가 크고 폭발적인 힘을 내야 하는 운동선수에겐 고기 섭취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크다. 하지만 최근 운동선수 사이에서 채식주의 열풍이 불고 있다.
세계 최초의 비건 축구클럽으로 공인 받은 잉글랜드 프로축구 구단인 ‘포레스트 그린 로버스’는 육류와 우유, 계란을 뺀 식단을 선수들과 서포터들뿐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제공한다.
지난 8월 국내 롯데자이언츠 선수단 사이에서도 채식 바람이 불었다. 투수 노경은은 다큐멘터리 ‘더 게임 체인져스’를 시청한 후 지난 1월부터 채식주의자로 전향했다. 이에 롯데푸드는 자사의 대체육 브랜드 제로미트 제품을 선수단 식단으로 제공하고 있다.
실제로 영양학 학술지 <뉴트리언츠>에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채식은 운동능력 수행과 지구력 유지 및 운동 후 회복에 도움이 된다. 운동 전 비트 주스를 마시면 자전거를 22% 더 오래 탈 수 있고 벤치프레스 중량을 19% 더 들 수 있다는 보고도 있다. 단백질 형성에 필요한 아미노산은 식물성 식품에서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채식을 하면서도 과거 보다 더 나은 기량을 보여주는 선수들이 늘고 있다. 비건 챔피언들 누가 있을까?
◆ 테니스 여신 비너스·세레나 윌리엄스 자매
여자 테니스에서 남자 못지않은 파워로 압도적인 경기력을 자랑한 비너스·세리나 윌리엄스 자매는 2012년 채식을 시작했다.
2011년 언니인 비너스 윌리엄스가 ‘쇼그렌증후군’이라는 희귀병 판정을 받으면서 세계 랭킹 100위권 밖으로 밀려나기 시작했다. ‘쇼그렌증후군’은 만성질환으로 눈물과 침 분비가 줄어들고 심하면 관절염까지 나타나는 운동선수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다.
이후 동생 세레나 윌리엄스 역시 폐색전증으로 인해 선수 생명이 끝날 위기에 처하자 이들은 의사의 조언에 따라 채식을 시작했다.
채식을 시작하고 비너스 윌리엄스는 코트에 복귀해 100위권 밖에서 24위로 올라서며 기량을 회복했다. 또한 세레나 윌리엄스는 2012년 런던 올림픽 금메달, 2016년 윔블던 테니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그랜드 슬래머가 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특히 이들은 경기 중에는 생(生) 채식을 유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 F1의 전설 루이스 해밀턴
루이스 해밀턴은 포뮬러원(F1) 그랑프리에서 7번째 월드 챔피언 자리에 올랐다. 그는 미하엘 슈마허가 보유했던 그랑프리 역대 최다 우승 기록을 갈아치우며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포뮬러원은 엄청난 근력과 지구력뿐 아니라 순발력을 필요로 하는 운동으로 알려져 있다. 루이스 해밀턴은 인터뷰를 통해 “지난 몇 년 동안 식물성 식단을 유지하면서 건강이 점점 좋아진 것 같다”며 비결을 알렸다. 또한 해밀턴은 “채식으로 충분히 근육과 가벼운 몸놀림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전하며 “근육을 늘리는 것 또한 식물성 단백질만으로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7년부터 채식을 시작한 해밀턴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람들에게 채식을 권유하고 동물 복지를 포함한 다양한 이슈를 홍보해왔다. 또한 해밀턴은 자신의 소속팀 메르세데스-벤츠팀에게 가죽을 완전히 배제한 차량을 요구할 정도로 비거니즘에 적극적이다.
◆ 공포의 헤비급 복서 마이크 타이슨
최근 ‘핵주먹’으로 알려진 마이크 타이슨의 훈련 영상이 공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영상에서 타이슨은 날렵해진 몸상태를 자랑하며 복귀를 예고했다.
영국 현지 언론은 이를 보도하며 “타이슨이 복귀를 추진할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는 채식 위주의 식단”이라며 “은퇴 후 체중이 불어났던 타이슨은 2010년부터 채식 위주의 식단을 유지하면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통산 58경기 50승(44KO) 6패 2무효라는 기록을 남겨 헤비급 복서 역사상 가장 압도적인 파괴력을 자랑했던 타이슨은 2005년 은퇴한 후 마약 등 불미스러운 사건들에 휘말리며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항상 시합 전 스테이크를 먹는 습관이 있을 정도로 육식을 즐겼지만 2010년 마약, 약물 중독과 관련된 건강 문제로 채식주의 식단으로 변경했다. 실제 타이슨은 과거 오프라 윈프리 쇼에 출연해 “채식을 시작한 뒤 살이 빠졌고 고혈압과 관절염이 사라졌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