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동물의 날'은 1925년 독일 작가이자 편집자인 하인리히 짐머만(Heinrich Zimmermann)이 구성했고, 1931년 이탈리아에서 열린 국제 동물 보호 회의에서 13세기 이탈리아의 로마 가톨릭교회 수사이자 저명한 설교가였던 프란치스코 아시시(Francesco d'Assisi)의 업적을 기리며 10월 4일로 지정됐다. 올해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보호에 대한 다양한 생각을 해본다.
생태계 구성원 중에 어느 하나 함부로 빠지거나 넣어서는 안 된다. 그 이유는 어느 한 종이 빠지면 생태계가 무너지거나 혹은 그 사이를 대체할 다른 종이 들어가게 되는데, 그것은 생태계의 교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종이 생태계의 중간에 끼어들었을 때에도 마찬가지로 위아래 먹이사슬과 생태에 교란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고, 그로 인해 생태계에 큰 혼란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인간은 멸종위기종의 보호와 돌연변이종의 발생에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인간이 자연생태계에 관여를 하는 것 또한 매우 신중해야 한다. 우리의 판단이 생태계에 미칠 영향을 생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세계 동물의 날을 맞이한 동물 중에는 자연의 동물들뿐만 아니라 인간과 공생하는 가축과 반려동물이 포함된다. 우리 인간 또한 자연의 생태계에 포함되어 살고 있기 때문에 우리는 동물들과 공존할 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동물 중에는 야생도 가축도 반려도 아닌 제 3의 공간에 있는 동물들이 있다. 그것은 갇혀 있는 동물들이다. 동물이 구경거리로 전락한 것은 이미 오래됐지만, 우리는 동물을 가둬두는 당위성도 죄책감도 없이 응당한 인간의 권리쯤으로 아는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동물은 구경거리도 웃음거리도 아닌 우리와 같은 생명이다. 우리가 그렇듯이 어떠한 생명도 갇혀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세계 동물의 날을 맞아 동물원의 동물들도 한 번쯤은 생각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
동물 중에는 이들과는 또 다른 세계에 있는 동물들이 있다. 그것이 바로 실험동물이다. 실험동물은 실험실의 사육실에서 일정공간의 케이지 안에 산다. 실험동물은 케이지에서 태어나서 케이지에서 죽고, 어미의 어미의 어미, 자식의 자식의 자식 그리고 그 이후 세대에도 햇빛을 한 번도 못 보고 죽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실험동물의 대부분은 설치류이고 그 중 3/4을 차지하는 것이 마우스이다. 마우스는 우리가 사는 아파트와 같이 생긴 쥐장에 살고, 하나하나의 케이지가 하나하나의 새대로 분류가 된다. 쥐장에는 주소가 쓰여 있고, 케이지에는 명패가 꼼꼼히 적혀 있어서, 어떤 개체가 어디에서 나왔고, 어떤 운명이 될 지 등을 알 수 있다. 하나하나의 개체는 각각 특정 실험에 쓰이고, 실험 후에는 안락사를 시킨다. 안락사된 동물은 폐기물 업체에 의해서 수거돼 모두 태워진다.
실험동물을 실험 후에 분양하자는 주장이 있는데 거기에는 걸림돌이 있다. 원칙적으로 실험용 동물은 실험실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 동물의 생명도 중요하지만, 그 동물을 키우기 위해서는 애초에 동물 자체가 인간에게 안전하다는 것이 확보돼야 한다. 어떤 실험이 행해졌는지 알 수 없는 동물을 키우는 것은 우리의 생명과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실험용 동물이 자연에 나오게 되었을 때 그들의 유전자가 야생의 유전자와 섞이게 되고, 그들의 병원체가 야생동물에 전달된다면 생태계가 어떻게 변할지 또, 인간에게 어떻게 전파가 될지 모르기 때문에 그 위험성이 크다. 실험하지 않고 유전적인 특징, 기형, 혹은 잉여개체 등의 이유로 폐사되는 실험동물이 많다. 실험하지 않은 동물이라도 키우면 안 되냐는 질문을 할 수 있는데, 이 또한 위험하다. 실험동물은 이미 실험에 적합하도록 동정이 된 종이라서 야생동물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실험동물을 어떻게 보호할 수 있을까?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안정적인 사육환경과 사육방법에 대한 교육, 옳바른 방향성의 가설과 꼼꼼한 실험 설계, 그리고 정확한 실험이다. 실험이 정확하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그 분석이 꼼꼼하면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다. 실험의 의미를 도출하는 방법에 따라서 실험의 횟수가 줄어들 수 있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동물실험이 없어져야 한다는데 동의한다. 하지만 무조건적으로 동물실험을 반대하는 것은 과학이 덜 발달된 지금으로써는 의미가 없다. 대신에 동물실험을 점차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동물실험이 필요없는 화장품개발과 같은 것, 단순한 시도의 실험 등에는 동물대신 다른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맞다. 대체실험을 개발하고, 실험을 신중히 하여 동물실험을 줄여나가다 보면, 실험동물을 안 쓰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 세계 동물의 날에 실험동물이 언급 안 되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김경인 동물행동약리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