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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미의 유기농 비건라이프 칼럼] 지구의 날, 비폭력 공존 밥상을 차리자

동의보감에는 음식과 약의 뿌리가 같다는 뜻의 식약동원(食藥同原)이라는 표현이 있다. 서양 의학의 아버지인 히포크라테스도 ‘음식으로 고칠 수 없는 병은 약으로도 고칠 수 없다’라는 같은 맥락의 말을 남겼다. 이처럼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음식은 에너지 공급원을 넘어서 병을 치료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유기농문화센터는 ‘내가 먹는 것이 곧 나’라는 당연한 진리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교육을 실시한다. 아울러 기후변화와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유기농 채식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해 힘쓴다. 강성미 유기농문화센터 원장이 비건뉴스 독자를 위해 지구와 나를 지키는 유기농 채식 문화에 대한 칼럼을 연재한다. <편집자주>

 

지각력 있는 존재들은 모두 자신만의 이권을 갖고 있다. 인간은 개인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복잡한 사회적·법적 시스템을 만든다. 하지만 이 보장은 인종, 계급, 성별 그 밖의 요소들로 인해 좌우될 뿐 동물의 이권은 안중에 없다. 이에 인류가 지상에서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에게 슬픈 일이지만 동물에게는 커다란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이 부정할 수 없는 진실로부터 자극받아 변화의 길에 나서야 한다.

 

◆ 음식을 먹고, 마음을 먹는다 

 

의식을 형성하는 음식의 힘을 인정하지 않으면 인류는 살아남을 수 없다. 의식은 스스로 어떤 것을 취해 통합할지 결정하는데, 이때 음식은 의식의 물리적 매개물로 작용한다.

 

우리가 먹어야 하는 것은 공포에 질린 동물일까, 아니면 정성 들여 가꾼 식물일까? 우리가 배양하는 것은 두려움일까, 아니면 사랑일까? 잔인함의 벽돌로 사랑의 탑을 쌓아 올릴 수는 없지 않은가.

 

 

간디를 비롯해 영적으로 성숙한 사람들은 우리가 사용하는 수단과 성취하는 목적이 동일한 것이라고 강조한다. 평화운동가 A. J. 머스티 (A. J. Muste)는 “평화를 향한 길은 없다. 평화가 곧 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는 우리 모두가 스스로의 삶에서 증명할 수 있는데 사랑하는 능력의 개발은 진화 수단일 뿐만 아니라 목적이며 완전한 사랑을 실천할 때 우리는 뭇 생명이 하나라는 진리를 깨닫게 된다. 아울러 사랑은 자유, 기쁨, 평화, 이타적 봉사를 통한 충족감을 가져다준다.

 

가장 숭고한 형태의 사랑은 연민이다. 연민은 다른 존재들의 고통을 덜어주려는 욕구를 포함하며, 이 욕구는 고통을 효과적으로 덜어줄 수 있는 더 큰 지혜와 내면의 자유를 필요로 한다. 연민은 진화의 결실이자 동력이다. 생의 의미는 진화하고 사랑하라는 보편적이며 부정할 수 없는 소명에 얼마나 응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 직관과 연민의 전통들

 

몇몇 종교적 전통에서는 포식자의 사고방식을 배제하고 동물에 대한 연민을 촉구하는 것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불교, 힌두교, 자이나교, 도교 등 다양한 동양 전통뿐만 아니라 수피교(이슬람 신비주의), 카발라교(Cabala·히브리 신비주의), 기독교 신비주의 등 밀교(密敎)적 성격이 강한 서양 전통이 그러하다.

 

이러한 종교적 전통들은 직관이 두 겹의 수련을 통해 함양된다는 데 동의한다. 첫째는 외부적인 윤리 행동의 실천이다. 종교란 근본적으로 윤리성에 대한 고찰이다. 인간과 모든 생명체를 연결하는 영적 저장소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진정한 영적 가르침은 자비를 설파하고 그것이 바로 상호 연관성과 진리를 반영하기 때문이다. 윤리적 실천은 내면 평화와 영적 진보에 필요한 관계의 조화를 가져다준다.

 

둘째는 마음 살피기 훈련이다. 다른 존재들에게 해악을 끼치면서 스스로를 무장한다면 진정한 삶을 가능케 할 수 없다. 다른 생명을 학대하는 행위를 지속하면서 조용히 앉아 명상하고 기도하며 평화를 얻겠다고 해봤자, 우리 마음은 자기중심적 사고로 흐트러지고 교란된 상태를 벗어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동물에 대한 억압이 심한 문화일수록 내면 동요와 마비가 심각하고, 외향적이며 위압적인 경향이 높다. 시끄러움, 분주함, 흥분 속에의 삶이 익숙해진 우리에게 조용하고 열린 명상은 억눌린 죄의식과 폭력을 드러내 치유하고 해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모든 종교적 전통은 인간이 불안과 강박에서 벗어나 보다 빛나고 고요한 인식의 경지에 들어서기를 동경한다고 말한다. 명상을 통해 인간과 다른 생명체 및 세계를 분리하는 장벽이 허물어지기 시작하면서 우리 안에 타오르는 빛이 다른 모든 생명에게도 존재하고 있음을 깨닫게 되기 때문이다. 이 직관적 인식은 당연히 연민을 강화할 수도 있다.

 

직관과 연민의 관계는 동서양 종교적 전통에서 인정받고 있다. 또한 이것은 인간만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적용된다.

 

◆  비건, 다른 생명체에 친절을 베푸는 방법

 

세계 주요 종교들은 하나같이 다른 생명체에 친절하라고 권한다. 인간보다 동물이 상대적으로 약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은 물론이고, 모든 동물이 지각력을 가졌기 때문이다. 이들은 단순히 다른 생명체의 고통에 감응하는 것뿐 아니라 경감시키려 행동하라는 가르침을 설파한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동물과 인간 스스로를 해치지 못하도록 막고, 여전히 폭력을 자행하는 이들에게 영감을 전하고 도와줘야 할 책임까지 부여된다. 진화의 명령이자 영적 명령이며 연민의 명령이자 완전 채식주의 명령이다.

 

완전채식의 동기는 세계 종교 전통 내부에서 강조한 보편적 영적 원리, 즉 연민이다. 차이점이 있다면 완전 채식주의는 이 연민을 실천으로 옮길 것을 촉구한다는 점이다. 1944년 ‘비건(Vegan)’이라는 용어를 창안한 도널드 왓슨(Donald Watson)의 선언은 이 실천적 지향을 강조하는 내용으로 다시금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

 

버크민스터 풀러(Buckminster Fuller)는 문화적 변화는 파괴적인 자세나 관행에 맞서 투쟁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뒤떨어진 것들을 지적하면서 보다 긍정적이고 높은 차원의 대안을 제시할 때 일어난다고 말했다. 경쟁, 폭력, 상품화 같은 고대 목축문화의 사고방식은 구시대적이며, 동물성 음식 섭취 역시 우리가 극복해야 할 낡은 유물이다.

 

최근 비건에 귀 기울이는 이들이 늘어나면서 완전 비건 및 비건 지향인들을 위한 다양한 제품이 생겨나고 있으며 그와 관련된 책, 영화, 사이트를 비롯해 단체 및 조직도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다만 문제를 진정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완전한 직시와 이해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더 높은 차원으로 올라서야 한다. 동물 학대와 상품화를 계속한다면 여전히 미혹 단계에 머물러 폭력과 스트레스, 예속과 질병 형태로 문제를 반복 경험할 수밖에 없다.

 

◆ '지구의 날'의 행동

 

4월 22일, ‘지구의 날’만큼은 첨단 기술과 개발로 만들어진 물건을 사용도, 활용도 하지 않아보기를 권한다. 가까운 공원에서 천천히 걷고, 그냥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이때 사랑과 연민으로 동물은 배제하고, 채소, 과일, 통곡물만으로 요리하는 명상을 해보자. 생명 존중 밥상을 바라보는 명상을 통해 지구와 몸과 마음 영혼까지 맑아지는 경험을 해 보시길 바란다. 하나뿐인 지구에도 진정으로 휴식의 시간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요리하는 명상, 밥상 위의 명상을 하고 "잘 먹겠습니다"라는 감사하다는 마음을 소리내어 말해볼 것을 추천한다. 가장 먼저 과일, 채소, 곡식 등 밥상에 놓인 음식의 재료에, 흙과 햇볕과 땀 흘려 가꾸고 수확한 농부에게, 정성으로 요리를 해준 사람에게, 그리고 소중한 음식을 받아 든 나 자신에게, 이 모든 기쁨과 행복을 선물한 지구에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것이다. 지구의 날, 사랑과 연민이 넘치는 비폭력, 공존의 밥상을 차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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