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인류의 골칫거리가 된 미세플라스틱이 위암을 악화시킨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자아낸다.
한국원자력의학원은 김진수 박사 연구팀이 체내에 흡수된 미세플라스틱이 암세포의 성장 및 전이를 가속화하고, 면역억제 단백질 증가 및 항암제 내성을 일으켜 위암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을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고 11일 밝혔다.
지난해부터 연구팀은 미세플라스틱의 체내 흡수 경로, 자폐스펙트럼 장애 유발 등 미세플라스틱의 인체 영향 연구를 이어오고 있다. 이번 연구는 한국인에게 흔한 위암에 주목하고 미세플라스틱과 상관관계를 찾아보고자 진행됐다.
논문을 보면 연구팀은 각종 일회용품 등에 쓰이는 플라스틱 종류 중 하나인 폴리스타이렌을 인체 세포에서 얻은 위암 세포주에 4주간 함께 두고 암의 주요 특징들을 확인했다.
그 결과 폴리스타이렌에 노출된 위암 세포는 노출되지 않은 위암 세포에 비해 최대 74% 더 빠르게 자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세포로의 전이는 최대 3.2∼11배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또한 종양을 생성하는 암 줄기세포 유전자(CD44)는 최대 3.4배 증가했고, 암세포가 면역시스템을 피하기 위해 만들어내는 면역억제 단백질 PD-L1(CD274)의 발현은 최대 4.2배 증가했다. 아울러 폴리스타이렌에 노출된 암세포는 여러 항암제에 내성을 지닌다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또 폴리스타이렌을 먹인 실험용 쥐의 위 조직에서 유전자를 분석하는 리보핵산(RNA) 염기서열 분석을 통해 미세플라스틱이 위 세포와 상호작용해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일으키는 것을 발견했다. 이중 위 세포막 단백질 ASGR2가 미세플라스틱을 매개체로 위암을 악화시킬 수 있는 유전자 후보이며, 동시에 잠재적 종양 유발인자로서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연구를 이끈 김진수 박사는 “플라스틱 사용량의 증가와 함께 미세플라스틱 오염으로 생태계 전체가 심각한 문제를 겪고 있다”며 “후속 연구로 위암 이외의 다양한 소화기암 발병과 치료 예후에 미세플라스틱이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해당 연구 결과는 의학 분야 국제학술지 ‘테라노스틱스’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