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권광원 기자]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시청률을 자랑하는 오스카 시상식이 4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기후변화 시대에 걸맞는 새로운 벡델 테스트가 등장해 눈길을 끈다.

지난 5일(현지시간) 할리우드리포터 등 외신은 영화 속에서 기후변화에 대한 언급이 얼마나 드러나는지에 대한 척도로 새로운 벡델 테스트가 도입됐다고 보도했다.

벡델테스트는 1985년 미국의 여성 만화가 앨리슨 벡델이 고안한 개념으로 남성 중심 영화가 얼마나 많은지 계량하기 위해 고안한 영화 성평등 테스트다. 영화 속에서 이름을 가진 여자가 두 명 이상 나오고 이들이 서로 대화하며 대화 내용에 남자와 관련된 것이 아닌 다른 내용이 포함돼야 하는 등 세 가지 기준을 통해 벡델테스트에 통과 유무가 결정된다.

기후변화 시대에 맞춰 새롭게 등장한 벡델테스트인 ‘기후 현실 점검(Climate Reality Check)’은 비영리그룹 굿에너지(Good Energy)가 미국 컬비대학교(Colby College)의 매튜 슈나이더-마이어슨(Matthew Schneider-Mayerson)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과 함께 영화가 기후변화에 대한 표현을 얼마나 드러내는지 측정한 지표다.

이러한 기후변화 기후 현실 점검 테스트에 통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하는데 영화가 기후변화의 존재를 인정하는지 여부와 적어도 한 명의 캐릭터가 기후변화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한다.

굿에너지 그룹은 성명을 통해 “기후변화에 대한 확인은 작가와 업계 전문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조사하고, 청중은 할리우드가 자신의 현실을 화면에 표현하고 있는지 확인하고, 연구자는 기후 변화가 어떤 이야기 그룹에 포함돼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굿에너지 그룹은 올해 오스카상 후보에 오른 13편의 영화에 테스트를 적용했고 그 결과 영화 ‘바비(Barbie)’,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Nyad)’, ‘미션 임파서블: 데드 레코닝 PART ONE(Mission: Impossible - Dead Reckoning - PART ONE)’만이 테스트를 통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분석에 따르면 영화 ‘바비’에서는 극 중 사샤라는 캐릭터가 주인공 바비를 비판하는 장면에서 “만연하는 소비주의에 대한 미화가 지구를 죽인다”라고 말한 대사로 기후변화와 더불어 지구 오염에 대해 언급했다. ‘미션 임파서블’에서는 키트리지라는 캐릭터가 “다음 전쟁은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 생태계를 두고 벌이는 전쟁. 점점 줄어들고 있는 에너지, 마실 수 있는 물, 숨쉬는 공기를 위한 전쟁이 될 것이다”라고 말한 부분을 통해 기후변화를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영화 ‘나이애드의 다섯 번째 파도’의 경우 해수 온도 상승으로 인한 위험한 상황에서 쿠바에서 플로리다까지 헤엄쳐 가려는 익스트림 운동선수 다이앤 나이애드(Diane Nyad)의 시도를 다룬 영화로 그 내용 전반이 기후변화에 대한 위험성을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굿에너지 그룹은 전 세계의 유명 영화가 기후변화에 대해 다룬 것에 대해서는 기뻐하면서도 기후 현실 점검 테스트에 통과한 영화가 23%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안타까워했다.

애나 제인 조이너(Anna Jane Joyner) 굿에너지 창립자는 “지난해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오스카상 후보작 몇 편이 기후 현실 점검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 매우 기쁘다”라면서 “이는 기후 위기를 화면상에서 인정하는 것이 이야기에 충실한 재미있고 예술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주는 것이며 관객들이 이제 기후 위기를 보편적으로 포함하는 자신만의 세계와 경험을 보고 싶어한다는 더 많은 증거가 화면에 반영된다”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