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서인홍 기자] 지난 3월 개봉한 한 영화가 소소한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재건축이 정해진 아파트 단지에 남아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을 담아낸 다큐멘터리 영화 ‘고양이들의 아파트’다.
영화는 한때 아시아 최대 아파트 단지였던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의 재건축 과정에서 단지 내에 사는 고양이들의 안전한 이주를 돕는 모임 활동을 담았다. '고양이들의 아파트'를 연출한 정재은 감독은 재건축 결정이 나고 사람들이 이주를 시작한 2017년부터 아파트가 철거 공사를 시작한 2019년까지 2년이 넘는 시간 동안 촬영을 진행했다.
영역 동물인 고양이들은 사람들이 떠난 아파트 단지에 그대로 남아있다. 위험천만한 철거를 앞두고 평소 고양이들의 밥을 챙겨주던 주민들이 모여서 모임을 만들어 한 마리씩 이주시키는 프로젝트를 시작하지만, 위협을 느낄수록 더욱 깊은 곳으로 숨어버리는 고양이의 습성 때문에 프로젝트는 순탄치 않다.
우여곡절 끝에 250마리의 고양이 가운데 사람을 잘 따르는 고양이는 입양이 결정되고 50% 정도는 주민들 도움으로 옆 동네로 피난처를 옮기게 되지만, 아파트에 흙더미만 남겨진 상황에도 결국 그 자리를 지키는 고양이들도 여전히 존재한 채 영화는 막을 내린다.
전국에는 영화 속 둔촌주공아파트처럼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가 많다. 심지어 새 정부는 주택 공급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재건축 재개발을 활성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재개발 지역의 동물을 구조해야 한다는 의무가 담긴 법은 존재하지 않아 재개발 아파트가 늘어날 것을 대비해 삶의 터전을 잃을 동물들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15일 한국동물보호연합은 서울 시청 앞에서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안전 '이소'(移所)와 '생존권' 보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 기자회견을 열었다.
단체는 재개발, 재건축 등으로 인해 수많은 길고양이가 생존의 위협을 받는다고 전했다. 예컨대 평소 먹이를 챙겨주던 주민들이 떠나 굶어 죽거나 철거 과정 중 상처를 입고 매몰될 위기에 놓이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방자치단체가 나서 지역의 '조합 및 시행, 시공사'와 '지역캣맘 및 동물단체' 등과 함께 동물 구조와 보호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체는 "현재 재개발, 재건축 지역에서는 나무 한 그루도 안전한 장소로 이전하게 돼 있지만 삶의 터전을 뺏긴 길고양이들을 위한 법은 없다"라면서 "길고양이를 안전하게 구조하고 생존권을 보장해줄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