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금지 조치에도 불구하고 야생동물을 사냥하고 전리품을 장식용으로 가져가는 ‘트로피 헌팅’이 여전히 성행하고 있다.
지난 22일, 영국 일간 데일리 미러는 한 영국인 남성이 아프리카 국가의 여러 업체와 계약을 맺고 관광객에게 야생동물 사냥 프로그램을 판매해 수십억 원 수입을 올린다고 보도했다.
데일리 미러의 보도에 따르면, 마이크 테일러(Mike Taylor)는 잉글랜드 웨스트미들랜즈의 슈롭셔주에서 야생동물 사냥 프로그램을 판매하고 있다. 그는 여행 상품을 판매하듯 개코원숭이, 코끼리, 표범, 사자, 얼룩말 등 야생동물 사냥 상품을 판매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금지령은 야생동물 사냥에 대한 흥미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마이크 테일러는 자신의 SNS 계정에 여행 금지령이 풀리는 즉시 코끼리 사냥을 할인된 가격에 할 수 있다고 홍보했다. 보통은 4만 5000달러(4961만원)이지만 할인하면 3만 5000달러(3858만원)에 가능하다는 설명을 추가했다.



마이크 테일러는 아르헨티나와 모리셔스, 나미비아 공화국 등 남아프리카를 비롯해 여러 국가의 업체와 협력해 사냥 패키지 프로그램을 판매한다.
그의 협력 업체 중 한 군데는 나미비아 공화국에 위치한 Ndumo Hunting Safaris다. 이 회사의 SNS에 접속하면, 죽은 코끼리와 악어, 치타, 하마, 코뿔소, 얼룩말 등 야생동물 옆에 총으로 무장한 채 환하게 웃고 있는 고객들의 사진을 다수 볼 수 있다.
◆ 인간의 과시욕 때문에 희생당하는 동물
사냥을 스포츠처럼 여겨 사냥 허가를 얻은 후, 야생동물을 선택적으로 사냥하는 것을 ‘트로피 헌팅(Trophy hunting)’이라고 한다. 사냥을 성공적으로 끝냈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해 뿔이나 머리, 가죽 등 사냥한 야생동물의 일부를 ‘헌팅 트로피(전리품)’로 박제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부는 음식으로 먹기도 한다.
미국과 유럽 등의 부유한 사람들이 아프리카로 찾아와 돈을 내고 트로피 헌팅을 즐긴다.
상업적 목적이 아닌 단순 오락을 위해 야생동물을 사냥하는 것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 뉴질랜드, 멕시코 등 세계 곳곳에서 성행하고 있다. 특히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가장 큰 규모로 진행되고 있다.

◆ 트로피 헌팅이 멸종위기 가속한다
트로피 헌팅과 관련해서는 많은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불법 밀렵과는 달리, 트로피 헌팅은 합법적인 활동이다. 하지만 단순 오락을 위해 즐긴다는 점에서 사냥의 잔혹성이 크고 동물의 개체 수가 급격히 줄어드는 만큼 트로피 헌팅을 금지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물보호 지지자나 환경보호 활동가들은 트로피 헌팅의 폐해가 무척 크고 동물들이 멸종위기에 처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가령 미국의 듀크대학 스튜어트 핌 박사는 멸종 동물이 증가하는 이유 중 하나로 취미로 동물을 사냥하는 트로피 헌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세계 곳곳의 도시화와 산업화로 인해 동물들의 서식지가 줄어들고 있으며, 밀렵과 트로피 헌팅 등 지나친 사냥으로 인해 많은 야생동물이 개체수가 급감해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에 대해 트로피 헌터들은 반대 의견을 펼친다. 부유층의 돈이 아프리카를 비롯한 현지로 가기 때문에 지역 경제를 살린다는 것. 오히려 자신들이 야생동물 보호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7월에는 한 캐나다인 부부가 사자를 총으로 쏴서 쓰러뜨린 뒤 키스 셀카를 찍은 뒤 SNS에 사진과 함께 "뜨거운 칼라하리 햇볕 아래에서 힘들게 사자를 쓰러뜨렸다. 정글의 왕을 사냥한 것이라 할 수 있다"고 자랑하는 글을 올렸다.
하지만 이에 대해 환경보호가들은 “트로피 헌팅에 지불하는 돈이 지역사회에 들어오는 것은 맞지만 결국 대부분은 중간 상인에게 돌아가며 환경 보호에 쓰이는 돈은 극히 일부”라고 반박한다.
인간의 즐거움과 과시욕을 위해 아프리카에 사는 사자, 하마, 코끼리 등이 희생되고 생태계가 파괴되고 있다. 트로피 헌팅 금지 캠페인을 진행하는 에두아르도 곤칼브스 박사는 “단순히 기념사진을 찍고 집안에 장식하기 위해 사냥하는 일은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트로피 헌팅을 야만적이라고 표현하며 금지 조치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