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뉴스 권광원 기자] 세계적 멸종위기종인 오랑우탄의 서식지를 뺏고 산림을 훼손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팜유를 대체할 배양 팜유가 개발되고 있다.
상온에서 안정적으로 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고, 비교적 가격 경쟁력이 우수해 대부분의 생활용품에 사용되는 팜유는 사실 열대 우림을 망치는 원인이 된다.
세계에서 가장 큰 팜유 생산국인 인도네시아의 경우 실제 공장의 숫자가 많지 않음에도 중국, 미국에 이어 세 번째 온실가스 배출국이 된 것에는 팜유 농장 개간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량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는 탄소 배출만의 문제가 아니다. 팜유 생산을 위해 열대우림을 태워 없애면서 그곳에서 생활하던 많은 동물들이 살 곳을 잃게 되는 것이다. 환경단체들에 따르면 지난 1990년부터 팜유농장을 지속적으로 확대한 인도네시아의 경우 2018년까지만 하더라도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인도네시아의 섬, 수마트라 르우제르 국립공원은 오랑우탄과 호랑이, 코끼리, 코뿔소 서식지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 섬에 팜 나무 생산지가 확대되면서 이들 야생동물 개체수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2017년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게재된 연구는 1999년부터 16년 동안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사는 오랑우탄이 약 14만 8500마리가 사라졌다고 언급했다.
오랑우탄의 감소는 팜유 농장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 및 사냥꾼들의 밀렵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으며 2018년 기준 약 7만 마리 정도 살아남았던 오랑우탄의 개체수는 4년이 지난 현재는 훨씬 적은 것으로 예측된다.
이 밖에도 인권유린 및 사회적 갈등에 관련된 문제도 야기된다. 2013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7개월에 걸쳐 조사한 인도네시아 팜유농장 노동자의 실태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팜유 생산 과정에서 아동노동 착취, 강제노역, 인신매매 등 인권유린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03년 기업과 환경 단체 등이 RSPO(지속가능한 팜유를 위한 라운드 테이블)를 공동 설립하고 RSPO 인증 제도를 실시했으나 인증 제도의 기준이 모호할뿐더러 RSPO가 정책을 위반하는 업체를 봐주고 있다는 사실이 몇 번이나 발각되면서 신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팜유가 가진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최근 영국의 스타트업인 클린 푸드 그룹(Clean Food Group)이 배양 팜유를 개발하고 나섰다.
지난 3일 식품전문지 푸드네비게이터(Food Navigator)는 클린 푸드 그룹이 팜유를 대체할 효모 기반 팜유를 생산하기 위해 시드 투자 라운드를 통해 165만 파운드를 조달했다고 밝혔다.
2021년 설립된 클린 푸드 그룹은 발효 기술을 활용해 양조 사업에 사용되는 것과 유사한 탱크에서 효모를 성장시키는 동시에 식품에 안전한 폐기물을 공급원료로 사용하고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에너지원으로 사용해 최종 제품을 깨끗하고 지속가능하게 만든다.
시중에 유통되는 대부분의 제품에 팜유가 포함된 만큼 거대한 팜유 사업을 대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실제로 전 세계 팜유 시장은 2022년에서 2030년 사이에 CAGR 5.2%로 성장해 988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클린 푸드 그룹은 대규모 시장에 대한 안정적인 대안을 제공하기 위해 영국 배스 대학교(University of Bath)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크리스토퍼 척(Christopher Chuck) 생물 공정 공학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은 지난 8년 동안 ‘리그노셀룰로오스 폐기물로부터 팜유 대체물을 개발하기 위한 독특한 발효 공정’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며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관련 지적 재산을 클린 푸드 그룹에 제공하고 기술 고문으로 팀에 합류했다.
현재 클린 푸드 그룹은 2022년 말까지 유럽의 ‘노벨푸드규정’에 따라 유럽식품안전청(EFSA)에서 안정성 평가를 받을 예정이며 2023년 배양 팜유를 시중에 유통할 목표를 가지고 있다.
클린 푸드 그룹의 CEO 네브스(Neves)는 “현재 배양 팜유의 성분이 포장에 어떻게 표시되는지에 대해 규제 컨설턴트와 협의 중이며 제품의 이름을 ‘효모 오일’로 정의할지 상의 중이다"고 밝혔다.
한편 심각한 환경 오염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동물성 기름과 맞먹는 수준의 트랜스지방이 팜유에도 들어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팜유를 대체할 대안 개발이 시급해졌다.
최근 다국적 소비재 회사인 유니레버(Unilever)는 세제, 클렌저 등 제품에 사용되는 팜유의 대안을 찾기 위해 샌디에이고에 기반을 둔 생명공학기업인 제노(Geno)와 파트너십을 발표했다. 이들은 제노의 발효 공정을 활용해 모든 클렌징 제품에서 팜유를 대체할 수 있는 세제를 만들 예정이다.