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규아 기자] 채식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채식은 맛없다’고 여기는 것이다. 기자는 그런 편견을 가진 이들에게 유튜브에 비건 요리법을 검색해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입맛을 돋우고 침샘을 자극하는 수만 가지 요리법이 가득하다.
그중 유튜버 ‘요리하는 유리’는 복잡하고 어려울 것 같은 요리와 베이킹을 간단하고 쉽게 알려줘 ‘비건 요리 별거 아닌데?’ 하는 가벼운 생각을 들게 한다. 더불어 ‘요리하는 유리’의 운영자 장유리 씨의 블로그와 브런치는 비건 라이프와 채식인이라면 공감하는 고민거리에 대한 생각이 담겨있다.
최근 발간한 책 ‘자연스럽게, 채식 일상’에는 해장국집 사장이 되고 싶었을 만큼 고기를 좋아하던 저자가 건강을 위해 시작한 식단이 비건 식단이 되기까지 10년간의 여정과 레시피가 담겨있다. 비건 뉴스가 유튜버 ‘요리하는 유리’의 운영자이자, ‘자연스럽게, 채식 일상’의 저자인 장유리 씨와 서면 인터뷰를 가졌다.
Q. 간단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책 읽고 요리하는 재미로 사는 장유리입니다. 저는 책이 우리에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주는 것처럼, 요리 역시 우리를 더 넓은 세계로 인도한다고 생각해요. 평화와 공존의 세계로 내닫기 위해서는 채식이 답이라고 믿고요. 더 많은 사람이 채식이 주는 끝없는 감사함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쉽지만 맛있는 비건 요리법도 나누고 글도 쓰고 있습니다.”
Q. 비건이 된 계기가 있을까요?
“비건이 되기 전 이미 몇 년 동안 채식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제가 비건이 된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다고 생각해요. 건강을 위해 채식을 하다 보니 동물 권리와 환경 문제에 눈을 돌리게 됐고 천천히 동물성 식품과 제품들을 줄이다가 어느 순간부터 끊었어요. 어떤 한 큰 계기가 있었다기보다는 작은 결정들과 사건(?)들이 모여서 확실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그 다양한 결정들의 자세한 이야기는 제 책에 담았답니다. ”
Q. 비건이 되고 가장 좋은 점은요?
“비건이 된 지는 이제 3년 차인데요, 제가 자연의 순환에 한 부분이라는 점을 깨닫게 해준 것이 가장 좋은 점이라고 생각해요. 비건이 되고 저뿐만 아닌 제 주위의 사람들과 그리고 환경에 눈을 돌리게 됐어요. 저와 자연 사이의 연결점을 찾은 후 더 큰 세상을 보게 됐어요. 덕분에 건강한 삶을 사는 건 또 다른 장점이고요.”
Q. 작가님께서 거주하고 계신 독일은 비건이 살기 좋은 곳인가요? (한국과 비교가 가능하다면 알려주세요)
“지역에 따라 차이가 큰 것 같아요. 저는 독일 남동부 지역인 바이에른 (Bayern)에 살고 있는데 이 지방 사람들은 소시지 등 고기류를 즐겨 먹어서 비건이나 채식에 대한 인식이 그리 열려있는 편이 아니에요. 제가 사는 도시는 작은 대학도시인데 젊은 사람들이 많음에도 비건 식당이 딱 한 곳뿐이에요.
반대로 베를린은 비건 메뉴가 식당마다 하나씩은 있을 정도로 비건들을 위한 문화가 더 강해요. 그래서 베를린에 1년에 한 번씩은 가서 새로운 비건 메뉴도 먹어보고 자유분방함과 진보적인 분위기를 즐기다가 온답니다.
유럽에 산 지 6년 차라 한국의 비건 문화가 어떻게 자리 잡고 있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확실히 유럽 국가들이 개개인의 선택을 더 존중하고 배려하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아요.”
Q. 주로 채식에 관한 지식과 정보는 어떻게 얻으시는지? 소개하고 싶은 책이나 영상이 있다면 추천해주세요.
“제가 알고 싶은 채식에 대한 궁금증을 학술 정보를 읽거나 신뢰할 수 있는 언론사에서 나온 기사를 찾으며 해답을 찾아요. 해산물에 대한 글에 언급한 연어 양식에 대한 정보도 슈퍼마켓 냉장칸에 포장된 선홍빛 연어 살을 보고 ‘이 많은 연어가 도대체 어디서 오지?’라는 궁금증을 채우려 조사하다가 알게 됐어요. 양식 연어의 문제점과 실태는 마음먹고 찾으려고 하지 않으면 일반 언론에서는 알려주지 않거든요. 그래서 저 스스로 정보를 찾아보는 편이고 편협한 정보나 실험 결과에 속지 않도록 출처나 연구 내용 등을 꼼꼼히 보는 편입니다.
채식에 관한 정말 좋은 책이 많아요. 잔인한 농장식 가축의 현실에 제 눈을 뜨게 해준 책은 조나단 사프란 포어의 <동물을 먹는다는 것에 대하여 (Eating Animals)>, 우리가 매일 먹는 음식이 어떻게 우리 몸과 주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지 생각하게 해준 책은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 분투기 (Omnivore’s Dilemma)>, 우리의 입맛이 어떻게 식품산업의 전략에 따라 인공적이고 자극적인 맛에 길들어 있는지를 알게 해준 유진규 PD님의 <맛의 배신 (우리는 언제부터 단짠단짠에 열광하게 되었을까)>, 이 외에 채식에 대한 생각을 좀 더 깊게 해준 소설은 헤르만 헤세의 <싯다르타 (Siddhartha)> 등이 있습니다. 채식을 주제로 한 영화는 아니지만, 채식주의자 캐릭터인 아비게일의 육식에 대한 생각이 신선했던 <어거스트: 가족의 초상(August: Osage County)>이 있습니다.”
Q. 어떻게 요리 유튜버가 되셨나요? 요리는 전문적으로 배우셨는지. 그리고 작가님의 요리법 중에 ‘가장 맛있다!’, ‘자신 있다!’ 하는 메뉴가 있다면?
“요리는 하다 보니 늘었어요. 다양한 요리법 영상들을 보고 시도해보면서 내공을 다졌습니다. 집밥을 거의 매일 해 먹다 보니 자연스럽게 수많은 연습을 할 수 있고요. 요리가 너무 재밌어서 전문적으로 배울 생각도 해봤지만, 전문 요리에는 고기로 하는 요리가 대부분이다 보니 꺼려지더라고요. 대신 저의 시엄마와 새로운 요리법을 나누고 함께 배우면서 더 배우고 있습니다.
제가 정말 자신 있는 요리는 대부분이 인도 요리예요. 향신료를 다양하게 쓰면 음식 맛없기가 정말 어렵거든요. 여러 가지 채소와 렌틸 등 콩류를 함께 쓸 수 있어서 삽지(sabji)나 달(dal) 종류를 자주 해 먹어요. 간단하고 건강한 요리법인데 정말 맛있답니다.”
Q. 국내에서도 최근 비건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식물성 제품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식물성 제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적극적으로 환영합니다. 채식이 ‘우리만의 리그’가 되지 않으려면 더 많은 사람이 함께 시도해보고 알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시중에 식물성 제품이 늘어날수록 대중에게 노출이 쉬워지니 채식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뀔 수 있는 첫걸음이라고 믿습니다.
다만 가공식품 위주의 식생활을 만들지 않도록 신선한 채소를 쓰는 요리를 더 장려해야 해요. 그저 동물성 제품만 먹지 않는다고 진정으로 건강해지는 게 아니니까요. 최대한 자연에 가까운 비가공 식품을 섭취해야 정크 비건이 아닌 건강한 채식을 하는 사람들이 늘어날 수 있어요.”
Q. 비건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는 비건이 되기까지 7년을 시행착오와 배움으로 보냈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리건 자신의 상황과 삶의 형식에 맞춰 조금씩, 아주 작은 시도로 시작해보는 게 중요해요. 비건이 된다고 해서 ‘오늘부터 당장 모든 동물성 음식을 끊겠다’고 다짐하는 건 실행하기에 너무 힘들 수 있어요. 자연이 우리에게 그러한 것처럼 자신에게 관대하게, 아끼는 마음으로 시작해보세요. 그래야 한 번의 시도로 끝나지 않고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채식을 이어 나갈 수 있으니까요. 비건이 되는 것보다 사실 더 중요한 건 채식을 일상에 녹여 오래 이어 나가는 것이니까요.”
Q. 이번에 발간된 책 ‘자연스럽게, 채식 일상’에 대한 소개도 부탁드립니다.
“채식에 발을 들여놓게 된 계기, 채식을 시작하고 저 스스로에게 했던 여러 가지 질문들과 그 여정 속에서 깨달은 점들, 왜 채식만으로는 우리의 건강과 주변 환경의 문제를 모두 해결할 수 없는지 등을 적었습니다. 대부분이 우리가 채식에 대해 식탁 위에서 하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한 번쯤은 궁금해했거나 생각해 봤을 이야기들을 담았어요. 채식을 시작해보고 싶으시거나 이미 채식을 시작하신 분들, 채식을 도대체 왜 하는지 모르겠다 싶은 분들도 읽어보면 좋을 내용이 있답니다. 제가 유튜브에 나눈 요리법들도 함께 실었으니 집에서 비건식을 실천해 보실 수도 있답니다.”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채식은 제게 새롭고 많은 문을 열어주었어요. 건강해지고 나니 무엇이든 할 수 있는 힘이 많아졌고, 그사이 요리 이외에도 다양한 주제들을 공부하고 여러 가지 활동들을 시도해왔어요.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 더 다양한 주제로 글을 쓰는 게 제 계획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더 건강하고 즐거운 비건으로 살아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