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모피의 시대가 저물어가고 있다. 생태계 보존과 동물보호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면서 소위 '짝퉁' 이미지였던 인조 모피가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다. 모피 소비의 윤리적 문제는 지적받은 지 오래였으나, 최근 과학 기술의 발달에 힘입어 인조 모피의 품질이 비약적으로 향상되면서 이제는 모피와 인조 모피의 구분이 어려울 수준에 이르렀다. 여기에 굴지의 패션 브랜드들이 모피 퇴출에 동참, 다양한 인조 모피 라인업을 선보이면서 저급, 저가 소재라는 선입견을 깨고 디자인의 한계마저 뛰어넘었다.
인조 모피는 비건 패션의 일종으로 비건 퍼(vegan fur), 에코 퍼(eco fur)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비건 패션이란 동물성 식품을 먹지 않는 ‘비거니즘(veganism, 채식주의)’을 의류에 적용한 개념으로, 진짜 동물의 가죽이나 털을 사용하지 않는 패션을 뜻한다. 윤리적 소비에 대한 관심, 특히 환경 및 동물 보호 의식이 향상되면서 나타난 의류 소비 현상이다.
'비건'과 '오트 쿠튀르'를 조합한 미국의 패션 브랜드 '보트 쿠튀르(Vaute Couture)'의 창립자 리앤 할가트는 LA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많은 소비자가 비건이라는 말을 환경과 동물을 걱정하는 의식 있는 계층과 동일한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밝히면서 인조 모피는 더 이상 천연모피의 대체제가 아닌 윤리의식에 의한 선택임을 강조했다.
실제로 MZ세대 소비자들은 모피 제조 과정에서 이뤄지는 학대로 고통받는 동물의 입장에 공감하고 연민을 느끼면서 천연 모피를 꺼리는 이타주의적 소비 성향을 보였다. 이들은 인터뷰에서 "동물이 산채로 고통받는 걸 보고 나니 못 입겠더라. 우연히 영상을 보고 마음을 정했다", "복합적인 요인이 있지만 채식주의자 친구의 영향이 컸다", "원산지나 생산 방식에 대해서 많이 생각하는 편이다. 윤리적으로 생산된 제품을 소비하고자 한다. 특히 모피는 동물의 생명과 관련된 부분이라 더 신경 쓴다"고 밝혔다.
일부 응답자는 천연모피와 최대한 유사하게 만든 인조 모피도 선호하지 않았다. 리얼 퍼의 느낌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 오히려 동물을 연상시키며, 경제적 요인 때문에 구입하는 대체제란 인상을 수반한다는 것. 한 소비자는 "천연모피처럼 보이는 인조 모피는 정말 별로다. 밍크는 비싸서 못 사고 저렴이를 산 느낌이다. 아예 페이크임을 자신 있게 드러내는 게 낫다"라며 거부감을 보였다. 이들은 기존의 천연모피가 가진 부정적 이미지와 차별화된 새롭고 젊은 이미지의 트렌디한 인조 모피를 선호했으며 가격 대비 우수한 품질의 가치를 중요하게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