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최유리 기자] 기후운동가 두 명이 영국 런던 내셔널갤러리에 전시된 명화를 훼손한 혐의로 체포됐다.
지난 6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은 영국의 기후 시위단체 ‘저스트 스톱 오일(Just Stop Oil)’의 운동가 2명이 런던 내셔널 갤러리에 있는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명화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훼손해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저스트 스톱 오일은 스포츠 행사를 방해하거나 예술품을 파손해 기후 행동을 촉구하는 극단적인 시위단체로 잘 알려져 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하난 아메르(22)와 해리슨 도넬리(20) 두 명은 안전망치로 작품 보호 유리를 훼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유리를 깬 뒤에 “여성들은 투표해서 투표권을 받은 게 아니다.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할 때다. 이제 석유를 막을 때”라고 석유 산업을 중단할 것을 외쳤다. 이어 “석유와 가스 개발 허가는 수백만 명의 생명을 뺏을 것이다. 예술과 삶과 가족을 사랑한다면 지금 석유를 끊어야 한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영국 정부의 국왕 의회 연설에서 발표할 예정이었던 북해 석유·가스 신규 개발 승인 을 앞두고 행동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저스트 스톱 오일이 발표한 보도자료에 따르면 이들이 벨라스케스의 ‘거울을 보는 비너스’를 표적으로 삼은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거울을 보는 비너스’는 과거 1914년 여성 참정권 운동가 메리 리처드슨(Mary Richardson)이 여성사회정치연합의 창립자인 에멀린 팽크허스트(Emmeline Pankhurst)의 체포에 항의하며 훼손한 바 있기 때문이다.
단체는 “100여 년 전, 참정권 운동가 메리 리차드슨은 에멀린 팽크허스트를 부당하게 투옥했다는 이유로 거울을 보는 비너스 공격했다. 오늘날 우리는 기후 정의를 위한 투쟁에서 비슷한 방법을 사용했다”라고 밝혔다.
또한 런던 경찰은 같은 날 트라팔가 광장에서 국회의사당까지 이어지는 런던의 도로인 화이트홀에서 천천히 행진하는 시위를 벌인 저스트 스톱 오일 시위대 약 100명 가운데 40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저스트 스톱 오일 단체는 성명을 통해 오는 20일부터 매일 트라팔가 광장에서 만나 런던 거리를 천천히 행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석유 산업의 범죄자가 매수한 이 정부가 수백만 명의 목숨을 앗아갈 계획을 세우고 있는 동안 우리는 사법부가 이 불의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투옥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훨씬 더 많은 수의 행진을 할 것이며 이 정부가 영국의 모든 새로운 석유 및 가스 프로젝트를 중단할 때까지 계속 행진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한편 최근 몇 년간 저스트 스톱 오일은 빈센트 반 고흐의 ‘해바라기’,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요하네스 베르메르의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 등 여러 유명 작품을 표적으로 삼아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