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영화 속 장면을 위해 돼지가 총에 맞아 희생되는 사건이 일어나 동물보호단체가 해당 장면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지난 9일 세계적인 동물보호단체인 PETA는 익명의 내부고발자로부터 덴마크 출신의 니콜라스 웬딩 레픈(Nicolas Winding Refn) 감독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촬영 중 장면을 위해 돼지가 총에 맞아 죽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었다고 밝혔다.
내부고발자에 따르면 제작진들은 해당 영화의 장면을 촬영하기 위해 돼지를 공급하는 농부로부터 살아있는 돼지를 공급받기를 요청했고 이후 코펜하겐 동물원은 제작진으로부터 죽은 돼지를 전달받았다고 확인했다.
이에 PETA는 즉각 넷플릭스 측에 돼지의 불필요한 도살에 대한 진상을 밝히라고 요구했고 해당 영화에서 돼지가 도살당하는 장면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리사 랭(Lisa Lange) PETA 수석 부사장은 “유흥을 위해 지각 있는 존재를 죽이고 그 죽음을 착취하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며 “어떤 동물도 인간의 오락을 위해 고통받거나 죽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현재 해당 사건과 관련해 덴마크 경찰이 수사 중이다. 영화가 촬영된 덴마크의 동물복지법은 ‘쇼, 서커스 공연, 영화 촬영 등의 이유로 동물이 심각한 불편을 겪을 경우 동물을 훈련하거나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로 영화 촬영 도중 돼지를 죽였을 경우 동물복지법을 위반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미디어 속에서 일어나는 동물학대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영화나 방송에 동원되는 동물들은 공공연하게 소품처럼 소비돼 왔다. 최근에는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바뀌면서 실제 촬영장에서 동물을 죽이거나 해를 가하는 행위는 없어졌지만, 인간의 편의를 위해 동물이 희생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실제 지난해 동물권 행동 단체 카라가 공개한 ‘영화·방송·뉴미디어 종사자’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에 따르면 미디어에 출연되는 동물들은 대개 건강하고 안전한 상태로 촬영을 마치지만 낯선 환경에 노출되기에 '스트레스를 받는다'는 답변이 59%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더불어 65%가 촬영 당시 ‘동물 촬영 가이드라인’이 없었다고 대답했을 만큼 생명인 동물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실정이다.
미국에서는 영화를 개봉할 때 동물 보호 자선단체 미국 인도주의 협회에 의한 ‘No Animals Were Harmed’(어떤 동물도 해를 입지 않았음) 인증을 통해 영화 촬영 과정에서 동물 학대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정보를 관객에게 자막으로 제공하고 있다. 미디어를 시청하는 소비자들의 동물권에 대한 인식이 향상된 만큼 사람과 동물 모두가 안전한 미디어를 만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