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폭염과 폭우, 가뭄 등 전례없는 기후변화로 인해 전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아이러니하게도 기후변화의 원인으로 손꼽히는 축산업과 낙농업이 큰 피해를 겪고 있다.
축산업과 낙농업과 같은 1차 산업의 경우 환경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기후변화에 취약성이 높다. 기후변화가 축산업과 낙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고온 기간에 열 스트레스의 형태로 직접적인 생산량의 영향을 미치거나 동물 사육에 필수적인 사료작물 섭취 등의 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타날 수 있다.
지난 13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를 덮친 가뭄과 폭염이 장기화되면서 프랑스 치즈 생산에 비상이 걸렸다. 프랑스 오베르뉴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전통 치즈 ‘살레’(salers)의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이는 몇 세기 만에 처음 생긴 일로 가뭄과 폭염이 계속되면서 목초지가 말라버려 소를 먹일 풀이 부족해진 것이 직접적인 이유다.
저온 살균을 하지 않은 우유로 만드는 살레 치즈는 특유의 제조공법을 가진 특정 지역 제품에 프랑스 정부가 부여하는 원산지(AOP) 인증을 받았다. AOP 인증 조건 가운데 하나는 먹이의 75% 이상을 현지 목초지에서 충당한 소에서 얻은 우유로 치즈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었는데, 가뭄 때문에 이런 조건을 맞추는 게 사실상 불가능해진 상황인 것이다.
가디언을 통해 인터뷰를 진행한 한 농부에 따르면 현재 해당 지역에는 재나 먼지가 쌓인 것처럼 보일 만큼 토양이 메말라 소에게 먹일 풀이 전혀 남아 있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미국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미국 가뭄 모니터(US Drought Monitor)에 따르면 프랑스 오베르뉴 지역과 마찬가지로 미국은 현재 캘리포니아, 유타, 네바다, 텍사스 등 광범위한 지역에 거쳐 폭염과 가뭄의 피해를 겪고 있다.
지난 6월 캔자스에서는 2000마리의 젖소가 40도 이상의 고온현상으로 인해 폐사했다. 이상 고온 현상이 계속되는 가운데 습도까지 높아지자 찜통더위를 견디지 못해 집단 폐사한 것이다. 당시 캔자스주 보건환경부 관계자는 “기온 급상승과 더불어 찬바람이 사라지면서 스트레스를 받은 소들이 갑작스러운 기후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벌어진 일”이라고 설명했다.
호주에서는 홍수로 인해 가축들이 손실된 적도 있다. 지난 해 60년 만에 폭우로 호주 남동부 뉴사우스웨일스주가 기록적인 대홍수를 겪었을 당시 약 10만 마리의 소와 가축들이 손실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큰 피해를 입고 있는 낙농업과 축산업은 기후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손꼽힌다.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축산업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면 또 심각해진 기후위기가 축산업과 낙농업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이러한 순환을 이제 끊을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 4월 내놓은 보고서는 인류가 최악의 기후변화를 멈추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메탄 배출량을 3분의 1로 줄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메탄 배출량의 많은 부분이 축산업에서 나오고 있다는 점을 들어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해서 축산업의 축소는 필수적이라고 말한다.
IPCC보고서는 "과잉 육류 소비를 줄이는 것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조치 중 하나이며 환경, 건강, 식량안보, 생물 다양성 및 동물 복지 공동 이익을 불러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