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 고래 사망의 절반 이상은 ‘폐어구’가 원인

  • 등록 2021.01.29 11: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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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한 해변에서 범고래 한 마리가 밧줄에 걸려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양쓰레기와 폐어구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26일 타임스라이브는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해안에서 수컷 범고래 사체가 발견됐다고 전했다. 범고래 몸에는 어업용 밧줄이 얽혀 있어 폐어구로 인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렉 호프마이어 해양생물학 박사는 “범고래 서체가 바위 위에 좌초됐다. 두 개의 가슴지느러미에 밧줄이 감겨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해양 포유류는 숨을 쉬기 위해 수면 위로 올라와야 한다. 밧줄이 얽혀 있어서 수면 위로 올라오기 힘들어 익사했을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 범고래는 왜 절멸 직전이 됐을까?

 

 

범고래는 지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사냥 전략도 뛰어나다. 돌고래나 고래, 상어도 잡아먹어 바다의 최고 포식자라 불린다. 현재 범고래는 멸종위기에 놓였다. 포획을 금지했지만 계속해서 개체수가 감소해 절멸 직전 상태에 이르렀다.

 

더컨버세이션 매체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알래스카 남동부 해상과 브리티시컬럼비아 해안에서 캘리포니아까지 분포하는 범고래는 아직 회복되지 않았으며 현재 74마리만 남아 있다.

 

선박 소음과 충돌, 해양오염물질, 먹이 감소, 과거 포획 등이 범고래 개체수의 감소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 스테판 래버티 수의학 교수와 조셉 게이도스 야생동물 수의학 박사는 범고래 개체수가 계속해서 줄어드는 이유를 찾고자 2004~2013년 동태평양과 하와이에서 자초된 범고래 53마리의 사후기록을 검토했다. 그 결과 선박과 프로펠러 충돌로 인한 치명적인 외상이 다수 발견됐다. 낚싯바늘이나 그물이 원인인 경우도 많았다.

 

세계동물복지기금이 주도한 연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2003~2018년 북대서양 고래 43마리의 사망 원인을 분석하자 16마리는 선박 충돌로 22마리는 어구에 얽혀서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어구로 인한 사망이 16년간 대서양 고래 사망 원인의 절반을 차지한다.

 

국립자원방어위원회(NRDC)는 매년 해양포유류 65만 마리가 어구에 의해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는다고 밝혔다. 유실되거나 의도적으로 버려 바다로 흘러간 어구는 매년 64만 톤에 달한다. 이는 전 세계 해양쓰레기 10분의 1을 차지한다. 폐어구는 ‘유령장비’가 돼 동물들의 질식사를 유발한다.

 

그린그룹 또한 바다에서 발견되는 폐플라스틱의 70%는 어업활동과 관련이 있으며 쓰레기 때문에 죽은 해양 포유동물의 71%는 폐어구 때문이라고 밝혔다.

 

 

◆ 유령어구에 얽혀 익사하는 해양동물

 

인간이 남긴 폐어구로 동물들이 고통 받는 사건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월 뉴질랜드섬에서는 낚싯줄에 걸린 새끼 돌고래가 발견돼 인근 주민에게 구조됐다.

 

지난해 12월 영국 해안에서는 폐부표 밧줄에 뒤엉킨 새끼 물범이 발견됐다. 물범은 폐부표에 묶여 옴짝달싹하지 못했다. 지난해 2월, 몰디브에서는 현지 잠수부가 밧줄이 매여 고통스러워하는 고래상어를 발견해 도움을 줄 수 있었다. 당시 잠수부들은 밧줄을 끓는 데 10여 분간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고래는 바다의 산성화를 막아 해양 생태계를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WWF에 따르면 전 세계 고래 90여 중 중에 20여 종은 멸종위기에 처했다.

 

고래 사망 원인을 조사한 사라 샤프 박사는 “최근 1~2년간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줄이자는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하지만 플라스틱 빨대로 죽은 고래는 없었다. 버려지는 낚시장비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바다 속에 가라앉아 우리 눈에는 보이지 않지만 폐어구가 미치는 위험성에 대해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서인홍 desk@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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