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요즘같이 비건이 각광받는 시대가 없었던 것 같다. 식품업계가 자체 비건 브랜드를 출시하더니 이번엔 비건 레스토랑을 잇달아 오픈한다.
비건 레스토랑 오픈 소식을 알린 건 농심이 먼저였다. 지난해 12월 농심은 자사의 대체육 브랜드 ‘베지가든’ 제품을 소비자들이 직접 맛볼 수 있도록 레스토랑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장소와 레스토랑의 이름을 밝힌 건 올해 1월의 일이다.
농심은 잠실의 롯데월드몰에 비건 레스토랑 ‘포리스트 키친(Forest Kitchen)’ 오픈한다고 밝히며 총괄 셰프로 김태형 씨를 선임했다. 김태형 총괄 셰프는 미국 뉴욕의 전문 요리학교 CIA(Culinary Institute of America) 졸업 후 뉴욕 미슐랭 1, 2스타 레스토랑에서 근무한 바 있는 실력자로 특히 지난해 ‘내 몸이 빛나는 순간, 마이 키토채식 레시피’를 출간하는 등 평소 비건 푸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연구해 온 인물이다.
오는 27일 오픈을 앞둔 ‘포리스트 키친’은 양식을 기반으로 한 비건 메뉴를 선보인다. 업계에 공개된 소식에 따르면 ‘치즈 퐁듀 플래터’, ‘리가토니 라구’, ‘더블치즈 아보카도 버거’ 등 특별한 날 맛볼 수 있는 파인다이닝 형태를 지향해 금액도 다소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비건 레스토랑에 대한 소식을 전혀 알리지 않던 풀무원은 지난 4월 말이 돼서야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한다고 밝혔다. 풀무원은 지난해 ‘식물성 지향 식품’ 선도 기업을 선언하며 식물성 식품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이러한 식물성 식품 사업의 확장으로 지난 20일 코엑스몰 지하 1층에 비건 레스토랑 ‘플랜튜드(Plantude)’를 오픈했다.
‘플랜튜드’는 식품 대기업 가운데 처음으로 메뉴 전체가 비건 인증을 얻어야만 받을 수 있는 비건표준인증원의 비건 인증을 받아 눈길을 끌었다. 직장인들이 방문하기 좋은 위치 특성을 반영해 식당의 메뉴는 퓨전 한식으로 구성됐다. ‘플랜트 소이불고기 덮밥’, ‘두부 카츠 채소 덮밥’, ‘트러플 감태 화이트 떡볶이’의 총 13개의 메뉴가 모두 약 1만 원 대의 가격대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 식품 대기업 두 곳이 잇달아 서울 도심 한복판에 비건 레스토랑을 오픈하면서 자연스럽게 채식 시장을 두고 대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이에 두 레스토랑의 음식의 가격대, 메뉴 등을 비교하는 내용의 기사도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두 기업이 비건 레스토랑을 통해 지향하는 바는 전혀 다르다. 실제로 풀무원 측은 플랜튜드 1호점을 시작으로 계속해서 사업을 확장해 나갈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지만, 농심 측은 포리스트 키친은 자사의 대체육 사업 확대를 위한 마케팅의 일환으로 사업 확장 계획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두 기업이 치열하게 대결 모드에 들어간 것은 오히려 기쁜 소식이다. 두 기업의 의도가 어떠하든 간에 비건 레스토랑이 서울 도심에 생겨 화제를 모으는 것은 비건의 대중화에 큰 힘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농심이 언급한 대체육의 보편화에도, 풀무원이 지향하는 식물성 식품 산업의 확장에도 도움이 되는 비건 레스토랑이 많이 생기길 바랄 뿐이다. 대기업의 '비건 시장'을 두고 펼치는 싸움을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