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을 학대하고 불법취식하는 사건이 전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5년간 총 7마리가 폐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멸종위기종 반달가슴곰은 올해 태어난 새끼 3마리를 포함해 총 7마리가 폐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입수한 환경부 자료에 따르면, 2016년부터 현재까지 5년간 불법증식된 곰은 36마리에 달한다. 폐사한 곰에는 올해 농장을 탈출했다가 다시 철창신세에 처한 새끼곰도 포함돼 있다. 반달가슴곰은 국제적 멸종위기종으로 철저한 보호와 관리가 필요하지만 당국의 방치로 고통 속에서 죽어가고 있다.

◆ 사육 환경, 학대나 다름없다
반달가슴곰이 태어난 지 1년도 되지 않아 폐사하고 있다. 2016년 1마리, 2017년 2마리, 2018년 1마리가 폐사했으며, 올해는 3마리가 폐사했다.
특히 올해 폐사한 반달가슴곰은 불법증식으로 적발됐던 새끼 곰이다. 그중 1마리는 지난 7월 사육장을 탈출했다가 인근 농수로에 빠져 구조됐다. 구조 이후 다시 농장의 철창으로 돌아갔고 그곳에서 죽음을 맞았다.
사태의 발단은 201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부는 사육곰 산업을 종식하기 위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국내 웅담채취용 사육곰 중성화 수술을 진행했다. 투자한 예산은 55억 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농장주 자율 의사에 따라 사육곰이 전시 관람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당시 사육곰 91마리는 중성화 수술 없이 전시 관람용이 됐다. 국제적 멸종위기종은 인공증식하려면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환경부는 웅담채취용에서 전시 관람용으로 용도를 전환한 경우 농가 시설이 미비하더라도 곰을 사육할 수 있도록 기한 없는 유예기간을 주었다. 곰들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 방치됐다고 할 수 있다.

반달가슴곰은 ‘사육곰’이라는 이름 아래 기본적인 신체적, 정신적 욕구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비바람도 막기 힘든 좁은 철창에 갇혀 곰들은 제대로 먹지도 움직이지도 못했다. 곰의 생태 특성에 맞지 않은 시설은 큰 스트레스를 준다. 사육시설이 미비한 것은 물론 전문 사육사도 부재했다. 학대와 가까운 참혹한 상황에서 국제적 멸종위기종이 사육되고 증식됐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2016년부터 매년 불법증식이 이뤄져 올해까지 36마리가 적발됐다. 그중 단 한 마리가 고의성 없이 증식된 것을 제외하면 모두 용인에 위치한 한 농가에서 벌어졌다.
더욱 심각한 점은 불법을 저지른 농가에서 불법증식으로 태어난 곰을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당 농가는 불법증식으로 태어난 곰 4마리를 울주군의 한 개인에게 임대해 이득을 취했다. 정식 사육 시설로 등록도 되지 않는 곳에서 반달가슴곰이 사육되고 있다.
녹색연합은 “해당 지역에서 4마리 곰이 사육된 지 1년이 넘었지만 멸종위기종이 어떤 시설에서 어떻게 사육되고 있는지 불법증식과 불법 웅담채취 등 어떠한 불법행위가 일어날지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멸종위기종을 보호하는 것이 아닌 오히려 멸종위기종을 활용한 암시장이 형성될 우려가 나오고 있다.
동물자유연대는 반달가슴곰이 다른 곰들이 보는 앞에서 잔인하게 도살되고 취식됐다며 관련 농장주를 동물보호법, 야생생물법 위반으로 고발한 바 있다. 관련 업체는 이미 사육곰과 관련한 동종의 전과가 세 차례나 있었지만 벌금 200만 원 처벌이 전부였다. 지난 9월 동물자유연대는 정식재판을 열고 엄중히 처벌할 것을 촉구했다.
동물자유연대는 “광고 전단지에 웅담 5cc 175만 원, 10cc 350만 원이라고 적혀있다. 범죄수익보다 벌금이 더 적다”고 말하며 “23살 곰이 평생 좁은 시설에 갇혀 살다가 다른 곰이 보는 앞에서 온몸으로 고통을 느끼며 죽어갔다”라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곰은 날파리가 들끓는 음식물쓰레기를 하루 한 번 먹고 살아갔다.
◆ 불법증식해도 솜방망이 처벌
사육곰의 불법증식 문제는 5년간 계속됐다. 그 이유로는 강력한 처벌이 부재한 점을 꼽을 수 있다. 불법증식 농장주는 200~400만원 벌금형만 받는다. 벌금보다 곰을 임대하는 등 불법증식으로 취득하는 이익이 더 큰 상황이다. 하지만 환경부는 몰수보호시설이 없다는 이유로 방치해왔다. 다행히 2021년 예산에 몰수보호시설 설계비가 포함됐고 불법증식된 36마리 반달가슴곰이 국가의 보호를 받을 길이 열렸다.
지난 17년간 녹색연합과 함께 사육곰 문제 해결을 위해 캠페인을 진행해온 국제동물보호단체 WAP 또한 불법증식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WAP 야생동물 약용금지 국제캠페인 담당 마야 파스타키아는 “한국 정부가 웅담용 곰 사육 산업을 종식시키겠다는 의지는 훌륭하다. WAP는 해당 산업 종식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기를 강력히 촉구한다. 사육곰 불법증식은 매우 우려스럽다. 현행법상 벌금을 포함한 처벌이 미비한 것은 곰 불법증식이 수익성이 있으며 정부가 동물학대를 용인한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다. 불법증식에 대한 처벌을 강화할 것을 촉구한다. 불법증식 곰들을 몰수해 제대로 수용할 수 있도록 몰수보호시설 건설 예산을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고 강력한 메시지를 전했다.
몰수보호시설은 농가에서 불법증식된 개체를 몰수해 보호하기 위한 시설이다. 정부가 마련하는 중대형 야생동물 보호시설이라는 점에서 사육곰 문제를 해결할 시작이나 마찬가지다. 몰수보호시설이 제대로 된 멸종위기종 국가 보호시설이 되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