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가치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를 겨냥해 친환경을 내세우는 기업 전략이 다수 등장하면서 '그린워싱'에 유의할 필요성이 생겼다.
소비자들에게 환경은 중요한 화두다. 환경에 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면 당장의 불편함을 감수하거나 더 비싼 값을 지불하는데도 거부감이 없다.
실제로 자원순환사회연대 설문조사에 따르면 국내 소비자의 95% 이상이 환경문제에 대해 심각성을 인지하고 있으며 전체 응답의 82.2%는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활용품을 구매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런 소비자들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기업들은 ‘친환경, 녹색’이라는 단어를 내걸어 유혹한다. 이렇게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이 늘어나다 보니 표면적으로만 친환경 이미지로 마케팅을 하는 그린워싱 현상도 늘어나고 있다.
친환경을 뜻하는 ‘그린(green)’과 세탁을 뜻하는 ‘화이트 워싱(white washing)’를 합친 ‘그린워싱’은 위장환경주의를 의미한다. 사실은 환경파괴를 하고있는 기업들이 자사의 제품을 마치 친환경 제품인 듯 광고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그린워싱의 예로 세계적인 패션 브랜드 H&M을 들 수 있다. H&M은 2019년 ‘컨시어스(Conscious)’라는 자체 비건 의류 라인을 출시했다. 컨시어스(Conscious) 라벨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옷에 유기농 면이나 재활용 폴리에스터와 같은 지속가능한 재료가 50% 이상 포함돼야 한다.
이에 많은 소비자들은 H&M의 행보를 칭찬하며 다른 라인에 비해 비싼 가격에도 ‘컨시어스(Conscious)’라벨이 붙은 제품을 구매했다. 특히 파인애플 폐기물에서 재생한 피나테스로 만든 비건 재킷과 재활용 폴리에스터로 만든 비건 가죽 등은 매진을 기록했다.
그러나 환경 단체들로부터 H&M의 컨시어스 컬랙션은 ‘그린워싱’이라며 비난했다. 컨시어스 컬렉션의 청바지가 50%는 친환경으로 구성됐을지 몰라도 50%는 비스코스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합성섬유인 비스코스는 물과 공기를 심각하게 오염시키는 유독물질이다. H&M은 이미 여러차례 중국·인도네시아 등 8곳에서 비스코스를 납품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나 물의를 빚었다.
이에 지난해 노르웨이 정부는 H&M에 보낸 성명서에서 “컨시어스 컬렉션과 관련해 지나치게 지속가능성 주장해 소비자를 오도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국가기후평가(NCA˙National Climate Assessment)도 “H&M 웹 사이트의 정보가 각 의류에 사용된 재활용 물질의 양을 정확하게 명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국내에는 이미 2015년 마련된 ‘그린워싱가이드라인’이 존재한다. ‘친환경위장제품 관리 협의체’를 발족해 친환경위장제품을 감시⋅관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국내의 친환경 시장은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바로 녹색 마크의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아서다.
한국소비자원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녹색 관련 표시 마크 제품 중 46%가 허위 표현, 중요 정보 누락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지어 국내 제품 중 천연성분이 1% 미만인 상품들도 천연 제품으로 분류된다. 이렇듯 정부가 인증하는 녹색 마크라고 해도 종류가 다양하고 기준이 제각각이기 때문에 제품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전문가들은 “그린워싱 피해를 막기위해서는 녹색상품을 대상으로 소비자의 이해를 높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소비자에게 녹색 마크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