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인들은 매끼 메뉴 선정에 골몰한다. 개인이 만들 수 있는 비건 메뉴가 한정적이라 반복적인 식단에 질리기도 한다. 바쁜 직장인의 경우 건강한 채식을 챙겨 먹기도 버겁다. 채식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전문 식당도 다수 생겨났지만 매번 외식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에 정기구독형 비건 밀키트 전문 브랜드가 등장했다. 채식을 지향하는 기자가 국내 최초 비건 밀키트 브랜드 VARO(바로)를 '내돈내산(내 돈으로 내가 산 것)' 구매해 시식한 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편집자주]
칼칼한 국물과 포슬포슬한 두부 맛이 잘 어우러진 순두부찌개에는 바지락 등 해산물이 필수다. 비건 밀키트 전문점 바로는 이같은 발상을 뒤엎는 비건 순두부찌개를 선보였다. 자체 개발한 수제 양념장을 베이스로 동물성 식재료를 배제한 상품이다.
비건 순두부찌개가 3월 셋째 주 신메뉴로 나왔다는 소식을 접한 뒤 주문을 완료했다. 가격은 1인 7000원이며 2인분부터 주문 가능하다. 평소 칼칼한 국물을 선호하는 기자는 배송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기다림 끝에 100% 생분해성 비닐에 담긴 순두부찌개가 도착했다. 내용물은 조리 방법이 적힌 카드와 순두부, 손질된 채소, 수제 양념장, 청양고추로 구성됐다.
청양고추가 넉넉하게 동봉돼 기호에 맞게 맵기를 조절할 수 있다. 본격적인 조리에 앞서 1차 세척을 마친 표고버섯, 팽이버섯, 쥬키니 호박을 흐르는 물에 2차 세척했다. 숭덩숭덩 썰린 표고버섯은 한번 더 잘게 썰었다.
냄비에 물 400ml를 넣고 양념을 풀어준다. 준비된 채소와 순두부를 넣고 6분간 강불에 끓인다. 어슷 썬 청양고추를 원하는 만큼 추가하면 완성이다.
맛을 보니 부들부들한 순두부와 쫄깃한 팽이버섯의 식감이 조화롭다. 또 채소를 볶아 만든 수제 볶음 양념은 합성조미료를 첨가하지 않아 개운한 맛을 냈다. 비건 순두부라고 말하지 않으면 해산물을 넣은 순두부찌개라고 착각할 만한 정도다. 국물을 우릴 만한 재료가 크게 들어가지 않았음에도 개운한 맛이 난다.
총평을 내리자면 비건 순두부찌개 국물은 짜거나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얼큰했다. 애주가 채식인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해장국 메뉴다. 그동안 다수 채식인들은 과음한 다음 날 먹을 만한 얼큰한 해장국이 마땅치 않아 곤욕을 겪었다. 비건 순두부찌개는 순댓국 부럽잖은 숙취해소 해장국으로 손색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