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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모피 때문에 죽고 코로나 때문에 두 번 더 죽는 밍크

 

올해는 밍크의 수난시대였다 할 수 있다. 모피를 만들기 위해 갖은 학대를 다 받는 밍크가 갑자기 코로나19 감염원으로 주목받으며 단체로 살처분된 것이다. 덴마크에서는 밍크 사체로 지하수가 오염된다며, 내년 5월 사체를 다시 꺼내어 소각한다고 발표했다. 모피 때문에 죽고 코로나 때문에 죽고 여기서 다시 불태워지며 밍크의 비명이 끝나질 않고 있다.

 

우아하고 부드러운 밍크코트의 제작과정은 우아함과는 전혀 거리가 멀다. 모피를 위해 사육하는 밍크는 생후 6개월 정도에 도살해 모피를 채취한다. 좁은 우리에 최대한 많이 넣은 상태로 방치돼 사육되는데 생을 마감하기까지 온갖 학대를 받는다. 이유는 가죽을 연하게 만들기 위해서다. 밍크가 죽기 직전까지 두드리기도 하며 땅에 패대기치거나 공중에 매단 채 가죽을 벗겨낸다.

 

지난 4월 네덜란드의 밍크 농장에서 일하는 노동자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은 것을 시작으로 밍크의 불행은 더욱 커졌다. 

 

덴마크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밍크 모피 생산국으로 농가 1000여 곳에서 1500만∼1700만 마리를 사육한다. 네덜란드와 미국 등지에서 밍크가 코로나19를 사람에게 감염시킨 사례가 여러 차례 발생하자 밍크는 갑자기 코로나 감염원으로 지목됐다. 호랑이나 사자, 고양이 등 동물들이 코로나19에 양성 판정을 받은 적은 있지만, 사람에게는 감염시키지 않았다.

 

 

미국 농무부는 밍크 농장과 연관된 코로나19 확진자 때문에 덴마크 밍크 농장에서 코로나19가 급속히 확산됐을 것으로 추정한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덴마크가 대규모 살처분한 것은 물론, 네덜란드에서도 밍크 160만 마리 이상 살처분 명령이 이행됐고, 스페인은 사육 밍크의 87%에 달하는 10만 마리 살처분이 진행됐다.

 

결국 지난 11월 덴마크 정부는 약 1500만 마리의 밍크를 모두 살처분했다. 밍크의 불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21일 영국 매체 미러는 덴마크 정부가 매장한 밍크 사체 400만 마리를 2021년 5월에 다시 꺼내서 소각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밍크 사체를 급하게 묻다 보니 환경오염과 지하수 오염을 일으킨 것이다.

 

사체가 부패하면서 가스가 발생했고 다시 땅 밖으로 밀려 나오는 경우가 다수 발생했다. 한꺼번에 많은 사체를 급하게 매장하다 보니 1m 깊이의 얕은 곳에 묻었기 때문이다. 살처분한 밍크 사체가 다시 땅 밖으로 가스와 함께 나오자 지역주민들은 좀비를 보는 것 같다고 말하며 밍크 사체로 인한 오염을 주장했다.

 

덴마크 환경 당국은 인근 지역을 조사했고 밍크 사체가 부패하면서 인근 호수와 지하수가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현재도 밍크 사체로 인한 영향은 계속해서 나타나지만, 소각 계획은 5월이다. 덴마크 농식품부에 따르면, 코로나19 감염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는 2021년 5월에 사체를 발굴해 폐기물 소각장에서 모두 태울 계획이다.

 

밍크에게서 코로나19가 확산되는 것의 원인은 공장식 사육으로 볼 수 있다. 대규모 공장식 사육 시스템은 조류독감(AI)이나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등 각종 전염병의 온상으로 지적됐다.

 

 

코로나19로 수많은 밍크가 생을 마감했지만, 다행히 이를 계기로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우선 1,500만 마리를 살처분한 덴마크에서는 2022년까지 밍크 사육을 금지하는 법이 통과됐다.

 

네덜란드에서는 정부가 수백만 밍크 살처분 명령을 내리자 동물보호단체에서 살처분 금지 가처분을 신청해 일시적으로 무분별한 살처분이 중지됐다. 이후 네덜란드는 밍크 농장 폐쇄에 대한 계획을 기존 2024년까지였지만 2021년 봄부터 조기 폐쇄 착수에 돌입하겠다고 선언했다. 

 

프랑스에서는 한 동물단체가 밀집 공장식 사육 농장을 잠입해서 촬영한 영상을 공개했다. 정부는 이 폭로를 계기로 점진적으로 밍크 농장을 폐쇄하기로 했다. 지난 9월 29일 생태부 장관은 프랑스 내 모피 농장 폐쇄를 발표했다. 늦어도 오는 2025년까지 모든 모피 농장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 모피 사육 금지하는 국가

 

코로나19와 관계없이 모피 산업의 잔인함 때문에 밍크 농장을 금지하는 국가도 있다. 영국에서 모피농장을 완전 금지 및 폐쇄한 것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와 체코, 크로아티아에서도 모피 생산을 위해 동물 사육이 금지됐다. 독일은 동물복지 규정이 워낙 까다로운 탓에 밍크 농장을 운영하기 힘들다.

 

동물자유연대에 따르면, 미국은 지난 2013년 웨스트 할리우드, 2017년 버클리가 모피 판매를 금지한 것에 이어 2019년에는 샌프란시스코도 모피 생산과 판매가 금지됐다. 인도와 뉴질랜드 또한 2017년 밍크, 여우, 친칠라의 모피 수입을 금지했다.

 

덴마크에 이어 모피 최대 생산국 폴란드는 동물 가죽을 얻기 위한 농장 운영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동물보호법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단체는 여전히 모피로 거래되는 동물 수가 늘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모피연합(IIFF)에 따르면 모피를 위해 희생되는 밍크는 1990년대 4,500만 마리였지만, 2015년 8,400만 마리로 두 배가량 늘었다.

 

유럽에서는 모피를 금지하는 움직임이 확산됐지만, 문제는 농장이 중국으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중국에는 동물학대를 규제할 관련 법이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산 모피를 사용하지 않으려고 해도 대규모 국제경매에서 원자재로 거래되는 특성상 원산지 추적이 힘들다.

 

우리나라에서도 모피 제작 과정에서의 잔인함이 꾸준히 알려졌지만, 여전히 모피 수입량은 많다. 관세청에 따르면 국내 모피 수입량은 2001년 148억 달러에서 2011년 423억 달러로 3배 가까이 급증했고, 이후 수요가 줄어 2016년 254억 달러로 떨어졌지만, 2017년 다시 279억 달러로 올랐다. 과거에는 사모님 옷이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구입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졌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를 겨냥해 디자인의 변화가 생겼고 가격은 전보다 떨어졌다. 부의 상징이나 다름없었던 모피가 대중화된 것이다. 특히 30~40대 모피 소비는 매년 늘어나고 있어 수요는 당분간 늘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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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