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김민영 기자] "갓난아기가 부모에게서 떨어져 태어난 지 6개월 만에 살해당한다. 그 부모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다시 아기를 갖고 아기는 또 6개월 만에 죽임을 당한다. 그런 일이 계속 반복되다 3년이 되면 부모도 살해를 당한다."
끔찍한 소설 속 이야기라고 생각하겠지만, 현실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야기다. 사람이 아닌, 돼지 이야기다.
지난 9일 KBS에서는 공장식 축산업의 폐해에 대한 내용을 담은 환경스페셜 '우린 왜 행복하면 안 되지' 편이 방영됐다.
방송 속의 어미 돼지는 몸이 뒤척일 수도 없는 작은 스톨에 갇혀 아기 돼지에게 젖을 주고 있는 모습이었다. 어미 돼지와 아기 돼지는 모자 지간임에도 눈조차 마주칠 수 없는 구조였다.
그렇게 아기 돼지는 3주 동안 어미젖을 먹고 육돈을 길러져 6개월 만에 짧은 생을 마감해 우리 식탁으로 올라온다. 그 사이 어미 돼지는 6~7번의 임신과 출산을 반복한 뒤 도살된다.
강혜진 동물복지 연구원은 돼지는 원래 모성애가 강한 동물이지만 스톨에 갇힌 어미 돼지들은 자포자기의 상황에 처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아기 돼지는 태어나자마자 똥과 오줌이 가득한 우리에서 자란다. 목이 마르고 배가 고프다 보니 옆의 친구가 싼 분뇨를 먹기도 하고 그중 약한 돼지들은 시름시름 앓다 죽는데, 그 시체가 방치된 채 함께 지낸다.
더러운 환경에서 사육된 돼지는 감염병에 취약하다. 방송 속 감염 내과 전문의는 신종 감염증은 관리되지 않는 환경에서 사람과 동물이 어우러져 살 때 발생한다며 메르스, 코로나19를 비롯한 인수공통전염병도 동물의 사육 환경에서부터 비롯됐다고 전했다.
그는 “공장식 축산환경이 인간의 삶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에 배고픔이나 질병에 시달리지 않고 살아있는 동안 동물이 행복한 상태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드는 ‘동물복지’가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방송에 따르면 돼지들의 평균 수명은 20년이다. 인간이 먹기 위한 식품으로 길러진 돼지들은 6개월 만에 도살된다. 수명의 반의 반도 못 살고 죽는 것이다.
닭도 별반 다르지 않다. 몇 층으로 쌓인 배터리 케이지에 갇힌 닭은 날개 한번 펴지 못하고 닭벼슬이 휘어진 채 살아간다. 놀랍게도 닭의 평균 수명은 15년이지만 산란계는 2년, 육계는 30일만에 도축된다. 우리가 평소 즐기는 치킨이 생후 30일 된 어린 닭인 것이다.
비좁은 케이지에서 스트레스를 받다 보니 약한 닭을 쪼거나 짓밟는 경우가 많고 분뇨와 사료가 뒤섞인 환경에서 자라다 보니 조류인플루엔자와 같은 감염병도 쉽게 생긴다.
그렇다고 모든 환경을 농장주 탓을 하기엔 그들의 사정도 안타깝다. 동물의 복지를 위해서는 값비싼 최신식 환경이 필요하고 그만큼 닭의 가격을 올리기엔 해외에서 들여오는 값싼 닭과 경쟁을 해야 하다 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방송 후반부에는 경상북도 경산의 자연농장 이야기가 나왔다. 농장주는 배터리 케이지에서 알을 낳다 생산력이 떨어져 도축될 위기에 놓인 폐닭을 사와 키운다. 2~3개월간 자연 속에 맘껏 뛰놀게 했을 뿐인데 닭들은 건강한 달걀을 다시 생산한다.
기자는 관련 정보를 자주 접하는 직업이다 보니 스톨이나 동물의 환경에 대해 익숙했지만, 함께 방송을 보던 가족은 공장식으로 운영되는 축산업의 가축이 어떤 환경에서 자라는지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며 미안함과 놀라움을 표현했다.
강혜진 동물복지 연구원은 "매일 먹는 채소나 과일을 유기농으로 챙겨 먹듯이 매일 먹는 고기가 자란 환경에 대해서도 알아볼 필요가 있으며 사육 상태에 대해서 정부가 나서서 알려야 한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비자는 육류 소비를 줄이거나 환경과 동물을 위해 가격을 1.5배 더 지불하더라도 동물복지 축산물을 골라 소비할 것"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