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지속 가능한 먹거리'로 알려진 풀사육 소고기(Grass-fed beef)가 실제로는 일반 산업형 소고기와 큰 차이가 없거나 오히려 더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과학자들이 최근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풀사육 방식은 기대와 달리 환경 친화적인 대안이 아니며, 동물성 단백질 중심의 식생활이 기후 변화 대응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점을 과학적으로 입증했다.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는 지난 3월, 미국 내 다양한 풀사육 농장을 대상으로 한 온실가스 배출량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풀사육 방식으로 생산된 미국산 소고기는 단백질 1kg을 생산하는 데 약 180~290kg의 이산화탄소 환산 온실가스(CO₂eq)를 배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일반 산업형 소고기(180~220kg CO₂eq)의 배출량과 비슷하거나 더 높은 수치다.
연구진은 풀사육 소의 경우 방목지 면적이 크고, 사육 기간도 길어지기 때문에 총 배출량이 증가한다고 분석했다. 특히 소가 소화 과정에서 내뿜는 메탄(CH₄)의 양이 많고,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초지에서는 이산화질소(N₂O)와 같은 강력한 온실가스가 추가로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지적됐다.
일부 풀사육 옹호론자들은 초지(grazing pasture)가 탄소를 토양에 저장하는 ‘탄소 격리’ 기능을 통해 기후 변화에 긍정적 역할을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연구진은 이러한 효과가 실제로는 매우 제한적이며,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을 상쇄할 정도에는 미치지 못한다고 밝혔다.

해당 연구는 소고기 외의 다른 단백질 공급원과의 비교도 함께 제시했다. 단백질 1kg 생산 시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을 기준으로 하면, 닭고기는 약 10~30kg CO₂eq, 식물성 단백질인 콩·렌틸콩 등은 5~10kg CO₂eq에 불과하다. 이는 풀사육 소고기가 식물성 단백질보다 평균 10배 이상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의미다.
연구를 이끈 뉴욕 바드 칼리지(Bard College)의 기든 에셸(Gidon Eshel) 교수는 “풀사육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해결책이 아니다”라며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서는 동물성 단백질 중심의 식단에서 벗어나 식물성 식품 위주의 식생활로 전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친환경'이라는 이미지로 소비되고 있는 풀사육 소고기의 실체를 과학적으로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동시에 기후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소비자 식생활의 변화 필요성을 시사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