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건뉴스=김민영 기자] 따뜻한 봄바람이 반가운 위로가 돼줄 것 같지만, 수백만 명의 알레르기 환자에게 봄은 결코 평온한 계절이 아니다. 재채기, 콧물, 눈 가려움, 부비강 통증 등 이른바 ‘꽃가루 쓰나미’가 휩쓸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애틀랜타에서는 꽃가루 농도가 세제곱미터당 1만 4,801입자에 달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고, 휴스턴도 관측 이래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미국 매체 Vox는 “기후 변화가 계절성 알레르기를 악화시키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알레르기 환자 수가 늘고 증상도 심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현상이 단순한 계절적 변화가 아니라, 기후 변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지적한다. 기온 상승과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로 인해 꽃가루 시즌은 더 일찍 시작되고, 더 오래 지속되며, 농도 또한 높아지고 있다.
미국 천식 및 알레르기 재단(AAFA)의 CEO 케네스 멘데즈는 “봄철 나무 꽃가루는 30년 전보다 20일가량 일찍 나타나고 있다”며 “알레르기 증상이 없던 사람들조차 새롭게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변화는 건강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영향을 미친다. 천식, 알레르기 비염 등은 매년 수십억 달러의 경제적 손실을 초래하며, 특히 응급실을 찾는 환자의 상당수는 어린이들이다. 더 작고 가벼운 꽃가루 입자는 창문 틈, 옷, 반려동물 등을 통해 실내로도 유입돼 일상적인 회피조차 어렵게 만든다.
문제는 꽃가루에 그치지 않는다. 대기 오염과 결합된 꽃가루는 알레르기 유발 능력이 더 강해지며, 산불 연기나 홍수로 인한 곰팡이 증식도 증상을 악화시킨다. 도시화 역시 잡초 번식을 촉진하며, 기후 위기로 인한 ‘뇌우 천식’ 현상도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개인 차원의 대응으로 알레르기 전문의 상담, 약물 복용 시기 조절, 외출 후 위생 관리, HEPA 공기청정기 사용 등을 권장하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결국 온실가스 감축을 통한 기후 변화 대응이라고 강조한다. 지금 당장은 휴지와 약이 필요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만들어낸 이 위기를 되돌리는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