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격한 채식을 하면서 쉽게 포기하지 못하는 음식 중 하나가 치즈다. 정말 우유 없이 치즈를 만들 수 있을까? 우유 없이 진정한 치즈 맛이 날까? 의구심이 들지만 식물성 치즈를 찾는 이가 점차 늘고 있다.
◆ 치즈가 지구와 관련 있다?
축산업은 연간 14%에 이르는 탄소 배출량과 녹지 파괴,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의 주범으로 손꼽히고 있다. 환경을 생각하며 동물성 제품 섭취를 줄여나가는 사람이 늘고 있는데, 가장 먼저 떠올리는 것이 육류다. 그중에서도 소고기를 더 이상 먹지 않는 방안을 떠올리기 마련이다.
하지만 육류와 함께 유제품 섭취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식품별 단백질 100g을 생산하기 위해 필요한 이산화탄소 배출량과 농지 면적을 살펴보면 치즈 생산에 따른 피해가 크다.
치즈에서 단백질 100g을 생산하려면 농지 면적 11㎡가 필요하며, 이산화탄소는 무려 1900kg이 배출된다. 단백질량은 100g으로 동일하지만 두부는 이산화탄소 354kg을 배출하고 필요한 농지 면적은 2㎡다. 견과류는 199kg을 배출하며 0.3㎡의 면적만 필요할 뿐이다.
스웨덴의 식물성 치즈를 개발하는 스타트업 노쿼푸드는 유제품 생산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4%를 차지한다고 지적했다. 치즈 1kg 생산을 위해 우유 10리터가 필요하고 이는 이산화탄소 13kg에 해당된다. 차로 50km를 주행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된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에 따르면 육류와 유제품만 섭취하지 않아도 지구 전체 경작지의 75%를 줄일 수 있다. 육류와 유제품은 사실상 인간이 소비하는 칼로리의 18%, 단백질의 37%만 차지하지만, 지구전체 경작지의 83%, 농업 분야 온실가스 배출량의 60%를 차지한다. 논문 저자 조지프 푸어 박사는 비행기를 적게 타고 전기차를 사는 것보다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줄이는 것이 환경에 좋다고 강조했다.
◆ 식물성 치즈 시장 성장 추세
우유로 만드는 치즈 대신 두부나 두유로 만든 치즈를 고민해야 할 필요가 있다. 다행히 밀레니얼세대를 중심으로 유제품이 환경과 동물에 미치는 유해한 영향에 대한 인식이 자리 잡히기 시작했다. 여기에 유당불내성 증상을 보이는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한몫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그랜드뷰리서치 컨설팅업체는 ‘제품별, 원료별, 최종 소비자별 및 지역별 비건 치즈 시장규모, 마켓셰어, 트렌드 분석과 2020~2027년 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세계적으로 비건 치즈 시장이 연평균 12.8%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비건 치즈 시장은 2019년 10억1000만 달러(약 1조1307억9600만원) 규모였다. 하지만 2027년에는 26억 6000만 달러(약 2조9781억3600만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 것이다. 비영리단체 ‘Good Food Institute’와 식물성기반식품협회 PBFA 또한 기존 유제품 치즈 판매량은 1% 증가했지만 식물성 치즈는 18.3% 증가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비건 시장을 주도적으로 이끌어가는 것은 모차렐라 치즈다. 피자나 파스타 등 다양한 이탈리아 요리에 모차렐라 치즈가 들어가기 때문으로 보인다. 향후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 것으로 예상된 제품은 리코타 치즈였다. 리코타 치즈 또한 다양한 요리에 사용할 수 있다.
아직까지는 유럽이 비건 시장의 40%를 점유하고 있다. 소비자는 과반수가 가정이었지만 비건을 시도하는 이가 늘어나면서 비건 치즈를 사용하는 외식업계도 늘 것으로 전망된다.
네덜란드 녹말제조업체 아베베는 감자 단백질과 감자 전문, 해바라기오일에서 추출한 지방 성분으로 유제품과 상당히 유사한 식물성 치즈를 만들었다. 동물성 치즈와 흡사해 세계지식재산권기구의 특허 승인을 받았다.
국내에서도 비건 치즈가 최초로 출시됐다. 2013년 ‘야채라면’을 선보였던 농심이 비건식품 전문 브랜드 베지가든을 선보이며 식물성 치즈를 국내 최초로 개발한 것이다.
◆ 비건 치즈 만들기 생각보다 쉽다
비건 치즈란 우유 없이 두부와 두유, 견과류, 채소로 만드는 치즈를 일컫는다. 동물성 재료를 배제하고 만든 순 식물성이다. <비건 치즈>의 저자 마리코에 따르면, 파프리카가루나 강황가루, 일본의 미소된장, 레몬즙, 고춧가루 등 신맛과 짠맛의 다양한 조미료를 더하면 치즈맛을 낼 수 있고 찹쌀가루와 무향 코코넛오일, 한천가루를 활용하면 치즈의 다양한 질감까지 표현할 수 있다.
체더치즈나 선드라이크림치즈, 부르생치즈처럼 발효하지 않는 치즈와 크림치즈, 건과일 치즈 등 발효하는 치즈 모두 직접 만들 수 있다.
생각보다 치즈 만들기는 간단하다. 모든 재료를 믹서로 갈아 치즈베이스를 만들고 약불에서 데워주거나 냉장보관해 식히면 된다. 발효가 필요한 치즈는 견과류를 물에 불린 뒤 발효식품과 함께 곱게 갈아 치즈베이스를 만들고 면보에 싸고 무거운 것을 올려 12~24시간 발효하면 된다.
이렇게 만든 비건 치즈는 케이크나 베이킹을 만들 때 활용할 수 있다. 유제품과 글루텐이 첨가돼 있지 않아 알레르기 걱정 없이 건강하게 단백질을 섭취할 수 있다.
두부, 두유, 견과류로 만드는 비건 치즈는 우유보다 탄소발자국이 적은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지속가능한 음식이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