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분 매개체 감소, 식량 안보에 직접적 위협

  • 등록 2025.04.01 14:3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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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뉴스=최유리 기자] 최근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인간 활동이 북미 지역의 수분 매개체를 멸종 위기로 몰아가고 있다.

 

북미의 생물 다양성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 ‘네이처서브(NatureServe)’가 주도한 이 연구는 꿀벌, 딱정벌레, 나비, 나방, 꽃등에, 박쥐, 벌새 등 1600여 종을 조사한 결과, 22%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분 매개체는 과일 농장에서부터 가정 정원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식량 체계와 생태계 유지에 필수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를 식량 안보와 생태계 건강에 대한 심각한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다양한 수분 매개체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최초의 연구 중 하나로, 특히 토종 벌이 가장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음을 확인했다. 조사 대상 벌 중 34.7%가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잎절단벌(leafcutter bees)과 땅벌(digger bees)이 가장 위험한 상태로 지목됐다.

 

 

박쥐 역시 개체 수 감소를 겪고 있으며, 연구진은 세 종의 수분 매개 박쥐가 모두 감소세를 보인다고 밝혔다. 반면 벌새는 상대적으로 낮은 위협 수준을 보였다. 특히 미국 남서부 지역이 수분 매개체 멸종 위기의 '핫스팟'으로 지목됐으며, 기후 변화와 인간 활동으로 인해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

 

수분 매개체는 단순히 곤충이나 포유류가 아니라, 작물과 야생 식물의 번식을 담당하는 생태계의 핵심 요소다. 북미 농업 경제에만 연간 1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제공하며, 이들이 사라질 경우 식물 번식이 어려워지고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질 위험이 있다.

 

연구진은 수분 매개체 감소가 곧 씨앗, 과일, 꽃의 감소로 이어지며, 이는 전체 생태계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경고했다. 주요 원인으로는 농업, 서식지 파괴, 도시 확장, 기후 변화 등이 꼽혔다. 특히 미국 남서부에서는 극심한 도시화와 폭염이 문제로 부각됐으며, 농경지에서는 농약 사용이 주요 위협 요소로 지적됐다.

 

연구진은 수분 매개체 보호를 위한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책 결정자들은 멸종 위기에 처한 종을 야생 동물 보호 계획에 포함시켜 기금과 법적 보호 장치를 마련해야 하며, 토지 관리자는 주요 서식지를 보존하고 복원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도 수분 매개체가 선호하는 환경을 조성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집 주변에 토종 식물을 심거나 농약 사용을 줄이는 것이 효과적이다.

 

연구의 공동 저자이자 플로리다 자연사 박물관에서 나비목(Lepidoptera)을 담당하는 자렛 다니엘스(Jaret Daniel) 박사는 "작은 화분 몇 개에 토종 꽃을 심는 것만으로도 큰 변화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경지에서도 수분 매개체를 위한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플로리다 교통국은 도로변에 밀크위드(milkweed)를 심어 나비와 같은 수분 매개체를 유인하고 있으며, 이는 농경지의 작물 수분에도 기여한다. 이러한 노력이 쌓이면 도로변과 농장 가장자리가 중요한 생태 통로가 돼 수분 매개체들의 이동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일부에서는 서양 꿀벌(western honey bee)만으로 충분하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다니엘스 박사는 특정 종에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를 ‘은퇴 계획’에 비유하며 "하나의 주식에만 투자하면, 그 주식이 문제가 생겼을 때 재앙이 될 수 있다. 마찬가지로 다양한 수분 매개체가 있어야 안정적인 수분 서비스를 보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수분 매개체가 적절한 지원을 받으면 회복될 수 있다고 조심스럽게 낙관했다. 정부, 농부, 개인이 서식지를 조성하고, 농약 사용을 줄이며, 다양한 수분 매개체의 중요성을 인정하는 것이 멸종 속도를 늦추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북미의 수분 매개체 중 약 5마리 중 1마리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으며, 적극적인 보전 조치가 필요하다. 우리가 즐기는 많은 음식과 생태계의 건강이 이 작은 생물들을 보호하는 데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한편 이번 연구는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됐다.

최유리 기자 yuri@vega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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