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시네마] 사랑할까 먹을까 ‘잡식가족의 딜레마’

  • 등록 2020.09.28 10:4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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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애드워즈 데이터에 따르면 채식주의 관련 검색이 올해 47% 증가했다. 이는 채식이 전 세계 트렌드를 대표하는 키워드라는 방증이다.

 

특히 채식에 대한 인식을 제고한 해외 사례를 보면 비건에 대한 미디어콘텐츠의 역할이 주효했다. 다양한 채식의 이점을 알리면서 긍정적인 반응을 유도했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채식에 대한 관심도가 늘면서 전체적인 채식인구수 증가와 채식 선택권 보호가 일상화되는 선순환 구조를 이뤄냈다.

 

하지만 미국, 유럽에 비해 채식시장 역사가 짧은 국내에서는 채식 관련 콘텐츠가 드문 편이다. 이에 비건뉴스가 (예비)채식인을 위한 글로벌 콘텐츠를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다큐멘터리 영화 ‘잡식가족의 딜레마’의 내용을 다소 포함하고 있다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인간과 비인간 동물의 관계를 탐구하는 영화들을 제작해온 황 윤 감독이 만든 다큐멘터리다.  

 

감독은 우연히 뉴스에서 구제역으로 돼지들이 도살 처분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평소 돈가스를 좋아하는 감독은 살아있는 돼지를 한번도 본적 없음을 깨닫고 집 근처 돼지 농장을 찾는다.

 

돼지들은 폭 60cm, 길이 200cm의 암퇘지 스톨이라고 불리는 철장 틀에 갇혀 한 번도 몸을 뒤척이거나 움직이지 못하고 누워서 지낸다. 암퇘지들은 스톨에 갇힌 채 강제로 임신과 출산을 반복하며 평생을 산다. 이런 암퇘지들에게서 태어난 아기 돼지들은 엄마와 똑같은 삶을 반복하게 되는데 좁은 곳에서 지내는 돼지들은 스트레스가 많아 서로를 공격하기 때문에 강제로 이빨을 뽑고 꼬리를 자른다.

 

감독은 자신이 맛있게 먹는 반찬이 학대받은 동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고기를 먹을 수 없다. 이에 조금 다른 방식으로 돼지를 키우는 농장을 찾는다. 그곳은 돼지들이 보다 자유롭게 생활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돼지들은 번호가 아닌 이름으로 불린다.

 

임신한 어미돼지 십순이는 본능대로 짚을 씹고 뱉어 움집을 만들고 새끼돼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막 세상에 나온 돼지들은 엄마돼지에게 기어가 인사한다. 감독은 자신이 출산할 때 모습과 돼지의 출산 모습이 다를 바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된다. 감독은 십순이에게서 태어난 막내에게 돈수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하지만 친환경 돼지 농장에서 자란 돈수 역시 공장식 축산농에서 태어난 돼지들과 운명은 다르지 않았다. 돈수는 1년 뒤 같이 태어났던 형제와 함께 도축이 됐다.

 

감독에게는 수의사인 남편과 어린 아들이 있다. 수의사인 남편은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주는 일을 하지만 인간은 원래 잡식 동물이며 식용으로 키워진 가축은 먹겠다고 선언하며 갈등은 깊어진다.

 

감독은 어린 아들에게 고기를 줘야할지, 준다면 얼마나 줘야할지 딜레마에 빠지면서 갈등한다. 감독이 채식을 선언하면서 주변인들의 질타  와 추궁을 받는 장면, 채식 도시락을 싸서 물놀이를 갔는데 입구에서 빼앗겨 버리는 장면 등 사회적으로 채식인들이 겪는 고충을 그대로 보여준다.

 

영화는 공장식 축산 환경의 실태를 고발하면서도 육식의 권리를 주장하는 수의사 남편의 입장도 담아내 누가 옳고 그른지 결론을 내지 않는다. 또한 친환경 농장의 돈수와 공장식 축산농의 돼지들의 삶을 비교하면서도 누가 더 나은 삶을 살았는지는 결론 내지 않았다. 동물권과 육식 산업의 현실에 관한 성찰을 섬세하게 담아내 판단은 시청자들의 몫으로 남겼다.

 

한편 ‘잡식가족의 딜레마’는 국내 최초로 공장식 축산업의 실태를 담아 개봉 당시 화제를 모았다. 2015년 서울 환경 영화제 한국 경쟁부문에서 대상을 수상했고 2016년 베를린 국제영화제 ‘컬리너리 시네마(Culinary Cinema)’ 부문에 초청받아 상영했다. 

홍다연 hong@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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