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치즈 맛과 식감의 해법 찾았다…‘발효’에 주목

  • 등록 2023.10.10 17: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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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환경보호, 유당불내증, 동물복지 등의 이유로 대체 유제품을 찾고 있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여러 가지 식물성 원료를 사용해 만든 비건 치즈가 개발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비건 치즈 제조사들은 유제품 치즈와 같은 맛을 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는 가운데 이를 위해서는 발효에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최근 저널 퓨처 푸드(Future Foods)에 발표된 코펜하겐 대학교 식품과학과(University of Copenhagen's Department of Food Science)의 연구는 특정한 식물성 원료와 발효 단계가 더해지면 유제품 치즈와 유사한 맛을 재현하는 기후 친화적인 치즈가 생산 가능하다는 것을 밝혔다.

 

카르멘 마시아(Carmen Masiá)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원은 연구의 배경에 대해 “덴마크인들이 매년 약 30kg의 치즈를 먹을 만큼 유제품을 즐기고 있지만 탄소배출원으로서 낙농업이 지목되면서 식물성 기반으로 전환해야 하는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전했다.

 

이에 완두콩이나 콩과 같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을 인간이 수천 년 동안 즐겨온 유제품 기반 치즈와 유사한 감각적 특성을 지닌 차세대 비유제품 치즈로 변환하는 방법을 조사하고자 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완두콩이나 콩의 단백질과 같은 식물성 단백질은 우유 단백질에 비해 분자 구조가 달라 실제 치즈 질감을 재현하기가 어렵다. 제조업체에서는 전분이나 코코넛 오일과 같은 성분을 추가하는 방법을 활용하지만 이러한 솔루션은 식물성 치즈에 일정한 경도를 부여할 뿐 진정한 치즈 맛을 모방하기 위해서는 향료의 혼합도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

 

여기서 코펜하겐 대학교 연구진은 수천 년 동안 우유를 치즈로 바꾸는 데 사용된 기술인 발효에 주목했다. 앞선 연구에서 식물성 치즈에 적합한 식물성 원료로 노란 완두콩 단백질을 발견한 이들은 이번 연구에서 노란 완두콩 단백질을 박테리아를 활용한 자연 발효를 통해 식물성 치즈를 개발했다.

 

연구진은 식물성 치즈를 만드는데 완벽한 박테리아 조합을 찾기 위해 생명공학 회사인 Chr.에서 공급한 박테리아 배양액으로 만든 24개의 박테리아 조합을 조사했다. 이후 노란색 완두콩 단백질로 만든 단백질 베이스에 박테리아 조합을 8시간 동안 배양한 결과, 이전의 식물성 치즈보다 개선된 향 프로필과 견고한 질감을 재현한 식물성 치즈를 완성할 수 있었다.

 

마시아 연구원은 “이 연구의 요점은 식물성 원료의 발효에 적합한 상업적으로 이용 가능한 박테리아 배양물을 결합하고 이를 완두콩 단백질 매트릭스에서 테스트해 식품에 적합한 맛과 질감을 모두 개발하는 것이었다. 일부 박테리아 조합이 다른 박테리아 조합보다 더 나은 성능을 발휘하더라도 실제로는 모두 샘플에서 단단한 젤을 제공하고 콩 맛이 감소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발효는 식물성 치즈 생산 분야에서 강력한 기술로 두드러진다. 우리의 실험은 발효를 통해 유제품이 아닌 치즈에 신속하게 견고함을 부여하는 동시에 노란 완두콩 단백질에 내재된 압도적인 콩 향을 성공적으로 줄이는 능력을 보여줬다”라면서 “박테리아는 매우 짧은 시간 내에 비유제품 치즈의 견고성을 높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번에 개발한 식물성 치즈를 상업적으로 유통되기까지는 아직 남은 장애물이 많다. 연구진에 따르면 최적의 치즈와 같은 특성을 얻으려면 맞춤형 박테리아 구성과 배양이 개발돼야 하며 또한 식물성 치즈는 유제품 치즈와 마찬가지로 풍미와 특성을 발전시키기 위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숙성돼야 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차세대 발효 식물성 치즈는 소비자의 평가를 거쳐 맛이 완벽해져야 한다.

 

마시아 연구원은 “식품이 아무리 지속 가능하고 영양가가 높더라도 소비 시 좋은 경험을 제공하지 않으면 사람들은 식품 구매에 관심을 갖지 않을 것이다”라면서 “유제품 치즈 생산은 수년에 거쳐 개발됐기 때문에 완전히 다른 원료를 사용해 하룻밤 사이에 흉내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지만 앞으로 몇 년 동안 맛이 좋은 식물성 치즈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유리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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