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애드워즈 데이터에 따르면 채식주의 관련 검색이 올해 47% 증가했다. 이는 채식이 전 세계 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라는 방증이다.
특히 채식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 해외 사례를 보면 비건에 대한 미디어콘텐츠의 역할이 주효했다. 다양한 채식의 이점을 알리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채식에 대한 관심도가 늘면서 전체적인 채식인구수 증가와 채식 선택권 보호가 일상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 비해 채식시장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는 채식 관련 콘텐츠가 드문 편이다. 이에 비건뉴스가 (예비)채식인을 위한 글로벌 콘텐츠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다큐멘터리 영화 ‘나의 문어 선생님(My Octopus Teacher)’의 내용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위 사진이 문어라면 믿을 수 있겠는가? 문어가 빈 조개껍질로 자신을 감싸 보호하고 있는 모습이다. 문어는 천적인 상어가 나타나거나 먹이 사냥을 할 때 주변의 사물을 이용해 자신을 보호하는 지능적인 생물이다.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나의 문어 선생님’은 한 중년 남성과 문어의 우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해양학자이자 스쿠버 다이버인 피파 얼릭과 제임스 리드가 감독하고 크레이그 포스터가 제작했다.
영화감독인 크레이그는 일에 권태를 느끼며 2년간 불면증에 시달린다. 그는 갈등이 최고조에 달하자 돌파구를 찾기 위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남서부에 위치한 웨스턴케이프의 해안가로 향한다. 웨스트케이프 해안가는 그가 어린 시절 생활했던 곳으로 어릴 적 했던 것처럼 바다에서 가벼운 잠수를 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날을 보낸다.
다시마숲으로 이뤄진 곳에서 잠수를 하던 그는 조개껍데기를 자신의 몸에 둘러싼 문어를 보게 되고 그는 문어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게 된다.
그는 그 후로 매일 똑같은 장소에 잠수를 하며 문어를 관찰하는데 그가 아무런 위해를 가하지 않는다는 것을 안 문어가 팔을 내밀어 손을 잡는다. 강아지와 고양이 수준의 지능을 가진 문어가 매일같이 자신을 찾아온 인간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크레이그는 문어를 매일 관찰하면서 문어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지능적인 생물임을 알게 된다. 껍데기가 없는 문어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위장술을 주로 펼쳤는데 해류에 흔들리는 해초를 흉내내기도 하고 돌에 붙어서 돌로 위장하기도 했다. 주변의 상황을 이용해 영리하게 킹크랩 사냥을 하는가 하면 작은 물고기 떼와 장난을 치는 모습도 보인다.
문어의 천적인 파자마 상어에게 다리 한쪽을 뜯긴 문어가 굴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은 상처를 입은 사람이 휘청거리는 것과도 닮았다. 일주일 뒤 뜯긴 다리 자리에 또 다른 작은 다리가 생겨난 것을 발견한 크레이그는 기뻐한다.
그는 문어가 부상을 당하는 일을 겪고 극복해낸 것이 자신의 삶과 닮았다며 문어에 애착을 가지게 되고 1년 남짓한 시간을 매일 문어와 잠수하며 지낸다. 그동안 또다시 파자마 상어를 만나는 조마조마한 사건을 겪지만 기지를 발휘한 문어가 상어의 등에 올라타면서 위기를 모면한다.
한편 문어의 수명은 3~4년으로 크레이그를 만날 때 이미 어느정도 성장해있던 문어에게는 남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문어는 짝짓기를 한 후 자신의 기력을 다해 알을 보살피고 생을 마감한다. 하얗게 죽어버린 문어를 물고기들이 뜯어먹고 상어가 나타나 낚아채 가버리는 광경을 목격한다. 이후 크레이그는 자신의 아들과 똑같은 곳을 잠수하며 새끼문어를 발견하는데 문어가 낳은 새끼였을 거라고 짐작을 하며 영화는 끝난다.
문어가 그립냐는 물음에 중년남성이 그렇다며 울먹거리는데 이상하기는커녕 마음이 찡해진다. 기자에겐 문어란 제사상에 올라오던 다리가 곱게 삶아진 모습이 가장 먼저 연상됐다. 하지만 ‘나의 문어선생님’을 보고 난 후 바다 속에 사는 똑똑한 생명체로 바뀌었다.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상어에게 다리가 뜯기는 치명적인 상처를 입고도 꿋꿋이 견뎌내지만 알을 낳고 죽는 숙명을 받아드리는 문어를 보면서 크레이그는 자신의 고민이 얼마나 사소한 것인지를 깨닫는다. 자연의 위대함과 생명의 소중함을 문어 선생님에게 배운 것이다.
인간이 자신들의 방식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듯이 바다 생명체에게도 그들이 터득한 사냥법, 생존 방법으로 생태계를 이루고 있다. 영화는 단지 인간의 지능이 그들보다 높다는 이유로 그들의 생태계를 위협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을 알려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