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한국 주변 해역에서 서식하는 고래, 바다거북 등 대형해양동물의 몸 속에서 미세플라스틱이 다량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충격을 준다.
지난 12일 국제학술지 해양오염학회지(Marine Pollution Bulletin) 4월호에 실린 인하대학교 해양과학과 김태원 교수 연구진의 ‘한국에 좌초한 대형해양생물 체내 미세플라스틱(Microplastics in large marine animals stranded in the Republic of Korea)’ 논문에 따르면 2019∼2021년 한국 해변에서 죽은 채로 발견된 대형해양동물 12마리를 해부한 결과 미세플라스틱이 무려 1902개가 발견됐다.
매년 바다로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는 490만~1270만mt(미터톤)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바다에 버려지는 플라스틱 쓰레기 중 15∼31%가 미세 플라스틱이라고 분석하는데 이는 바다로 흘러들어온 플라스틱 쓰레기가 태양광에 노출될 경우 쉽게 부식돼 0.13㎍ 이하 초미세플라스틱과 670㎍ 이하의 미세플라스틱으로 부서지기 때문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해변에서 발견된 상괭이 7마리와 참고래 1마리, 남방큰돌고래 1마리, 돌고래 1마리, 붉은바다거북 2마리에서 폴리프로필렌(PP), 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PET) 폴리에틸렌(PE) 등 18가지에 달하는 플라스틱 소재가 검출됐다. 미세플라스틱은 평균적으로 단위 무게 1g당 3.34개씩 있었으며 미세플라스틱 길이는 27.63㎛부터 4천596㎛까지 다양했다.
가장 많이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은 투명한 흰색의 폴리프로필렌으로 밝혀졌다. 또한 미세플라스틱은 돌고래의 크기 및 나이와 상관 관계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종별로 미세플라스틱이 가장 많이 검출된 동물은 상괭이었다. 상괭이 단위 무게당 발견된 미세플라스틱이 1.67~11.63개였는데 상괭이들은 100m 이하 얕은 해역에서 생활하는 만큼 미세플라스틱에 더 자주 노출됐던 것으로 추정된다.
또한 수염고래인 참고래는 바닷물을 들이킨 뒤 크릴과 동물성 플랑크톤 등 먹이를 입속 여과장치로 걸러내 섭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플라스틱을 먹기도 하는 반면 상괭이와 남방큰돌고래, 돌고래 등 이빨고래는 먹잇감에 쌓인 미세플라스틱을 간접적으로 섭취하는 경우가 많았다.
한편 이번 연구에선 미세플라스틱이 대형해양생물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밝혀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대형해양동물에 대한 미세플라스틱의 영향을 정확하게 평가할 수 없으므로 미세플라스틱이 잠재적으로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 이해하기 위한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류의 경우 미세플라스틱이 소화기관에 악영향을 주고,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s)과 중금속 등과 함께 체내에 축적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형해양동물에게도 비슷한 피해를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