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기후변화로 인해 서식지가 파편화되면서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에 갈등이 증가하고 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지난 27일 과학저널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실린 워싱턴대학교 생태계 감시 센터(University of Washington Center for Ecosystem Sentinels)의 연구에 따르면 기후위기가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을 키우고 있다.
연구팀은 지난 30년 동안 발표된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에 갈등에 대해 다룬 논문을 분석했으며 최근 10년 동안 발표된 논문의 수가 그 전 20년보다 4배 가까이 많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들이 분석한 갈등 사례는 총 49건으로 6개 대륙, 5개 대양을 비롯해 육상, 해양, 담수 등 전 세계 모든 환경에서 야생동물과 인간 사이의 갈등이 늘어났다는 것을 발견했다. 동물의 종에도 제한은 없었다. 포유류, 파충류, 조류, 어류 심지어 무척추 동물까지 포함해 인간과의 갈등을 일으키고 있었다.
연구진이 분석한 대부분의 갈등 유발 요인은 기온과 강우량 변화로 이들 사례 중 80% 이상을 차지했다. 갈등의 결과는 인간의 사망과 부상이 전체의 43%, 동물의 죽음과 부상이 45%로 나타났다.
수석 저자인 브리아나 에이브람스(Briana Abrahms) 교수는 해당 갈등의 근본 원인은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라고 전했다. 그녀는 “개별 사례마다 고유한 다양한 원인과 결과가 있지만 결국 기후변화에 의한 것이었다”라고 밝혔다.
호주의 높은 기온은 동부 갈색 뱀의 공격적인 행동을 유발해 더 많은 뱀에게 인간이 물린 사건으로 이어졌으며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산불은 아시아 코끼리와 호랑이를 보호 구역에서 인간의 거주지역으로 이동시켜 한 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심한 엘니뇨 현상으로 따뜻한 공기와 해수 온도는 남아프리카에서 상어 공격을 증가시켰으며 아메리카 대륙에서 라니냐 현상이 발생하는 동안 육상 먹이 사슬이 붕괴되면서 뉴멕시코 지역의 흑곰과 칠레의 여우가 인간의 정착지를 침범하기도 했다.
이처럼 기후변화는 북극곰의 해방과 같은 동물의 서식지뿐만 아니라 야생동물의 행동 및 자원 가용성을 변경해 인간과의 갈등을 유발시켰다. 또한 야생동물이 인간의 서식지를 침범하면서 인간이 동물을 해치는 사건도 늘었다.
2009년에 탄자니아 킬리만자로 지역에 극심한 가뭄이 일자 굶주린 아프리카 코끼리가 인간들이 일궈놓은 농작물을 파괴했고 지역 농부들은 코끼리를 살해하는 보복을 저지른 사건도 일어났다.
에이브람스 교수는 “인간과 야생동물 간의 갈등 사이의 이러한 연관성을 확인하고 이해하는 것은 단지 보존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그것은 또한 사회 정의와 인간의 안전 문제”라고 언급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갈등이 기후변화가 심화됨에 따라 사람과 야생 동물의 대규모 이주가 증가하고 자원이 이동하면서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했다.
연구진은 이러한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 “기후변화와 인간과 야생 동물 간의 갈등 사이의 연관성을 연구하는 주요 동기 중 하나는 해결책을 찾는 것”이라면서 “특정 사건에 대해 알게 되면 패턴과 추세를 파악하고 이러한 갈등을 해결하거나 줄이기 위한 개입을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실제 현재 미국 남서부 지역에서는 라니냐 기간동안 주민들에게 하이킹 시 곰 스프레이를 휴대하도록 권장하는 캠페인이 펼쳐지고 있으며 보츠와나는 정부가 가뭄으로 인한 야생동물의 가축 공격에 대해 목동과 목장주에게 보상하기 위한 자금을 마련하고 야생동물에 대한 보복적 살해에 가담하지 않겠다는 서약의 대가로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