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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보호

보양식 때문에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법 밀매되는 포유류

 

2월 20일은 세계 천산갑의 날이다. 천산갑은 세계에서 가장 많이 불법 밀매되는 포유류로 손꼽힌다. 천산갑은 왜 밀매되는 걸까?

 

지난 20일 WWF 코리아는 천산갑이 무분별한 밀렵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고 밝혔다. 단체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100만 마리 정도가 불법 거래됐으며 멸종위기 위급단계에 지정됐다.

 

세계자연보전연맹(IUCN)은 지구상에 존재하는 천산갑 8종 모두 멸종직전의 상태에 처했다고 밝혔다. 천산갑은 몸길이 60~80cm로 꼬리 길이는 20~50cm 정도다. 이마부터 꼬리까지 모두 비늘로 덮여 있다. 긴 혀로 개미를 핥아먹으며 주로 밤에 활동하는 편이다. 비늘로 덮인 탓에 파충류처럼 보이지만 유일하게 비늘이 있는 포유류다. 결국 이 비늘은 천산갑의 생명을 위협한 요인이 됐다.

 

지난 1980~1990년대 중국 남부 지역에서는 천산갑을 흔하게 볼 수 있었지만 지금은 야생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이렇게 천산갑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어든 이유는 불법 밀매 탓이 크다. 불법야생동식물 거래를 조사하는 기관 트래픽은 천산갑이 가장 많이 불법 거래되는 동물이라고 발표했다.

 

 

천산갑은 보양식으로 이름을 알리게 됐다. 비늘과 고기가 자양강장에 효과적이고 산모의 유선을 뚫어주는 데 도움이 된다는 이야기가 퍼지면서 천산갑의 고기와 비늘, 가죽을 약재로 사용하는 사람이 늘어났다. 특히 비늘은 혈액순환을 돕고 염증 치료에 좋다고 알려지며 약재로 많이 쓰였다. 천산갑의 약효를 맹신하는 경우가 확산하면서 밀매는 더욱 기승을 부렸다.

 

하지만 이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없다. 중국과학원 국가동물박물관에 따르면 천산갑에 항산화물질 베타카로틴이 함유됐지만 이는 다른 재료에도 들어 있다. 천산갑의 비늘은 사람의 손발톱이나 머리카락 성분과 비슷하다. 즉, 천산갑을 자양강장제로 먹을 만큼 특별하지 않다는 이야기다.

 

◆ 멸종위기 천산갑이 코로나19 전파 주범?

 

천산갑은 아프리카와 아시아 열대지역에 주로 서식한다. IUCN이 지정한 멸종위기종이기도 하다. 글로벌환경단체 EIA는 천산갑이 지구상에 6000만 년 간 존재했지만 밀렵과 불법거래 때문에 10년 후에는 전멸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EIA가 2020년 10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그동안 천산갑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1년에 20만 마리가 거래됐다. 그중 70%는 중국에서 유통됐다. 중국의 야생동물자원 국가보고서에서도 천산갑의 개체수 문제가 제기됐다. 1990년대 후반 천산갑 6만 마리가 중국 전역에 분포됐었지만 이후 90%가 사라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갑자기 천산갑이 언론에 보도되기 시작했다. 이유는 코로나19다.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전파한 주범으로 박쥐에 이어 천산갑이 지목된 것이다. 천산갑 또한 우한시장 야생동물 노천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 2020년 7월 네이처 미생물학 학술지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SARS-CoV-2가 인간 세포와 결합하는 유전자 서열이 천산갑에서 발생하는 코로나바이러스와 상당히 유사하다.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박쥐에서 천산갑으로 종간 전파되고 인간에게 전염시켰을 가능성이 제기된 것이다. 중국 화난농업대학 연구진 또한 천산갑에서 분리한 코로나19 바이러스 유전자 서열이 감염자에게서 검출한 바이러스 서열과 99% 유사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8일 WHO는 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WHO 조사팀은 중간숙주로 천산갑보다는 족제비오소리와 야생토끼 쪽이 더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족제비오소리도 우한 지역에서 흔히 발견되며 식용이나 모피용으로 거래된다. 야생토끼도 우한시장에서 거래된 만큼 가능성이 있다. 중간숙주로 지목된 천산갑이 오명을 벗을 수 있을지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

 

◆ 여전히 거래되는 천산갑 의약품

 

멸종위기이지만 천산갑 불법포획과 밀수는 여전하다. 2020년 6월 중국은 천산갑을 국가보호동물 2급에서 1급으로 상향 조정했지만 같은 해 11월 광둥성 세관은 밀수된 천산갑을 8톤 적발했다.

 

EIA 보고서에 의하면 중국에서 천산갑이 전통 약재 목록에서 제외됐지만 여전히 천산갑 비늘로 만든 제품이 계속해서 거래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제약회사 56곳 홈페이지에는 천산갑이 함유된 의약품 광고 64개가 게재돼 있었다. 그중 타오바오를 비롯해 중국 전자상거래 사이트에서 판매되는 제품은 6개였다.

 

내셔널지오그래픽은 매년 천산갑 비늘 26.6톤이 약재로 사용된다고 보도했다. 26.6톤은 무려 천산갑 7만 3000마리에 해당된다. 말레이시아에서도 2019년 천산갑 사체 29.8톤이 적발되기도 했다. 10년 전 천산갑이 흔했던 보르네오섬도 이제는 밀렵 때문에 거의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지난달 11일 영국의 보리스 존슨 총리는 “천산갑과 박쥐 등 희귀동물을 먹는 문화, 천산갑 비늘을 먹으면 강해진다는 믿음이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천산갑이나 박쥐를 포획해 먹은 결과 전염병이 창궐했다고 주장했다. EIA를 비롯해 환경단체도 전통 약재산업에서 천산갑 비늘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전히 중국의 조치는 미약한 수준이다. 2007년 야생 천산갑 사냥을 금지하고 2019년 천산갑 제품의 상업적 수입을 금지했지만 여전히 전통 약재로 쓰일 뿐 아니라 거래가 적발되더라도 처벌이 약하다.

 

천산갑의 국제 거래는 2017년 금지됐다. IUCN은 최소 67개국에서는 밀거래가 성행하고 있으며 적발된 천산갑은 실제 불법거래되는 양의 10%에 불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자연기금(WWF)은 2011~2013년, 단 3년 동안 인간 때문에 죽음을 맞이한 천산갑을 11만 6990~23만3980마리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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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인홍

국민을 존중하고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와 진실을 전해주는 정론직필 비건뉴스 발행인입니다.
'취재기자 윤리강령' 실천 선서 및 서명했습니다.
언론중재위원회 '2022년도 제1차 언론인 전문 연수' 이수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