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권광원 기자] 바다의 포식자로 알려진 상어는 무서운 이미지가 강하지만 사실 해양생태계에서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역할을 한다. 최근 이러한 상어의 기능적 다양성이 6600만 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면서 해양생태계 균형이 크게 파괴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최근 글로벌 생태학 및 생물지리학(Global Ecology and Biogeography)에 발표된 스완지 대학교(Swansea University)와 취리히 대학교(University of Zurich)의 공동 연구에 따르면 지난 6600만 년 동안 높은 기능적 다양성을 유지해온 상어는 지난 1000만 년 동안 기능적 다양성을 급격하게 잃어 오늘날 가장 낮은 수준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능적 다양성(Functional diversity)은 서로 다른 종이 같은 생태계 내에서 수행하는 역할의 다양성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념은 단순히 존재하는 종의 수를 세는 것 이상의 의미를 지니는데 이 종들이 주변 환경 및 서로 상호 작용하는 다양한 방식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산림 생태계 내에서 일부 종은 식물을 소비하는 초식 동물일 수 있고, 다른 종은 초식 동물 개체군을 통제하는 포식자일 수 있다. 또한 일부는 죽은 유기물을 분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고, 다른 일부는 식물 번식을 촉진하는 수분 매개자일 수도 있다. 이러한 각 역할은 생태계의 전반적인 기능에 기여해 생태계의 안정성과 교란에 대한 회복력을 보장한다.
이러한 각 종의 기능적 다양성이 높을 때 생태계는 환경 변화를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높아지는데 종이 쇠퇴하거나 사라지면 다른 종들이 생태학적 역할을 대신할 수 있어 기능적 다양성을 유지하는 것이 생태계의 장기적인 건강과 지속 가능성에 중요한 이유다.
이러한 점에서 상어는 2억 5천만 년 이상 동안 존재해 왔으며 수많은 환경 변화와 대량 멸종 위기에서 살아남아 건강한 바다 생태계를 유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일부는 정점 포식자로서 먹이 개체수를 확인하고 중요한 서식지를 과도하게 방목하는 것을 방지하며 일부는 청소부로서 해저를 청소하고 영양분을 재활용하는 역할을 한다.
이에 연구진은 상어의 기능적 다양성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고 이를 위해 상어의 이빨을 활용하기로 했다. 상어는 잘 화석화되지 않는 부드러운 연골 골격을 갖고 있기 때문에 과학자들은 상어의 이빨을 멸종된 종의 특성을 측정하기 위한 프록시로 사용한 것이다.
화석에서 복잡하고 잘 보존된 치아는 크기, 모양, 절단 모서리와 같은 특성을 반영해 신체 크기와 식단을 나타낸다. 이 접근법은 지질학적 시간에 따른 상어의 기능적 다양성을 정량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또한 치아 측정은 신체 크기 및 식단과 같은 상어의 기능적 특성에 대한 통찰력을 제공해 수백만 년에 걸쳐 다양성을 추적할 수 있게 한다.
연구팀은 6600만 년에 걸친 신생대 전반에 걸쳐 기능적 다양성을 연구하기 위해 박물관 소장품과 문헌에서 가져온 약 500종의 화석과 현대 상어 이빨 9000개 이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상어가 신생대 대부분 동안 높은 기능적 다양성을 유지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는 상어가 신생대 대부분 동안 광범위한 생태학적 역할을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다양성은 약 2천만 년 전 중신세(Miocene) 시대에 최고조에 달했다. 그러나 그 이후로 상어가 수행하는 다양한 생태적 기능은 꾸준히 감소해 현재는 최저치를 기록했다.
연구진은 다른 어떤 종보다도 상어의 기능적 다양성의 손실은 바다 생태계 전반에 큰 위협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오늘날 상어의 멸종을 위협하는 남획과 같은 인간 활동이 생태계에서 상어의 필수적인 역할을 감소시킨다는 것이다.
잭 쿠퍼(Jack Cooper) 스완지 대학 수석연구원은 “기능적 다양성의 뚜렷한 감소를 관찰했을 뿐만 아니라, 멸종된 상어가 살아있는 상어에 비해 집합적으로 더 넓은 범위의 생태학적 역할을 담당한다는 사실도 발견했다”라면서 “지속 가능한 어업 관행을 지원하고 오염을 줄이며 해양 보호 구역을 옹호함으로써 우리는 고대 포식자와 해양 건강을 유지하는 데 있어 그들이 수행하는 중요한 역할을 보존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라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