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변화가 인류에 광범위한 위협을 가하고 있는 가운데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에서 가장 치명적인 3대 전염병을 퇴치하려는 노력이 방해받고 있다는 연구가 나와 충격을 자아낸다.
최근 세계 최대의 보건펀드인 ‘에이즈·결핵·말라리아와 싸우는 글로벌펀드’가 내놓은 보고서에 따르면 질병과 싸우기 위한 국제 이니셔티브는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심각한 영향을 받은 후 대부분 회복된 상태지만, 기후변화가 나날이 심해짐으로 인해 세계는 2030년까지 에이즈, 결핵, 말라리아를 종식시키겠다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예컨대 기생충을 모기가 옮겨 발생하는 말라리아의 경우 기후변화로 인해 온도가 상승하면서 모기가 살기에는 너무 추웠던 아프리카의 고지대 지역으로 퍼지고 있다.
펀드의 피터 샌즈(Peter Sands) 사무총장은 “홍수와 같은 잦은 기상 이변으로 인해 의료 서비스에 추가적인 부담이 가중돼 감염이 급증하고 지속적인 치료가 중단되고 있다”라면서 “아울러 수단, 우크라이나, 아프가니스탄, 미얀마 등의 국가에서는 단순히 취약한 지역 사회에 접근하는 것 또한 불안으로 인해 매우 어려운 일”이라고 설명했다.
어두운 이야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지난 2022년, 펀드가 투자한 국가에서 670만 명이 결핵 치료를 받았는데, 이는 전년도보다 140만 명이 더 많은 수치였다고 밝혔으며 해당 기금은 또한 2450만 명에게 HIV에 대한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법을 제공하고 2억 2000만 개의 모기장을 배포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전했다.
한편 최근 세계기상기구(WMO)도 기후변화로 인해 글로벌 공중 보건에 빨간불이 켜졌다고 밝혔다.
지난 2일 세계기상기구는 연례 기후 서비스 보고서에서 기후 위기가 세계적인 건강 위기를 야기하고 있다고 경고했으며 기후 변화의 많은 악영향은 적응과 예방 조치를 통해 완화될 수 있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기후변화로 인해 역사상 그 어느 시점보다 더 빠른 속도로 세계가 따뜻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해 아프리카와 남부 아시아 국가들이 가장 큰 위험에 처해 있다고 전했다. 이전에 발병하지 않았던 곳에서도 뎅기열, 말라리아와 같은 매개체 매개 질병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밖에도 세계기상기구는 극심한 더위가 다른 어떤 극심한 기상 현상보다 더 많은 사망자를 발생시킨다면서 과도한 폭염으로 인해 2000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약 48만 9000명이 사망했으며, 이 중 45%는 아시아에서, 36%는 유럽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폭염은 대기오염을 악화시켜 조기 사망을 부추기는데 보고서는 이미 매년 약 700만 명의 환자들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고 있으며 이는 건강 위험 요소 기준으로 네 번째로 큰 사망 원인이라고 전했다.
페테리 탈라스(Petteri Taalas) 세계기상기구 사무총장은 “더 이상 지난 세기의 온화한 기후로 돌아갈 수는 없다. 어쨌든 우리는 앞으로 수십 년 동안 더 따뜻한 기후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라면서 “지구 온난화를 섭씨 1.5~2도로 제한해 부정적인 추세를 단계적으로 없애지 못한다면 상황은 더욱 악화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